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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3.28(월) 16:33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씨 무혐의 처리키로


△ 20년 세월 동안 그가 집필한 작품 세편의 원고가 그의 키를 훌쩍 넘었다. 왼쪽부터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원고. 사진출처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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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이적성 혐의 벗은 작가 조정래씨

  • 검찰, ‘보안법으로 온국민 범법자 만들수 없다’ 판단한듯

    검찰이 11년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62)씨 등을 무혐의 처분하기로 방침을 정한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씨 등을 무혐의 처분하기로 최종 방침이 정해졌다”며 “공식 발표만 남겨놓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도 ‘이 사건을 송광수 현 검찰총장 임기 안에 처리하느냐’는 질문에 “오래된 사건이라 되도록 (현 총장 임기 안에) 매듭을 지으려고 한다”고 말해, 이런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 처리결과가 김종빈 검찰총장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30일)에서 쟁점화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청문회 이후인 오는 31일이나 송 총장 퇴임일(4월2일) 이전인 다음 달 1일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를 통해 발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김수민 2차장(공안 담당)은 “<태백산맥> 고발사건에 대해 집중적인 법리 검토를 해왔으며,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되도록 이른 기간 안에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백산맥>의 작가 조씨와 이 책을 처음 출판한 한길사 김언호(59) 사장은 지난 1994년 4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아무개씨와 ‘구국민족연맹’ 등 8개 단체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 당한 뒤 경찰의 1차 수사를 거쳐 그해 9월 검찰에 송치됐지만, 검찰은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10년이 넘도록 이 사건의 결론을 미뤄왔다. <한겨레> 사회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 소설 <태백산맥>의 주요 장소인 율어해방구. 사진출처 <한겨레신문>




    ‘태백산맥’ 보안법 위반 무혐의 처분 가닥 잡기까지

    우익단체 “공산혁명 선동” 고발장
    이념갈등 틈바구니 결론없이 표류
    600만부 국민도서 현실선 이미 무죄

    28일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씨 등에 대한 ‘무혐의 처분’ 방침을 전하면서,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소설을 지금 와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단죄한다면, 그 책을 갖고 있는 (검사인) 나도 이적표현물 소지죄로 처벌받아야 할 판”이라며 “이제 와서 처벌하겠다고 칼을 빼들면 ‘검찰이 정신 나갔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11년전의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1994년 4월 이 소설의 작가 조씨와 출판사인 한길사의 김언호 사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이아무개씨와 구국민족동맹 등 8개 단체는 고발장에서 이 소설이 “대한민국 체제와 정통성을 부인하고 북한 김일성 정권에 정통성을 부여하는등 공산주의 혁명사상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앞서 1991년부터 검찰은 이 책의 이적성 여부를 면밀히 내사하고 있었다.

    당시 이 소설 출간에 관여했던 한 출판인은 “책이 나온 뒤부터 작가에게 협박전화가 빗발쳤으며 <태백산맥>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한 방송국 프로듀서가 징계성 전출을 당한 적도 있었다”면서 “결국 분단 이데올로기를 온존시키고자 했던 세력들이 마지막 수법으로 내놓은 것이 고발을 통한 수사의뢰였다”고 회고했다.

    검찰은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뒤 작가 조씨와 김 사장 등을 여러차례 불러 조사했으나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했고, 고발 뒤 5년이 지난 99년에는 보수 및 진보 성향의 15개 단체에 이적성 여부의 감정을 맡기는 ‘고육책’을 내놓기도 했다. 대표적 장기 미제사건으로 떠오르면서 해마다 국회 법사위의 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는 ‘검찰의 무소신’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검찰이 이처럼 사건을 틀어쥐고 ‘장고’하는 사이, <태백산맥>은 각종 대학교의 권장도서나 평론가 50명이 뽑은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현재까지 600만부라는 경이적인 부수가 팔려나갔다. 그야말로 ‘국민도서’가 된 것이다. 검찰은 결국 이런 ‘현실의 힘’에 밀려 무혐의 결정을 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문화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온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 수는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한 셈이다. 국민적 독자층이 작가와 출판인의 처벌을 막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검찰은 30일로 예정된 김종빈 신임 검찰총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의식한듯 28일 공식적으로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 소설 <태백산맥>에서 '남도여관'으로 등장하는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옛 보성여관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됐지만, 보존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성군청 제공.





    소설 <태백산맥> 국가보안법 위반 고발사건 일지

    △1990년/ 도서출판 ‘한길사’,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 첫 출간. 95년 도서출판 ‘해냄’으로 옮겨 출판.
    △1991년/ 검찰, 민중봉기를 미화하는 등 이적성 있다고 판단해 의식화 교재로 사용하면 국가보안법으로 형사처벌 방침 표명.
    △1993년/ 임권택 감독, 안성기·김명곤·김갑수 등 출연한 영화 <태백산맥> 상영. 대종상 우수작품상, 청룡상 작품상 수상, 베를린영화제 본선 진출.
    △1994년 4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아무개씨와 ‘구국민족연맹’ 등 8개 단체, 저자 조정래씨와 ‘한길사’ 대표 김언호씨 국가보안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
    △1994년 6월/ 경찰청 보안4과, 저자 조씨 소환해 14시간 동안 조사. 이후 7차례 출석요구서 보내고 구인 시도했으나 조씨가 끝내 출석 거부.
    △1994년 9월/ 경찰청 보안4과, 저자 조씨와 출판사 대표 김씨 검찰에 불구속 송치.
    △1996년 8월/ 서울지검 공안1부, 최상관 검사에게 새로 배당.
    △1997년 3월/ <태백산맥>, 최인훈의 <광장>과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이어 한국 문학사상 3번째로 100쇄 인쇄 돌파.
    △1997년 12월/ <태백산맥> 출간 7년만에 500만부 돌파. 하루 평균 1500부 판매.
    △1999년 4월/ 서울지검 공안1부(부장 홍경식), 주임검사 바꿔 재수사 착수.
    △1999년 9월/ 서울지검 공안1부(부장 정병욱·주임검사 조상수), 저자 조씨 소환조사.
    △2001년 12월/서울지검 공안1부(부장 천성관), 이적성 판단 위해 소속검사 전원이 <태백산맥> 전 10권 숙독한 뒤 전체회의 가졌으나 결론 못내림.
    △2004년 11월/ 서울중앙지검,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와 관련해 <태백산맥> 연내처리 방침 표명.
    △2005년 3월/ 서울중앙지검, 만 11년만에 무혐의 결정 방침 표명.


    검찰이 11년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62)씨 등을 무혐의 처분하기로 방침을 정한 사실이 28일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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