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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7.10(일) 20:40

6자회담, 중재자 한국 물밑 주선 ‘결실’


△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제4차 6자 회담 재개에 합의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왼쪽)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강창광 이정아 기자 chang@hani.co.kr


다시 열리는 6자회담 - 최종 합의 의미

북 군축회담-미 우라늄 문제 요구 거둬
‘주권국가간 대등협상’ 실질 해법 의지

제4차 6자 회담의 최종 합의에는 한국의 중재자적 구실과 미국의 유연한 자세가 돋보인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9일 베이징 접촉은, 6월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딕 체니 미 부통령 면담과 같은 시기 뉴욕 세미나에서의 북-미 접촉의 직접적 결과물이다. 이는 한국의 ‘설득’과 미국의 ‘양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북한 방송들이 이날 6자 회담 일정 합의 사실을 전하면서 “(미국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로 이해한다”고 밝힌 것은, 베이징 접촉으로 ‘6자 회담 틀 안에서의 북-미 양자협상’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 되짚어 보면, 북핵 문제는 지난 4월말∼5월초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을 정점으로 대결에서 타협의 국면으로 옮아갔다. 그 배경엔 ‘대북 봉쇄 또는 안보리 회부가 한국과 중국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는 미국 강경파들의 현실인식이 존재한다. 힐 차관보의 방북 구상이 중국을 통해 평양에 전달된 것도 이즈음이다. 위기의 심화가 대화의 기회가 되듯 워싱턴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타협국면에서 이런 상황 전개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힐-김계관 접촉을 두고 정부 당국자가 10일 “디자인은 몇 달 전부터 물밑에서 얘기돼 온 것”이라고 말한 것도 힐의 방북 구상에서 이런 상황이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9일 베이징 북-미 수석대표 접촉은 결과적으로 다소 변형된 방북 구상인 셈이다.

그러나 4월말 백악관 특별기자회견 때만 해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대화’ 쪽이 아니었다. 그는 6자 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면서도,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김정일 위원장을 ‘폭군’ 또는 ‘국민을 굶기는 사람’으로 비난했다. 과거와 다른 점은 ‘다른 나라들(한국과 중국)이 동의할 경우’라는 전제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5월31일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미스터 김정일’로 부르는 변화를 보여줬다. 그는 안보리를 언급하는 대신, “우리는 외교가 작용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그것이 효과가 있기를 희망하며 그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낳았는가. 정부가 부시의 ‘미스터’ 발언을 노무현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밝힌 바도 있지만, 4월 하순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이뤄진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한-미 간의 의견조율이 만들어낸 변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6월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6자 회담 재개에서 한국의 주도적 구실을 인정했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6·17 정동영 장관의 김 위원장 면담에서 북한을 설득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6·17 면담에서 밝힌 미국과의 ‘추가협의’ 요구는 정 장관의 방미를 통해 미국 쪽에 전달됐으며, 이것이 9일의 베이징 북-미 접촉으로 이어졌음은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실장은 지난 5개월여 6자 회담이 표류한 것을 두고, “북한과 미국이 서로 속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고 남한이 결정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냈다는 점에서 시간을 허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한국 ‘중요제안’ 북-미 접착제 기대

‘실질적 진전’ 발걸음 뗀 4차회담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선언으로 이제 초점은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으로 옮아갔다. 북-미 양자협상을 보장함으로써 4차 회담은 이전 회담과는 다른 출발선에 섰다고 할 수 있다. 회담이 열리면 한국의 ‘중요 제안’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비핵화 목표 ‘핵동결-보상’ 접점 제시
양자접촉 통해 구체화…긴 여정 예고
조정위-쟁점위 둬 회담형식의 진일보

초기 쟁점 해소=북한과 미국은 6자 회담 재개에 합의하면서 그동안 서로를 겨냥해 왔던 칼날을 일부 거둬들였다. 북한은 지난 3월31일 밝혔던 ‘6자 회담의 군축회담 전환’ 주장을 철회했고,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시인’ 요구를 앞세우지 않기로 했다. 이는 이번 회담이 초기 걸림돌을 제거한 상황에서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군축회담 주장은 회담의 ‘의제’를 바꾸자는 것이었고,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시인을 그동안 협상의 ‘전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후자는 6자 회담 출범 이래 미국의 일관된 요구였다는 점에서 협상의 진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가 10일 “회임(임신) 기간이 길면 나오는 아기도 크지 않으냐”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핵동결 대 보상=4차 회담은 지난해 6월 3차 회담에서 나온 북핵 해법과 이후 불거진 새로운 상황을 이어붙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이른바 ‘중요 제안’이 접착제 구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최근 한국의 제안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어,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핵동결 대 관련국들의 보상’에 합의할 수 있다면 북핵 문제는 해결을 위한 실질적 진전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지난해 3차 회담에서 제시한 안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쪽 안을 토대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3개월의 동결기간을 상정하고, 이 기간에 △관련국들의 대북 중유지원 수용 △북한에 다자 안전보장 제공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삭제 및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검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의 중유지원 참여를 요구하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따라서 한국이 중요 제안을 통해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접점을 제시하고, 북한과 미국이 양자접촉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회담 형식의 변화=이번 4차 회담의 진전을 뒷받침하는 것은 형식에서의 변화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개회식 하고 대표연설 하는 방식으로는 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회담 기간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론 유럽연합과 이란처럼 조정위원회를 두고 쟁점별로 분과위원회를 운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차 6자 회담은 기나긴 여정의 시작일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베이징 접촉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6자 회담의 목표라고 재확인했으나, 핵폐기 과정에서 제기될 사찰 검증의 문제와 다자 안전보장의 구체적 내용, 핵의 평화적 이용을 포기하는 데 따른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선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선 제네바 북핵 1차 합의와 우크라이나 핵 폐기 등 선례들이 있으나, 아직은 출발점에 서 있는 수준이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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