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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사회 등록 2005.01.26(수) 18:34

최종길교수 의문사 “배상책임 없다”

서울중앙지법 “시효지나” 판결

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의문사 사건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재판장 이혁우)는 26일 ‘의문사 1호’ 고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 교수가 간첩이라고 자백했다’고 월간지와 인터뷰한 당시 수사관 차아무개씨에게는 명예훼손 책임을 물어 “최 교수의 유족에게 2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쟁점은 소멸시효에 대한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신정권 때까지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이름으로 검찰에 진정을 낸 1988년 이후로 원고들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할 객관적 장애사유는 없었다”며 “그런데도 원고들은 소멸시효가 지나서야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다.

이에 대해 아들 최광준 교수는 “국가가 소멸시효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해서 국가가 조작·은폐한 사건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수지 김 사건에서는 “국가가 위법행위에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다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며 42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이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 등이 시행되고 있으므로 국가가 손해배상 의무를 이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특별법 제정 전에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사건 진상을 규명하거나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등의 형식적 법령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국가의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1973년 10월 ‘유럽거점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가 숨졌으며, 2002년 의문사위는 최 교수의 죽음을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타살’이라고 인정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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