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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사회 등록 2004.10.21(목) 17:02

우리나라가 관습헌법 국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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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대한민국은 관습법이 지배하는 ’불문법’의 국가인가?

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 결정의 주요논리로 내세운 ’관습헌법 위배’ 논리에 대해 헌법학자들 일부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의문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중고등학교 사회교과서에 이르기까지“우리나라는 영국처럼 불문법인 관습법 체계가 아니라, 성문법 체계를 따른 법체계”라고 교육해온 상태에서, 이날 헌재가 ’관습헌법’을 거론하며 ’위헌결정’을 내린 데 대해 당혹해 하는 반응이 많다.

노대통령 "처음 들어보는 이론... 시간 갖고 검토“

“한국이 관습헌법 국가”라는 논리에는 법에 문외한 일반인들만이 의아함을 갖는 게 아니다.

판사와 변호사를 거친 노무현 대통령도 이날 헌재가 <경국대전>을 근거로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이 '관습헌법'이라고 논리를 펼친 것과 관련해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라며 "충분히 시간을 갖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날 위헌결정에 대해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가 관습법 논리를 동원해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대의기관인 국회의 입법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서, ‘삼권분립’을 뒤흔드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헌법학을 전공한 법학교수들에게 ’관습헌법’에 대해 물었다.

최윤철 건국대 교수(헌법학)은 “헌재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을 관습헌법으로 해석했는데, 우리 사회에서 관습헌법이라고 볼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축적됐는지 의문”이라며 “8대1로 위헌 결정을 내린 점은 무리한 이론 전개를 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법률로 제정한 사항에 대해 국민투표를 거치라는 결정을 내린 셈인데, 이런 논리라면 ‘4대 개혁입법’처럼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모두 국민투표를 거치라는 주장이 가능해진다”며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대의제도 자체가 큰 의미를 못갖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헌법학자들 “헌재 결정은 법리상 불가...논리 비약 너무 심해”

김형성 성균관대 교수(헌법학)도 “오늘 헌재 결정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법리상 그런 결정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해 “논리 비약이 너무 크다”며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 헌법은 성문헌법이지 불문헌법이 아니기 때문에 관습법을 논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세세한 모든 내용이 적혀 있다. 대통령, 국회의원 선출 등에 대한 구체적 방법이 명시돼 있다. 그런데 관습헌법이 있고 그 내용이 서울이 수도라는 게 있다는 것은 여론의 입장에서는 환영일지 모르나 냉정히 법리적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 는 게 김 교수가 헌재의 논리 비약으로 제시한 근거다.

“국민합의 필요하나 오랜 역사로 확립되어 있다는 논리는 문제”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는 헌재의 결정을 “의외”라고 평가했다.

“전부터 이 문제 관련해서 어차피 단순히 법적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적인 의견과 여론 수렴 위해서 국민투표 필요하다고 봤지만 헌재 결정은 의외다. 정치적으로 봐서는 국민투표 가는 게 옳지만, 그게 불문헌법에 근거해서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불문헌법을 바꾸기 위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 근거로 말한 ‘오랜 역사 통해 확립되어 있다’고 하는 것은 결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랜 것이기에 의미는 있지만 그것이 절대적이라고 옳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고로 국민투표가 의무적이라고 해서 하는 것보다, 국민의 합의 위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국보법 같은 경우 합헌이라고 하지만, 합헌이라고 해서 놔두는 것이 아니라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내용을 민주주의 이념에 충실하기 위해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 한 것이다. 국민투표가 의무적인 사항이 아니지만 하는 것이 민의수렴을 위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변 변호사 “대통령의 정치적 정책판단에 대해 제동을 건 월권”

한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해서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명백한 정책인데, 대통령의 정치적 정책판단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고, 검증을 받아 대통령이 된 것인데 이에 대해 위헌판단을 한 것은 헌재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오늘 판결은 법률의 합헌, 위헌 문제가 아니다”며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국가 정책에 대해 헌재가 합헌, 위헌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헌재가 헌법상 삼권분립체계를 뒤흔든 것”

참여연대는 이날 헌재의 위헌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상 삼권분립체계를 뒤흔든 것”이라는 비판성명을 냈다.

참여연대는 “관습헌법을 성문법과 동일하게 인정할 경우, 관습헌법에 대한 해석권한을 독점한 헌재가 언제든지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할 위험이 있다”며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은 입법기관인 국회에 위임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체계와 헌법상 삼권분립체제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법 수호의 최고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국회라는 대의기관의 입법권을 침해함으로써 대의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게 참여연대의 비판논리다.

네티즌 “관습헌법 들고나온 재판관들은 ‘창의력 대장”

인터넷도 헌재가 들고나온 ‘관습 헌법’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위헌 결정이 나오자마자 헌재 인터넷 사이트(www.ccourt.go.kr)에는 헌재 결정에 대한 찬반 의견이 꼬리를 물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헌재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상당수 네티즌들은 ‘관습 헌법’을 내세워 위헌 결정을 내린 헌재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정남’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상식적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위헌이 안되니 관습 헌법까지 들고 나온 재판관들은 ‘창의력 대장’”이라며 비꼬았다. 또 ‘이해안됨’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관습 헌법을 위반해 위헌이라는 것은 법률가적 양심상 문제가 있다”며 “법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포털들이 헌재 결정을 두고 벌인 사이버 투표에서는 ‘헌재 결정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보다 6대 4정도(21일 오후 4시 현재)로 더 많았지만 ‘관습 헌법’에 대한 논란은 끊임 없이 제기됐다.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방에는 “관습법도 아닌 ‘관습 헌법’이라는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듣는다. 관습 헌법이 헌법보다 위에 있는지 궁금하다”(bach1730), “관습 헌법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인지 누가 대답 좀 해달라”(사랑하나)는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네이버 게시판에도 “우리나라는 헌법이 필요 없다. 성매매 관습, 호주제 관습, 지방차별 관습 등 이 모든 걸 관습법으로 해결하자”(jkhero)고 헌재 결정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헌재의 ‘관습헌법’에 근거한 행정수도 위헌결정에 대한 '참여연대'의 입장

1.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관습헌법’에 해당하며 따라서 수도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투표로 헌법을 개정하지 아니한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참여연대는 행정수도이전에 대한 찬반여부와 상관없이 헌법재판소의 이런 결정이 성문법체계와 헌법상 삼권 분립 및 대의민주체계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2. 헌재는 관습헌법이라는 개념을 근거로 수도이전을 헌법개정 없이 하위법 신설만으로 추진하는 것은 위헌이라 결정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관습헌법의 범위를 어떻게 보고 누가 해석할 것인지, △백보양보하여 관습헌법을 인정한다 하더라고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볼 것인지,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헌재의 재해석 권한의 범위와 수준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3. 헌재의 논리대로 관습헌법을 인정하고 이를 성문헌법과 동일한 규범적 효력을 갖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관습헌법에 해당하는 사안은 도대체 무엇인가?. 최근 여야 공히 법개정이 추진하고 있는 호주제나 동성동본 혼인금지도 오랜 기간 지속된 관습이었다는 점에서 헌법개정시항이란 말인가? 왕조시대의 법전인 경국대전까지 거론하며 수도를 관습헌법으로 규정한 헌재의 해석대로라면 조선시대 중기부터 이어져왔던 장자상속 관념을 포함한 민법조항을 개정한 것도 헌법개정을 거치지 않고 하위법에서 개정한 것이기에 위헌이라는 말인가? 또한 수도에 관련한 부분이 관습헌법이라 하는데, 전 세계에 헌법에서 수도를 정한 경우가 얼마나 있으며, 아울러 헌법개정을 통해서 수도이전을 한 사례가 있기나 한가?

4. 소수의견을 제시한 전효숙 재판관이 지적하였듯이 관습헌법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성문헌법을 지닌 법체제에서,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동일한’ 효력 혹은 ‘특정 성문헌법 조항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효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

5. 관습헌법을 이렇게 널리 인정하고 그 효력 역시 성문법과 동일하게 인정할 경우, 관습헌법에 대한 해석권한을 독점한 헌재가 언제든지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할 위험이 있다. 앞으로 국회는 오랜 기간 관습적으로 형성된 규법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입법을 할 때마다 헌재에 관습헌법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물어야 하는가?. 즉 헌재의 이번 결정은 성문헌법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은 입법기관인 국회에 위임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체계와 헌법상 삼권분립체제를 위협하는 것이며, 국회라는 대의기관의 입법권을 침해함으로써 대의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 점에서 이번 헌재결정은 87년 헌법개정으로 도입된 헌재의 권한범위, 그리고 국민적, 민주적 정당성에 대해 심각한 회의와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헌법질서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참여연대 2004년 10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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