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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5.29(일) 19:00

은행 비정규직 ‘멋대로 해고’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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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노동위 ‘우리은 23명 계약해지 부당’ 판정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근무하다가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권혜영(41)씨 등 비정규직원 23명이 최근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라는 최종 판정을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은행으로부터 재계약을 거부당한 비정규직 행원에 대해 이런 판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이번 판정으로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한편 멋대로 해고를 해온 시중은행들의 노무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직원외 인력’ 2만4천명 30%달해
노동 유연화·경비절감 내세워 마구 늘려와

은행권 첫 비정규직 부당해고 판정= 권씨는 지난 2002년 우리은행에 비정규직으로 들어가 공과금 처리를 담당해 오다 지난해 2월께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맡은 업무가 없어진 것도 아니고, 자신의 숙련도가 낮아서도 아니라고 생각한 권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권씨는 지난 84년부터 다른 은행에서 정규직원으로 근무하다가 92년 육아문제로 퇴직했다. 그리곤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이 경비절감 차원에서 일제히 비정규직 행원을 모집할 때 다시 은행 일을 시작했다. 은행 쪽은 “권씨를 포함해 당시 계약해지된 비정규직원 54명은 업무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재계약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권씨는 “은행이 ‘인적자원 합리화’를 추진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비정규직 노조활동에 관여하거나 경영방침에 불만을 품은 비정규직원에 대해 재계약을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 등이 제기한 구제신청에 대해 지방노동위는 “수년 동안 반복적으로 계약갱신을 해온 직원에 대해 이를 해지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취지로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우리은행쪽은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으며, 지난주 중앙노동위가 이를 ‘기각’함으로써 부당해고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악화되는 은행권 비정규직 근무 여건=시중은행들의 비정규직원 고용은 갈수록 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현재 시중은행 전체 직원 8만5천여명 가운데 직원외 인력은 2만4천여명으로 전체의 30%에 이르고 있다. <표 참조> ‘직원외 인력’은 창구 텔러나 사무행원을 포함한 기간계약직·파트타임머·용역·청경 등 비정규직을 말한다. 지난해 8조원이 넘는 순수익을 낸 은행들은 정규직 채용을 꺼리는 대신, 노조가 없어 관리가 쉬울 뿐 아니라 인건비가 낮은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는 추세다. 한 은행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줄여가겠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한해 정규 신입행원보다 비정규직 채용을 더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규직원이었다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방출됐던 전직 행원들을 ‘싼값’에 채용했다가, 3개월~1년의 짧은 계약기간을 이용해 쉽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비정규직 은행원은 “정규직과 하는 일은 별 차이가 없는데도 경력을 전혀 인정받지 못해, 대부분 월 100만 안팎의 적은 급여를 받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비정규직 ‘멋대로’ 고용 관행에 제동=처음 내려진 비정규직 부당해고 판정에 대해 은행쪽은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우리은행쪽은 일단 중앙노동위 판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내겠다며 이들의 복직 조처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은행 김창호 경영지원본부장은 “은행은 노동유연화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는데, 이런 판정이 계속되면 앞으로 은행이 비정규직을 채용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ㅈ은행 등에서도 비정규직 부당해고 소송이 남아있어 이번 판정은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철희 공인노무사는 “비슷한 판정이 계속될 경우 경비절감을 이유로 비정규직을 갈수록 늘리고 있는 은행들이 부당해고 문제에 계속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비정규직을 제멋대로 해고하고 관리하는 은행권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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