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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독립운동 뛰어든 ‘사상기생’ 사회주의 운동가로 활동


3·1운동의 민족적 성격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주장들은 때로 “기생까지도 운동에 참여했다”는 말로써 끝을 맺곤 한다. 전통적으로 비천한 신분이었던, 사회운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유흥업에 종사했던, 게다가 여성인, 기생의 참여를 덧붙임으로써 3·1운동이 얼마나 온 민족의 독립염원을 담은 것이었는지, 그 극적 효과를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아는지? 이 시기 기생은 누구 못지 않은 열렬한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논개의 후손임을 내세우며 만세운동에 적극 참여했을 뿐 아니라 요릿집 손님들에게 독립사상을 설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들을 가리켜 `사상 기생'이라 불렀는데, 뒷날 대표적인 사회주의 여성운동가로 이름 높았던 정칠성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정칠성은 1897년 경상북도 대구에서 태어났다. 7살에 기생이 되어 고된 훈련과정을 거치면서 시조, 판소리, 가야금 등 각종 기예를 익혔다. 이 시기 기생들이 대략 12-13살에 `수양딸'로 팔려 기생학교에 들어갔음을 생각할 때 꽤 이른 나이에 기생이 된 셈이다. 그만큼 딸을 키우기 힘든 빈한한 가정 출신이었음을 말해 준다. 18살 때 상경해 남도 출신 기생들이 모여 있던 한남권번에 이름을 둔다. 기명은 금죽이었다.

3·1운동이 일어나자 `기름에 젖은 머리를 탁 비어 던지고 일약 민족주의자가 되었다'고 한다. 다른 사상기생들이 그랬듯이, 지적 능력을 갖추고 일찍이 공적 공간에 진출하여 정세를 민감하게 읽고 있었다는 점이 정칠성의 결심을 재촉한 듯 싶다.

그는 사회주의 여성운동이 싹트던 1922년 잠시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서 사상적 변화를 겪는다. 고향에서 대구여자청년회를 조직한 이후 그의 삶은 사회주의 여성운동의 역사와 함께 한다. 여성동우회, 삼월회, 근우회 등 사회주의 여성단체의 중요간부를 맡는가 하면, 독학으로 쌓은 사상을 기반으로 무산계급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에게 진정한 신여성은 어디까지나 “모든 불합리한 환경을 부인하는 강렬한 계급의식을 가진 무산여성”이었으며, 여성해방은 계급해방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것이었다.

사회주의 여성운동가 중에서도 정칠성은 유독 원리 원칙에 충실했다. 이론을 떠난 개인적 경험담은 가급적 자제하며, 동지들에게는 사회운동이 더 중요하므로 가정을 뛰쳐나오라고 권유한다. 노동여성의 고통에 공감하며 계급해방을 당당히 외친 그이지만 조선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테니 성과 사랑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생생활을 겪은 여성 사회주의자가 식민지 가부장제사회를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박정애/여성사연구모임 길밖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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