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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정치 등록 2003.12.01(월) 22:40

최병렬 대표 단식 네티즌은 ‘조롱’

구국의 결단인가, 정략적 노림수인가.

지난달 26일 시작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농성을 바라보는 네티즌은 급기야 현 정치상황을 한편의 유머에 빗대고 있다. 문화방송 인기드라마 <대장금>을 패러디해 최근 정국상황으로 풍자한 게시글이 사이버상에 회자되고 있다. 민생법안 처리를 도외시한 정치권의 무능과 태업에 대한 네티즌의 조롱과 비난이 유머로 승화된 셈이다.

■ 쌀뜨물정국과 대장금=서프라이즈(seoprise.com)의 논객 ‘Poo&WhoGone’은 “한상궁은 노무현, 장금이는 강금실, 최상궁은 최틀러”라고 현정국을 <대장금>을 들어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투표 선언과 최병렬 대표의 단식농성, 특검법안을 둘러싼 극한대치가 <대장금>의 등장인물, 줄거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해석이다.

평생 야인으로 떠돌다가 최고상궁에 오른 정상궁은 김대중 전대통령, 정상궁의 후원으로 힘든 경합을 거쳐 최고상궁에 올랐지만 천출이라는 이유로 여러 상궁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한상궁은 노대통령에 비유된다. “천민 출신을 최고상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과 “상고 출신 노 대통령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이 똑같다는 얘기다. 참다 못한 한 상궁이 요리재대결을 대비에게 요청하는 장면은 재신임카드를 내민 노 대통령과 판박이로 해석된다.

■ 사이버 여론몰이에 나선 한나라당=지난 대선에 이어 한나라당(hannara.or.kr)이 사이버팀을 가동해 ‘강경대응’을 옹호하는 본격 여론몰이에 나섰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달 25일부터 청와대 자유게시판과 회원게시판에 [특검쟁취]라는 머리말을 달고 올라온 수천여건의 글들은 한나라당 사이버 당원들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사이버팀은 25일 사이버당원 9000여명에게 “‘특검쟁취’라는 머리말로 청와대 게시판에 가열찬 사이버 시위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26일에도 일부 당직자들에게 사이버 시위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byc.or.kr)도 27일 저녁 사이버당원과 이메일클럽 가입자 4만명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단식농성이라는 ‘과격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당대표 취임이후 세번째 발송한 이메일에서 최 대표는 “지금까지 늘 ‘아름답고 따뜻한 정치’를 그려왔는데 정치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극한 모습을 보이게 될 줄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번 일을 통해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기본자세에 변화가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 단식 도대체 왜 하나=“국회의원도 무노동무임금 적용하자” “위염 무서워 쌀뜨물 먹는다니 건강 단식하나” “단식투쟁의 기본은 최저 30일, 중간에 영양주사 맞는다면 무효” “단식은 인체의 면역기능을 높여주는 등 건강에 유익할 수 있지만, 5일 이상 무리하게 하면 오히려 몸을 망칠 수도 있다” 쇄도하는 네티즌 반응의 일부분이다.

<인터넷한겨레>( www.hani.co.kr) 라이브폴 조사결과(참여자 6854명)에서는 네티즌 10명 가운데 7명 이상(75.5%)이 ‘최대표의 단식농성과 장외투쟁’에 대해 “국정 내팽개친 다수당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노대통령 특검거부 철회해야 한다”라며 찬성의사를 나타낸 네티즌은 24.5%였다. <한국방송> 방송문화연구소가 지난 25일 음성녹음 설문에 의한 모바일 조사 결과(참여자 1051명) 또한 한나라당의 원외투쟁에 대해서는 71%가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최대표의 ‘구국의 단식’을 보다못한 민주노동당(kdlp.org)은 지난 27일 서민의 대표음식인 자장면을 배달하려다 전경에 의해 배달용 철가방을 빼앗기기도 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민주인사들의 전유물이었던 단식투쟁이 기득권세력의 ‘투정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지적도 눈에 띈다. <인터넷한겨레> 게시판에서 ‘ricky’는 “단식투쟁은 우리 정치사에서 거대권력에 맞서 민주화의 진전을 이뤄낼 수 있었던 소중한 문화적 가치”라며 “기득권의 상징인 거대야당의 대표가 단식투쟁을 한다니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김은국 <인터넷한겨레> 기자 misterk@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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