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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3.31(목) 18:30

‘월간조선’ 마녀사냥 한나라당 색깔공세


△ 지난 1998년 발행된 <월간조선> 11월호의 ‘최장집 교수의 충격적 6.25 전쟁관 연구-6.25는 김일성의 역사적 결단’ 기사와 최 교수의 저서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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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 최장집 교수의 충격적 6·25 전쟁관 연구’

    1998년 <월간조선> 11월호에 실린 이러한 제목의 기사는 색깔론을 매개로 한 보수세력들의 총궐기를 촉발했다.

    <월간조선>이 최 교수의 책 <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에서 앞뒤의 문맥을 거두절미한 채 “6·25는 김일성의 역사적 선택” “전쟁의 최대 희생자는 북한 민중”이라는 표현을 부각시키며 마녀사냥에 나서자, 한나라당도 기다렸다는 듯 본격적인 색깔공세에 돌입했다. 고위 당직자회의에서 이회창 당시 총재는 “김대중 정부가 최 교수의 사상과 이데올로기를 따라간다면 우리 당은 이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며 한나라당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해줬고 김용갑·박근혜 등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은 최 교수의 위원장직 자신사퇴를 요구했다. 공동여당의 한 축이었던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도 “참전했던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며, 국립묘지에 묻힌 수십만 영령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소화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며 거들었다.

    이철승씨가 대표로 있던 자유민주민족회의는 ‘국가정통성을 부정하는 최장집 규탄성명’을 통해 “6·25를 민족해방운동으로 규정하는 등 김일성 사관의 전도사 역할에 충실한 최 교수는 이 나라의 사상적 혼란을 조성한 장본인으로, 정부는 최 교수를 대통령직속기구의 책임자 자리에서 즉각 추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도 최 교수의 저서내용을 조목조목 문제삼은 공개질의서를 발표했다. 이 질의서는 200자 원고지 13매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요약’돼 1998년 11월11치 <조선일보>에 소개됐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사상 자유 침해’ 다시 없어야 - 최장집 교수 인터뷰

    최장집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아세아문제연구소장)는 31일 비교적 담담하게 “당연한 결정”이라며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반겼다. 최 교수는 “내가 쓴 것은 6·25 전쟁이 왜 일어났고 (전쟁에 참여한 집단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객관적인 학술논문이었다”며 “당시 전쟁을 객관화시켜 서술하는 것조차도 수용할 수 없었던 냉전·반공주의자들이 나를 고소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안법 위반 고소사건의 빌미가 됐던 <한국민주주의 조건과 전망>(나남·1996년)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2002년) 등과 함께 한국정치연구사의 획을 그은 명저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에서 한국전쟁 관련 서술은 전체 12개 장 가운데 한 장에 불과하다. 한국전쟁에 대한 그의 분석은 한국의 자본주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변화를 짚는 과정에서 등장한 ‘학술적 연구대상’이었다.

    최 교수는 “몇몇 극우단체들이 이런 학술연구를 문제삼아 고소를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월간 조선> 등이 먼저 이를 지면을 통해 ‘고발’한 것이 사건발생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제 와서 <조선일보> 등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관련 보도) 그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자신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그 근거가 된 국가보안법의 존재 자체에 대해 비판했다. 최 교수는 “무엇보다 민주화의 진전과 세계적인 냉전반공체제 해체 이후에도 국가보안법이 잔존해 학문·사상의 자유를 옥죈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낙후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보안법은 특정한 사상을 금지·억압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폭넓은 이성적 사유 전체를 억누르기 때문에 문제”라며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발전에도 해악”이라고 말했다. “언론에 의한 ‘마녀사냥’이 환경을 조성하고 이에 부응한 극우단체들이 보안법을 빌어 학문·사상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침해하는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 ‘민주주의의 조건’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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