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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정치 등록 2005.06.20(월) 23:34

한·일 정상, 정장차림 시종 굳은 분위기에서 회담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했던 한-일 정상회담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렸으나, 역시 분위기는 싸늘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7번째인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공식회담을 시작으로 기자회견과 만찬 순서로 약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새 추도시설 건립 검토를 약속했다’고 소개되자 “사전에 긴밀히 조율된 문장이므로 한자라도 틀리면 안 된다”며 “‘약속’이란 말은 잘못 들어간 것”이라고 즉석에서 발언을 정정해, 정상회담이 딱딱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음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이어 “실제로 그 약속이라는 말이 들어가고 들어가지 않은 것이 어떤 뜻에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 고이즈미 총리가 4년 전인 2001년 정상회담 당시 같은 내용의 약속을 한 뒤 지금까지 지키지 않고 있음을 은근히 꼬집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회견을 마치며 “저녁은 좀 가볍게 먹을 생각”이라고 밝혀, 두 정상 간의 대화가 편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반면, 고이즈미 총리는 노 대통령과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의식한 듯 시종일관 부드러운 표현방식과 낮은 자세를 보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손호연이란 시인을 소개하며 “그분이 말했듯이 ‘절실한 소원이 내게 하나 있지, 다툼 없는 나라와 나라가 되라는…’ 이런 노래는 손씨뿐 아니라 양국의 희망과 바람으로 알고 있다”고 시를 인용했다.

또 노 대통령이 “정치라는 게 욕심으로는 항상 봄처럼 되길 바라지만, 실제 정치는 심통스러워서 덥기도 하고 바람도 불고 그런다”고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자, 고이즈미 총리는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고 받아넘기기도 했다.

이날 두 정상은 지난해 ‘노 타이’ 차림과는 달리 각각 청색과 회색 정장으로 격식을 갖췄고, 회담장 주변 산책 등 친밀감을 연출하는 장면도 마련되지 않았다. 김의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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