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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6.16(목) 18:55

‘여론 다양성’ 옥죄는 여론몰이 중단 촉구




시민단체, 신문법 위헌소송 긴급토론회

"수차례 토론거쳐 법제정 이제와 문제삼나"
"언론·출판 자유와 사기업 자유는 달라"
"언론기본법 비유등 정쟁화 보도 지나쳐"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노총, 환경운동연합 등 22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개혁국민행동(국민행동)이 16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신문법·언론피해구제법 위헌소송 관련 긴급토론회’를 열어 ‘신문법·언론피해구제법 위헌소송’은 당파적 시각과 사실왜곡에 토대한 잘못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헌재에 의견서 내기로

국민행동은 이날 토론회에 이어 20, 21일께 전체 참여단체를 망라한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일보>에 대해 ‘신문법 흔들기 중단’을 강력히 촉구할 방침이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선 문화관광부와 열린우리당의 적극적 대처를 요구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시민사회의 의견서를 내는 등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행동은 또 한나라당에도 “위헌소송에 조응해 법 개정 운운하는 식의 유착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언론개혁국민행동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한국언론정보학회, 언론인권센터, 전국언론노조 등 시민단체와 학계, 언론 현업단체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조선일보 위헌주장의 왜곡된 인식과 문제점을 날카롭게 따졌다.

"친여매체용 주장 이해안가"

사회를 맡은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그동안 수차례 토론과 법률적 판단을 거쳐 반영된 내용을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김 공동대표는 “신문유통원 또한 조선일보조차 면 단위 보급소를 모두 정리한 상황에서 국민의 정보선택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만든 것”이라며 “유통원 설립 참여 언론사 중 절반 가량은 조·중·동과 논조가 다를 것도 없는데 친여 매체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토론자 다수는 조선일보의 위헌주장에 담긴 사실왜곡과 논리적 일관성의 결여를 지적했다. 신문법 관련 발제를 맡은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조선일보 주장은 거의 대부분 독일 사례만을 들고 있어 논거의 편파성이 크다”며 “전제와 결론이 달라지는 등 내적 논리도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근(민변 언론위원장) 변호사도 토론을 통해 “조선일보 주장은 신문이 사기업이니 하고 싶은 대로 놔두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사기업의 자유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을 공정거래법과 달리 신문에 한정해 낮춘 것도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신문사업의 여론 다양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적 경혐을 통해 이 정도 기준이면 시장지배력을 갖는다고 판단하는 것은 입법자의 재량 사항”이라고 말했다.

"누더기 신문법 개정 전기로"

김동민(한일장신대 교수) 언론정보학회 회장은 “조선일보가 논리가 결여된 주장을 펼치는 속내는 신문유통원과 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자기들이 (경영)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본다”며 “시민사회는 경품제공 금지, 무가지 비율 제한 등 신문고시 강화를 통해 과점 문제를 짚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은 “이미 다 한 얘기를 다시 하도록 만들고, 이를 통해 질리게 만드는 것이 조·중·동의 노림수”라며 “조선일보는 정권과 일부 신문들의 권력유착설로 몰아가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 기회를 누더기로 통과돼 한계가 많은 신문법의 개정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문사 이해 일방보도"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편집위원회와 규약은 임의규정이고 각 회사 상황에 맞는 논의를 담을 수 있게 돼 있어, 기존 신문사의 공정보도위원회 등에 일정 역할이 추가되는 정도”라며 조선일보의 ‘편집위 설치 위헌’ 주장을 일축했다.

주동황 광운대 교수는 “조선일보의 신문법 관련 보도태도는 신문법을 언론기본법에 비유하고 ‘특정 신문 죽이기’, ‘권력야합의 결과’라는 등 정쟁화 양상이 지나치고, 신문법 내용도 잘 모르고 쓰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재위가 시정권고를 추가로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가 정정보도를 낸 것을 사례로 들고, “탄핵방송 사태 때 그토록 공정성을 얘기하더니 자기 이해가 걸린 문제에선 왜 그렇게 일방적인 보도를 하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손원제 김진철 기자 wonje@hani.co.kr


△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신문법·언론피해구제법 위헌소송과 관련한 토론회가 1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언론개혁국민행동 주최로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신문법 위헌소송 옳은가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는 언론사의 자유나, 언론사 사주가 대부분인 발행인의 자유가 아니다. 국민의 자유이다. 취재·보도 활동 종사자가 자신의 양식에 따라 취재한 사실에 근거해 활동하는 것만이 국민이 언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길이다. 따라서 언론 자유는 취재·보도 활동 종사자가 공유하는 집단적 자유이기도 하다.’

올해 1월 초 여야 합의로 통과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제기한 위헌소송을 비판하는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언론학)의 발제문 핵심 논지다. “자본을 가지고 신문사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에게 주어진 언론 자유를 신문사의 자유라고 조선·동아는 강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언론 자유의 개념을 둘러싼 중대한 싸움이라는 얘기다.

<조선일보>는 “기자들이 주장하는 편집권은 언론기업주의 부정적 행태를 비판하는 사회·정치적 개념일 뿐 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신문사의 논조·의견의 자유 보장은 발행인의 자유라고도 내세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신문의 논조를 보장하는 것은 신문의 경향성을 외적인 압력으로 억제하지 말라는 것이지 발행인에 의해 좌우돼도 된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기자들에게 편집권이 귀속됐을 때 신문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진보 일색이 된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다면 현재 조선일보에서 진보적 성향의 종사자들이 보수적 발행인이 지시하는 대로 취재·편집 등을 하고 있다는 얘기냐”고 꼬집는다.

신문법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을 강화한 것이 ‘이미 형성된 발행부수를 끌어내리도록 하는 조처’라는 조선의 강변에 대해 김 교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을 때 일반사업자보다 불이익을 더 받게 하는 데 불과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장지배적 사업자도 신문발전기금으로부터 신문산업 진흥을 위한 일반지원을 받을 수는 있으나, 특정 신문사에 대한 특별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한다. 여론 다양성 확보라는 신문발전기금의 또다른 목적에 비춰볼 때, 퇴출 위기에 놓인 사업자를 보호해 여론 다양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지 지배적 사업자까지 지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조선은 지상파 방송의 겸영을 요구하는 논거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프시시)가 신문-방송 겸영 금지를 해제했음을 든다. 김 교수의 발제문에는 미국 대법원이 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음을 소개하고 있다.

조준상 기자 sang21@hani.co.kr


언론피해구제법 위헌소송 문제점


언론인권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천 변호사는 언론피해구제법 16개 조항에 대한 조선일보의 위헌심판 청구 논거를 치밀하게 반박한다. 조선이 내세우는 논리의 핵심은 ‘신문은 방송과 다르다. 방송에는 적용해도 되지만 신문에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문에 공적 책임을 지우거나(법 제4조) 고충처리인 제도의 의무화(법 제6조)는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김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방송에 공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전파라는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정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이보다는 방송이 여론 형성에 끼치는 사회적 영향력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방송뿐 아니라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체라면 역시 똑같은 공적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과 달리 정보 전달에 시간적 제한이 없는 인쇄매체의 여론 형성에 대한 영향력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김 변호사는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에 의해 공적인 관심사를 보도하다가 부득이하게 인격권을 침해’할 경우 기존에는 법원이 위법성을 묻지 않았으나, 언론피해구제법이 이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조선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원이 판례로 인정하고 있는 이런 요건들은 언론피해구제법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것이다.

언론의 보도내용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언론중재위가 언론사에 서면으로 시정권고를 하고 이를 공표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 조선은 언론 자유 침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사전적 허가나 검열이 아닌 사후적 권고라는 제한된 형식을 띠고 있으며 △이에 응하지 않는 언론사에 재심이 허용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언론 자유가 일부 침해된다고 해도 이는 기본권 제한에 관한 한 헌법 원리와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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