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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0.21(목) 17:53

참여정부 핵심과제 ‘치명타’ 맞아


△ 21일 오후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특별법 위헌 결정 발표 이후 열린 청와대 행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눈을 감은채 다카야나기 국제전기기술위원회 회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

■노무현 대통령 어떻게 할까

노무현 대통령이 기로에 섰다. 21일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지난 2월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 및 대통령 직무정지 사태 이후 다시한번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은 것이다.

노 대통령에게 행정수도 이전은 지난 대선 공약의 핵심이자,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요체였다.

그는 지난 6월 “행정수도 계획은 참여정부의 핵심과제로, 정부의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공공기관 이전, 지역혁신발전, 기업도시 계획 등 모든 지방화 전략과 ‘패키지’로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정권의 ‘진퇴’와 연결된 핵심 사안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 제2의 탄핵국면=이런 상황에서 헌재의 위헌 결정은 노 대통령에게 정치적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4·15 총선에서 어렵사리 여대야소를 확보함으로써 마련한 ‘통치기반’이 근저에서부터 흔들리는 일대 사건인 셈이다. 올해 초 탄핵국면에 이은 ‘제2의 탄핵국면’이라고도 할 만하다.

정치적으로는 총선에서 진보세력의 승리 이후 줄기차게 계속돼온 보수세력 대반격의 ‘결정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그동안 한나라당 등의 행정수도 반대 주장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운동, 퇴진운동으로 느끼고 있다”며 “하나가 무너지면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통째로 무너지게 돼 있다. 국회에서 동의까지 다 받아서 가던 정책이 무너지면 정부가 그 다음에 무슨 정책을 말한들 국민이 믿어주고 추진력이 생기겠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 그대로 ‘참여정부’의 개혁 동력은 통째로 상실될 위기에 처했다. 또 이번 결정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입법의 처리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돌파구=당장 관심은 노 대통령이 이 국면을 어떻게 돌파하느냐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 국면마다 승부수를 던짐으로써,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정치적·법적으로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헌재가 수도이전 문제를 헌법개정 사안으로 못박은 만큼, 이를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개헌 저지선인 3분의 1 의석을 훨씬 상회하는 상황에서 헌법개정은 난망하다. 지난해 10월 노 대통령이 측근 비리 논란 와중에 던졌던 재신임 국민투표도 헌재에서 이미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은 마당이다.

청와대가 이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런 고민의 흔적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 수용 여부에 대해 청와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결정 자체를 부정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헌재는 지난 1987년 6월항쟁을 거친 민주화운동의 산물”이라며 “헌재의 권위를 전면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분간 시간을 갖고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정치적 타개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뾰족한 묘수가 없는 만큼 최대한 통치권 누수를 줄이면서, 개혁의 동력을 보존하기 위한 ‘질서있는 퇴각’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수도 이전과 권력구조 문제 등을 모두 포괄해 헌법개정 문제를 제기하는 정면돌파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경제가 너무 바닥이고 여론의 추이도 좋지 않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무산됐지만, 공공기관의 대대적 지방이전, 지방발전전략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균형발전을 추진해나가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행정수도이전 문제는 중·장기적 사안으로 돌려 권력구조 문제 등 다른 개헌 사항들과 함께 처리해 나가는 방안도 가능하다.

민심 향배가 최대변수=그동안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언론의 ‘융단폭격’을 맞으면서 방향을 상당부분 상실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정부 여당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수도이전과 관련된 민심은 더욱 악화됐다.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통해 진보진영의 결집을 시도했지만, 수도이전 문제의 경우 뚜렷한 구심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민심을 얻는 ‘승부수’를 띄움으로써 상황을 돌파해왔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방안도 결국 ‘민심’에서 찾을 것으로 보인다. 민심을 확보하면 통치기반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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