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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1.12(금) 22:07

박지원씨 뇌물수수 '무죄취지' 판단



대법원 원심파기 배경 뭘까
"외국서 보낸 김영완씨 진술서 증거 안돼"
이익치씨 진술 사리 안맞고 일관성 없어

대법원이 12일 박지원 전 장관의 혐의 가운데 현대비자금 150억원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냄에 따라, 박 전 장관은 지난해 대북송금 특검을 통해 불거진 뇌물수수 혐의를 벗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법원은 박 전 장관의 뇌물수수 혐의가 “무죄”라고 직접 밝히지는 않았으나, 검찰이 제시한 유죄 증거를 모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사실상 무죄라는 취지의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검찰이 박 전 장관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확실하고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고 정몽헌 전 현대 회장과 김영완, 이익치씨 등 세 사람의 진술에만 의존해 기소를 강행한 데서 비롯됐다.

검찰은 박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고 정 회장 등 세 사람의 진술을 종합해 “2000년 4월, ‘박 전 장관이 돈을 달라고 한다’는 김영완씨의 말을 전해들은 정몽헌 회장이 이익치씨를 통해 양도성 예금증서 150억원을 전달했고, 박 장관은 이 돈을 김영완씨에게 맡겨 놓고 수시로 돈을 가져오라고 해 모두 20~30억원 정도를 썼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이익치씨한테서 ‘(박 전 장관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한 정 회장은 이미 고인이 됐고, 대법원은 나머지 두 사람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했다.

우선 김영완씨와 관련해 대법원은 “특별검사의 수사 개시 무렵 외국으로 도망가서 그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인데다, 김씨가 사유 없이 귀국을 거부하면서 외국에서 보낸 진술서는 작성 경위와 방법이 비정상적이어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 전 장관이 20~30억을 일부 수표로도 썼다”는 김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를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8일 권노갑씨의 상고심 판결에서도 “외국에서 보낸 김씨의 진술은 증거가 안된다”고 판단했었다.

김씨의 진술을 배척한 재판부는, 이씨의 진술을 놓고 “(그의) 진술과 관련된 여러 정황이 사리에 맞지 않고, 주차장소나 전달시간 등 신빙성과 관련해서도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진술이 상당 부분 김영완씨의 진술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의심했으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을 따라 사실상 이 부분의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한편, 검찰은 대법원의 이날 판결 뒤에도 “여전히 박 전 장관의 유죄를 확신한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비록 이날 파기된 혐의가 특검에서 수사한 것이고, 검찰이 추가로 밝혀낸 혐의는 모두 유죄를 인정받았지만, 뇌물수수 혐의로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열릴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어떤 카드를 내보일지 주목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박지원씨 비자금 사건 일지>

△2003년 4월17일 대북송금 사건 송두환 특검 출범.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확대됨)

△2003년 6월18일 대북송금 특검, 박지원씨 150억원 받은 혐의로 구속.

△2003년 6월25일 대북송금 특검, 최종 수사결과 발표. 특검은 이날 박씨를 대북송금 개입 혐의(직권남용 등)로만 구속기소. 150억원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참고인 중지’ 결정.

△2003년 7월6일 대검 중수부, ‘현대 150억원’ 본격 수사 선언.

△2003년 8월4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장, 투신자살.

△2003년 9월3일 대검 중수부, 현대 150억원 관련 박씨 추가 기소.

△2003년 12월12일 서울중앙지법, 징역 12년에 추징금 147억5200여만원 선고.

△2004년 6월11일 서울고법, 징역 12년에 추징금 148억5200여만원 선고.

△2004년 7월1일 두 달 동안의 구속집행정지 결정(녹내장 치료 이유).

△2004년 11월12일 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 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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