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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5.26(목) 19:40

청와대 “묵과 못한다”…일에 외무차관 문책촉구


“묵과 못한다”…한-일 정상회담에도 부정적 영향

청와대는 26일 ‘미국이 한국을 불신하고 있어 일본도 한국과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의 발언과 관련해, “이는 향후 한­일 관계를 위해서도 묵과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에 ‘응분의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현안 점검회의를 연 뒤 기자회견을 열어 “야치 차관의 발언은 사실과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무례한 처사”라며 “더구나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의 고위 외교관이 한­미 간의 신뢰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대단히 주제넘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일본 정부가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한­일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끼치느냐는 물음에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의 조처를 보고 그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태도에 따라선 다음달 하순으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적절한 조처’에 대해선 “일본 정부가 판단할 여지를 남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식 외교통상부 차관도 이날 오후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이런 정부 뜻을 전달하고, 일본 정부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처를 요구했다. 다카노 대사는 “야치 차관의 발언은 한­미 관계를 손상시키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또한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어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일본 최고위 외교 실무책임자가 한­미 관계의 신뢰를 언급하는 것은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 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며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에 필요한 적절한 조처를 요구했다.

정부의 이날 움직임은 26일 야치 차관의 발언에 대한 ‘응징’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일본 정부가 한국의 문제 제기를 무시한 데 대한 강한 불만이 깔려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 야치 차관이 국방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에도 외교경로를 통해 여러차례 이런 뜻을 전하고 일본 정부의 적절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의 대응은 일본 정부의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언론들은 야치 차관이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한 얘기가 밖에 알려진 것 자체가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쯤 되면 잘못이 이쪽에 있다는 적반하장 수준이다.

정부는 또 북한 핵문제라는 공통의 숙제 못지않게 한­미 동맹 조정, 한­일 과거사 문제 등 양자 현안을 놓고도 논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본 고위 관리가 한-미-일 사이의 ‘신뢰’ 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대단히 주제넘은 일”이라고 말한 데서도 이런 정부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6월 한-일 정상회담 합의 이후 나온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 강행 발언에다 외무 관료의 정상에 있는 야치 차관의 도발적인 언사 등 한-일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공은 일본에 넘어간 상태다. 6s유강문 김의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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