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도 일단 아치 차관 발언의 부적절성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했다.

중국을 방문중인 전여옥 대변인은 "일단 야치 차관이 공식 석상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외교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뒤 "하지만 그동안 사적, 비공식자리에선 이런 지적들은 꽤 있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부에 이어 청와대, 여당까지 나서 일본 정부에 야치 발언에 대한책임 추궁 및 상응한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 "이례적"이라면서 "반일감정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3월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및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노무현대통령이 초강수로 맞섬으로써 바닥을 면치 못했던 국민 지지도가 반등하는 등 `반짝 재미'를 본 것을 여권이 다시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우선 이같은 대일강공책의 의도로 `동북아 균형자론', 한미공조 이상기류 등 현 정부의 `왕따외교'의 문제를 희석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치 발언'에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한미간 이상기류를 시인하는 셈이 될 수있다고 판단, `할리우드 액션'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현정권은 `동북아 균형자론'이라는 정체불명의 외교를 펼쳐 한미동맹관계를 악화시킨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반일감정을 이용해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대한 외교적 허점을감추려 하지 말고, 문제가 있다면 시정하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사업 의혹, 도로공사의 행담도 투자사업 의혹 등 권력형비리의혹 사건에 대한 `물타기'이자 국면전환용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나라당은 특히 여당이 야치 차관의 발언을 공개한 한나라당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정치쟁점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야치 차관을 면담한 자리엔 여당 의원들도 있었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따지지 않고 국내에서 정치공세에 악용하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이번 발언 파문의 본질을 왜곡, 정쟁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국정원이 김형욱 실종사건 자체조사 결과를 중간발표 형식으로 빌려26일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국정원의 김형욱 실종사건 중간 발표에 대해 "정치적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