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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6.01(수) 15:41

“위원회는 ‘동네북’이 아니라 나라의 희망”


△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이종근 기자

청와대 이정우 위원장, 위원회에 대한 5가지 오해 정면반박

유전개발과 행담도개발 의혹 등에 대통령 자문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는 가운데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위원회는 동네북이 아니라 나라의 희망”이라며 위원회에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특별기고를 통해 “만만한 게 위원회인지 지금 위원회는 동네북”이라며 “물론 위원회가 한 일 중에는 일부 비판받을 일도 있을 수 있으나 지금의 강풍은 상궤를 벗어난 광풍에 가까워 국민에게 유해한 점조차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위원장은 “위원회에 대해 지금까지 쏟아진 주요 비판은 위원회 과잉, 옥상옥(屋上屋)/무소불위/월권, 아마추어 정부, 무책임, 정책 혼선 등이다”며 “그러나 이런 비판은 대개 위원회의 실상을 모르는 데서 오는 것이거나, 아니면 과거 독재시대 정부의 모습에 익숙해진 데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언론과 정치권에서 쏟아진 위원회에 대한 5가지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위원회가 나라의 희망인 3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위원회가 나라의 희망이 될 수 있는 3가지 이유에 대해 “임기에 초연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서 소신껏 정책을 펼 수 있고, 토론중심의 국정운영으로 실세의 전횡을 막을 수 있으며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해 객관적 입장에서 정책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위원회에 쏟아지는 비난여론을 겨냥해 “위원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과거처럼 1년 가도록 대통령 얼굴 한 번 못 보는 위원회로 되돌아가자는 말인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나무라는 지금의 분위기는 뭔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개별 위원회는 태어나고 없어지고 하겠지만 위원회 제도는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며 “참여정부가 먼 훗날 역사에 남을만한 업적을 내는 게 있다면 후세 사가는 그 공로를 부처와 위원회의 협력에서 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이정우 위원장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특별기고 ‘위원회가 희망이다’의 전문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특별기고]이정우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위원회가 희망이다

참여정부는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이 많다. 큰 차이 중의 하나는 대통령 자문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정책결정에 적극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과거에 볼 수 없던 현상이라 위원회를 둘러싸고 첫해부터 온갖 말이 무성하더니 시도 때도 없이 위원회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 최근 행담도 사건을 발단으로 그 비난은 절정에 이른 느낌을 준다.

만만한 게 위원회인지 지금 위원회는 동네북이다. 옛말에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라더니 지금 위원회는 강풍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위원회가 한 일 중에는 일부 비판받을 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강풍은 상궤를 벗어난 광풍에 가까워 국민에게 유해한 점조차 있다고 판단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나라의 기틀 세우는 100대 국정과제 추진

2년 반 동안의 위원회 경험을 돌이켜 보건대 위원회는 약간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 효능이 비용을 압도하는 조직이다. 위원회가 추진하는 100대 국정과제는 나라의 기틀을 바로 세우는 주춧돌을 놓는 일에 비유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필자는 이 짧은 글에서 위원회에 관한 다섯 가지 오해에 대해 해명하고, 오히려 위원회가 나라의 희망인 세 가지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위원회에 대해 지금까지 쏟아진 주요 비판은 위원회 과잉, 옥상옥(屋上屋)/무소불위/월권, 아마추어 정부, 무책임, 정책 혼선 등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대개 위원회의 실상을 모르는 데서 오는 것이거나, 아니면 과거 독재시대 정부의 모습에 익숙해진 데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씩 따져 보자. 첫째, 위원회 과잉. 혹자는 참여정부 들어서 엄청난 숫자의 위원회가 새로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참여정부 이후 새로 생긴 대통령 자문위원회는 10개, 없어진 위원회가 5개니 실제로 늘어난 것은 5개뿐이다. 또 위원회가 막대한 국고를 축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12개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평균 예산은 20억원으로서 이는 위원회의 인원이나 하는 일의 잠재적 효과를 생각하면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많은 전문가와 공무원이 머리를 맞대고 국가 장래를 놓고 불철주야 토론을 벌이는데, 막상 예산이 넉넉지 못해 회의비, 밥값조차 모자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도 일부 야당은 위원회의 약소한 예산을 파헤치고 삭감하는 데 유별난 노력을 쏟고 있으니 과연 국가 예산을 절감하자는 충정인지 아니면 만의 하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둘째, 옥상옥/월권/무소불위 시비. 25개 부처에 덧붙여 무슨 위원회가 12개나 있느냐, 정부 부처가 열심히 일하도록 힘을 실어줘야지 왜 발목을 잡느냐 하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참여정부는 25개 부처와 12개 위원회가 종횡으로 얽힌 매트릭스 정부다. 이것은 관료들의 실무적, 경험적 지식과 학자들의 이론적, 선험적 지식이 결합된 새로운 방식의 국정운영으로서 장점이 대단히 많다.

소통과 협치, 토론과 검증의 시스템 가동

사실은 월권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자면 소통이다. 위원회의 학자들과 부처의 관료들이 토론하고 협력하는 것, 이것은 참여형, 개방형 정부의 모습으로서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의 전형이다. 협치의 시대에 위원회는 정책형성의 민주성, 투명성, 전문성을 높이는 좋은 수단이다.

위원회가 부처에 시어머니 노릇 한다는데 이는 옳지 않다. 위원회는 정책의 토론, 입안에 주력할 뿐 그 집행은 어디까지나 부처의 몫이다. 양자 사이의 역할분담은 애당초 명백하다. 정책 수립도 위원회와 부처의 공동작업이지 위원회가 결코 독단적으로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위원회와 부처의 관계는 아주 보완적이고 협력적이다.

셋째, 아마추어 정부론. 일부에서는 참여정부에서 일하는 사람 중 학자 출신이 많다는 것을 비아냥거리며 ‘아마추어’ 운운하는데, 이는 번지수가 틀린 비판이다. 진실은 무엇인가? 아마추어일수록 구태와 시류에 덜 물들었으니 태도가 공평무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게다가 위원회 학자들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다. 그러니 오히려 아마추어가 희망이다.

참여정부를 아마추어 운운하는 사람도 조선 시대 가물에 콩 나듯 몇 차례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던 사림파가 번번이 좌절하고, 훈구파가 득세하는 것을 보고는 역사의 후퇴를 개탄했을 것이다. 그 시대나 지금이나 세상의 근본원리는 다르지 않은데, 왜 들이대는 잣대는 이렇게 다른가?

넷째, 무책임론. 위원회가 권한은 많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주장인데, 이는 동의하기 어렵다. 위원회에 대한 견제 및 검증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과장이라고 생각한다. 위원회 상호 간, 그리고 부처와의 끊임없는 대화, 토론을 통해 정책 수립과정에서 검증을 거칠 뿐 아니라 감사원의 사무 및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 집행을 맡지 않는 조직에 대해 이 이상 어떤 견제와 검증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다섯째, 정책 혼선. 걸핏하면 쏟아지는 ‘정책 혼선’ 운운하는 비판은 대개의 경우 과장이거나 평지풍파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정책 혼선’이란 말이 우리나라처럼 남용되는 나라가 또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물론 정책은 한 번 확정되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생명이다. 그러나 정책 형성과정에서는 얼마든지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고, 백가쟁명의 토론은 유익하다. 이것조차도 참지 못하고, 혼선이란 딱지를 예사로 붙이는 게 우리 지성계, 언론계의 현주소가 아닌가? 우리 머리 속에 독재 시대의 일사불란했던 정책 추진에 대한 향수가 뿌리 깊이 남아 있는 게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국가 장기정책 소신껏 수립, 부처 다툼 땐 조정자 노릇

이상으로 우리는 위원회에 대한 각종 비난이 근거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위원회의 장점 몇 가지를 보기로 하자.

첫째, 위원회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국정운영을 가능케 해준다. 우리나라 장관의 임기가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짧아져서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에 와서는 1년 정도인데, 이런 구조에서는 부처의 관심이 단기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 장관은 짧은 임기 중에 무언가 실적을 올려야 하고,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기 쉽다. 자연히 부처 정책이 발등의 불끄기에 바쁘게 되고, 먼 훗날 효과가 나타날 정책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 위원회는 비교적 임기에 초연하므로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서 소신껏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위원회가 하는 일이 장기적 성격의 정책이라 당장 눈앞의 성과는 적을지 모르나 시간이 흐르면 차차 열매가 열릴 것이다. 부처는 단기 정책, 위원회는 장기 정책에 주력한다면 양자의 관계는 상호보완적이다. 이게 매트릭스 조직의 장점이다.

둘째, 위원회는 토론정부의 핵심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문 행정고시라는 채용 제도를 갖고 있어서 공무원들이 자칫 하면 강력한 동류의식과 엘리트주의로 무장된 배타적 집단이 될 위험이 있으므로 외부와의 소통은 아주 중요하다. 위원회 구성을 보면 학자 출신이 50%이고, 공무원이 20%, 나머지는 시민단체 등 각계 출신으로 되어 있다. 이런 구성 속에서 활발한 정책 토론이 벌어지고, 수시로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토론을 하며, 매 단계마다 부처와 의견조율을 거치니 정책수립 과정은 철저히 토론 위주다. 과거처럼 실세가 전횡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셋째, 위원회는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좋은 수단이다. 부처 사이의 이견과 반목은 항상 있는 일이다. 부처 사이의 이견으로 국책사업 추진이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위원회가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다. 위원회는 부처에 비해서 챙겨야 할 자기 식구가 없고, 이익집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적으니 비교적 공정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정책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 예로서 정부혁신위원회는 난마처럼 얽힌 부처 간 조직 다툼에서 조정자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부처와 위원회의 협력이 ‘백년대계’ 만들 것

이렇게 본다면 위원회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압도적으로 많은 우수한 국정운영 방식이며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위원회를 통해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서 위원회가 이룬 성과도 벌써 상당수 나오고 있다. 예컨대 행정중심복합도시, 지역혁신과 균형발전, 10.29 대책, 해방 후 최초의 빈곤아동대책 등이 그것이다. 그밖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성과가 이미 나오고 있고, 그런 성과는 참여정부 내내,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나올 것이다.

지금 일부 학자들과 언론은 행담도 사건을 기화로 위원회 때리기에 연일 열을 올리고 있다. 그 논리의 비약, 과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미운 오리새끼가 커서 오리가 될지 백조가 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니 미리 단정하지는 말자. 결론적으로 말해서 위원회는 나라의 희망이다. 거기에 소위 ‘아마추어’가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희망을 준다. 학자의 이론과 관료의 경험이 지금처럼 시너지 효과를 낸 적이 일찍이 없었다.

위원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과거처럼 1년 가도록 대통령 얼굴 한 번 못 보는 위원회로 되돌아가자는 말인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나무라는 지금의 분위기는 뭔가 잘못됐다. 개별 위원회는 태어나고 없어지고 하겠지만 위원회 제도는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 참여정부가 먼 훗날 역사에 남을만한 업적을 내는 게 있다면 후세 사가는 그 공로를 부처와 위원회의 협력에서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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