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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사회 등록 2004.11.23(화) 18:58

제발 이번에는…‘로또농사’

시설농가 날씨·시세 변덕에 빚더미
운좋아 ‘목돈’기대

시설농사를 하는 농민들은 농사를 로또복권에 자주 비유한다. 제대로 농사지어 재수좋게 값이 오르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논산시 성동면 목서진(가명·55)씨는 씨앗을 뿌릴 때마다 주문을 왼다. ‘제발 이번에는 제대로 값 받아 빚 갚고 신수 좀 펴게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빈다. 40년 동안 농사지어온 그는 10년 전만 해도 마을 작목반장이자 제 땅 갖고 농사짓는 몇 안되는 선도 농업인이었다.

그런 그가 남아 있던 논 다섯 마지기와 집이 경매에 넘어가 사실상 파산했다. 이젠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남은 건 신용불량 딱지 붙은 몸뚱이와 평생 마음에 드는 옷 한벌 못 사준 아내, 남편 대신 아내가 빌린 대출금 3천여만원이 전부다.

10년 동안 그는 벼농사 지으며 비닐집에 채소와 과일을 재배했다. 딸기 하다 토마토로 바꾸고, 수박 심고, 가지, 상추, 참외까지 안 해본 작물이 없다. 그러나 제대로 수확하고 제값 받아 웃어본 적이 없다. 집과 땅이 경매로 넘어간 것은 빚 6천여만원을 갚지 못해서다.

‘대박’은 감질나듯 한다. 10명의 마을 작목반원 중 한 해 1~2명은 이런 대박을 누린다. 나머지는 날씨와 들쭉날쭉한 시세, ‘누가 뭘로 목돈 벌었다’고 소문나면 몰리는 현상 때문에 재미를 볼 수가 없다. 씨앗값 주고 비료대와 비닐값, 포장대금 떼고 나면 대출금 이자 내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목씨는 영농자금 갚으려 일반 대출 받고, 그 대출금 갚으려고 마이너스 통장 만들고 하는 악순환으로 빠져들었다.

목씨는 올해 하천부지를 빌려 상추를 심었다. 4㎏짜리 10상자가 도매시장에서 1100원씩에 팔렸다. 상자값 370원과 운임 200원, 비료값 등등을 따지면 1500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 역시 망친 농사다. 그는 그래도 한번만 제대로 하면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희망도 갖지 않고 어떻게 농사지을 수 있겄어유….”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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