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2004.02.20(금) 21:03
문화/예술 ①김미화 방송인


김미화 2003.9~현재 MBC라디오 〈2003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 현재 KBS 〈TV는 사랑을싣고〉, SBS 〈재미있는 TV 천국〉 진행, 녹색연합·유니세프·참여연대·여성단체연합 등 엔지오에서 활동중

힘든 이웃에 빈의자 돼 웃음선사

먼저 부족한 저를 너무나 훌륭한 분들과 함께 선정해주셔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어떻게 제 기쁜 마음을 표현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라디오에서 이런 대중가요가 흘러나왔습니다.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의자, 당신의 자리가 되드리리다. 피곤한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의자, 당신을 편히 쉬게 하리다. 외로움에 지친 모든 사람들, 무더기로 와도 괜찮소.”

저도 빈의자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지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자리를 비워놓고 즐거운 웃음을 드리고 싶습니다.

두루 행복한 사회를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한겨레21> 관련기사: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
‘순악질 세상’을 따뜻하게

시사프로 진행자로 변신한 개그우먼 김미화씨미화씨

저녁 6시 이후에 택시를 타면 라디오에서 종종 그녀의 목소릴 듣게 된다. 개그우먼이 시사프로의 진행자가 됐다고 화제가 된 지도 벌써 석달이 넘었다.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닌 곳이기에 아주 조심스레 아주 겸손히 진행을 하지만, 천성이 맑은 그녀의 매력은 코미디 프로에서만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또 다른 매력이란 이런 식이다. 게스트가 나와서 어려운 전문 시사용어를 현란하게 구사하며 내용 전달보다는 자신의 ‘교양 많음’을 자랑하고 있자면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묻는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보통 아줌마들에게 딱 맞는 시사프로

어떤 시사프로에서도 받아보지 않은 질문을 당한 게스트는 땀을 뻘뻘 흘리며 그 전문용어의 원래 의미를 면접 치르는 학생의 자세로 또박또박 풀어서 설명한다. 게스트를 난처하게 하려는 게 결코 아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였다. 그렇게 시사 상식이 부족하면서 어떻게 시사프로를 진행하느냐고? 그게 이 프로의 ‘컨셉트’이다. 세상에 널린 게 시사프로, 시사잡지이지만 정작 서민들 입장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그리 많지 않다. 장바구니 경제를 걱정하고 자살하는 노동자를 걱정한다면서 정작 그네들이 못 알아듣는 어려운 말들로 ‘자기들끼리’ 떠드는 프로들에 맞서 그들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만든 프로가 바로 그녀가 진행하는 라디오 <세상은 그리고 우리는>(저녁 6~8시 문화방송 표준FM)이라는 프로다.

‘그냥 보통 아줌마’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야기를 다루겠다고 했지만 프로그램이 상당히 알차다. 코너가 여러 개라 조금 산만한 감도 없지 않지만, 그래서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옳지 않은 일에는 이거 공중파 맞나 싶을 정도로 무섭게 후려치기도 한다.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어떤 멘트를 날려도 인생을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그녀의 착한 마음이 오롯이 배어나오는 그 프로그램은 날이 갈수록 열혈 청취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마에 일(一)자 눈썹을 붙이고 “움메 기 살어!”를 외쳤을 때부터 사람들에게 항상 따뜻한 웃음을 주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문화방송을 찾았다.

그녀의 방송시간대는 개그맨들이 방송 외적인 일로 돈을 ‘땡기’기에 황금시간대이다. 각종 행사 같은 거 말이다. 그래서 그녀처럼 잘나가는 개그맨이 그 시간에 텔레비전에 비해 ‘단가’도 낮은 라디오를 붙박이로 한다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것도 20년 넘게 해오던 개그가 아니라 난데없는 시사프로라니. 정찬형 PD와의 신뢰가 제일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시사프로를 다수가 듣는 프로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시사프로를 대중적인 프로로 만들고 싶어하는 그녀의 ‘꿍꿍이속’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50여개에 이르는 시민단체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그녀의 ‘삶의 약력’이 설명을 대신하고 있었다.

“중립만 지키라 우기시면 섭섭”

가난한 유년과 학창 시절을 보낸 그녀는 ‘쓰리랑 부부’로 최정상에 오르자 ‘돈독’이 올라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단다. 그러다 뱃속에서 5개월이나 키운 아이를 잃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그 일이 자신의 인생관을 바꿔놨다고 한다. 인기보다는 영혼의 자유가 중요했고, 돈보다는 인간으로서의 명예가 소중해졌다. 그때 우연한 기회로 시민운동 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그들과 ‘한솥밥 먹는 사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정도로 많은 일들을 해왔다. 정치에는 관심도 없을뿐더러 알지도 못한다. 그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과 발길이 필요하다기에 열심히 자신의 ‘달란트’를 바쳤을 뿐이다. 그런 그녀가 시사프로를 맡은 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녀도 얘기했지만 시사프로 진행자의 미덕은 시사 지식보다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 그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좀더 체계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늙어서는 재단을 설립하는 게 꿈인데, 잘 될지 모르겠다며 부끄러워했다.


딴따라가 그것도 여자가 ‘있어 보이는’ 자리에 앉은 것이 샘이 나는지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도 적잖았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그녀를 인터뷰한 기사들을 보면 하나같이 “어쭈, 요것 봐라. 지가 무슨…. 거봐, 헤매지. 넌 아직 안 돼”의 호흡으로 그녀를 쑤셔댔다. 어느 사회에서나 가장 편견을 가진 존재는 언론이리라. 평생 바보 연기로 전 세계를 웃긴 채플린은 천재에다 똑똑한 사회주의자였고, 미스터 빈은 옥스포드대 출신이라는 걸 모르나? 인문학적 지식으로 보나 인품으로 보나 그녀를 인터뷰한 기자들보다 그녀는 언제나 한수 위임을 알 수 있었고, 이에 참으로 통쾌함을 느꼈다.

“미국보고 뭐라고 좀 하면 ‘반미 성향’이 어쩌고 색깔이 어쩌고 하는 것도 참 이해할 수 없어요. 미국 정부가 잘 못한 걸 잘 못했다고 얘기한 걸 가지고 진행자는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우기는 청취자들에겐 좀 섭섭하더군요. 어차피 완벽한 중립이란 건 누구나 불가능한데…. 오히려 그런 불평은 듣는 사람이 중립이 안 되니까 그런 거겠죠.” 힘든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녀가 준 대답이다. ‘수위’를 조절하는 것도 힘든 일 중의 하나란다. 강하게 하자니 듣는 사람이 놀랄 것 같고, 약하게 하자니 자신의 속이 끓는다는 거다. 송아지 눈처럼 착하게 생긴 그녀의 눈을 쳐다보면서 그녀의 얘길 듣고 있자면 그녀의 ‘속’에서 끓고 있다는 게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건강한 에너지에 나도 덩달아 정신이 또렷해지는 걸 느꼈다.

시민운동을 많이 하는 자신더러 설친다고 욕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적잖게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외국은 연예인들이 시민운동을 하는 것이 국민들의 ‘프라이드’가 되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본인도 안 하면서 연예인들도 못하게 구설수에 올리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라는 거다 (아! 이 얘긴 나도 인터뷰당할 때마다 했던 말들이다). 일반 시민운동 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이웃돕기를 하자고 해도 꿈쩍하지 않다가 장동건이 한번 헌혈차에 ‘떠’주니까 그의 수많은 소녀 팬들이 우르르 가서 자신의 피를 내줬다. 정말로 세상이 건강해지길 원한다면 이런 대중 선동의 힘을 갖는 사람들이 시민운동 하는 것을 진심으로 격려해주고 박수를 쳐줄 일이다.

제가 설친다고요?

그녀는 현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졸업반인 학생 신분이기도 하다. 일을 너무 많이 벌려놔서 미치게 힘은 들지만 꼭 해내고 싶다는 대학 4년생인 그녀에게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좀더 체계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늙어서는 재단을 설립하는 게 꿈인데 잘 될지 모르겠다며 부끄러워했다 (남을 웃길 땐 항상 당당하던 그녀가 남을 돕는 얘길 하는 동안은 내내 부끄러워했다).

요즘 그녀가 무엇보다 마음을 쓰고 있는 건 뭘까. 올해로 자신의 연기 생활이 21년째란다. 지금까지 딸아이들한테 부끄러운 짓 한번 한 적 없이 살아왔지만, 개그는 ‘허구’였다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방송이 ‘사람 사는 리얼리티’를 떠드는 것이므로 실제 생활에서도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더 제대로, 더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거다.

그녀의 이런 결벽증에 가까운 마음가짐을 이번 총선에 나오는 정치인들이 백분의 일, 아니 천분의 일이라도 닮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그녀를 생방송 스튜디오로 보내줬다.

글 오지혜(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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