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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정치 등록 2002.04.28(일) 19:18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의 기본노선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노선을 계승·발전시키겠다”며 동질성을 강조해 왔다. 배기찬 정책팀장도 “노 후보의 정책은 옛 평화민주당과 통일민주당을 합한 것이고, 디제이피 연합 이전의 국민회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 생산적 복지 등의 구호에서 보듯이 다소 이율배반적인 두 개념을 등가로 결합시키려 시도했다면, 노 후보는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분배'라는 전략적 개념을 강조하는 편이다.

◇ 성장을 위한 분배=이런 차이는 우선 노 후보가 김 대통령과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가 다르다고 보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성장의 엔진을 계속 가동시켜야 했다면, 노 후보에게는 우리 경제를 고도성장 경제에서 저성장의 경제로 연착륙시켜야 하는 임무가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이인제 의원이 “나누어주기 위해서라도 우선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였던 데 비해 노 후보는 “파이를 나누지 않고서는 더 이상 키울 수 없다”고 맞선 바 있다.

또 노 후보는 지난 4년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욱 심각해진 빈부격차를 해소해야 사회적 연대와 국민통합을 이루고, 그래야 우리 경제의 `숨어있는 성장률' 2∼3%를 추가로 끄집어내 연간 5%대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의 성장 일변도 정책만으로는 5%대의 성장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경제가 포화상태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경기부양을 위해 실시된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을 재고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농민에 대해선 소득을 보전해주고 △주5일 근무제를 추진하겠다는 것 등이 `성장을 위한 분배' 사고에서 나오는 정책들이다.

◇ 신자유주의·노동·재벌 문제에 대한 입장=하지만 세계화나 신자유주의라는 흐름을 거스르기 보다는 자유경쟁을 위해 투명성과 책임성이 관철돼야 하고, 이를 위해 일정한 재벌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지난해 대폭 완화된 출자총액제한 및 기업집단지정 제도도 더 풀어주는 데 반대하고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집단소송제와 집중투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노 후보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도 받아들이고, 외자유치 등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 등 신자유주의 거부세력과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그는 민주노총 등에 대해 “정서는 같이하면서도 이론을 달리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며 “일부 지도부가 너무 기존의 논리에 얽매여 우리 사회의 변화를 잘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우자동차 노조를 방문한 자리에서 해외매각을 주장하다 달걀세례를 맞았던 것도 그런 연장선에서 나온 사건이다.

노 후보는 이런 국가 경제의 틀을 독일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는 “미국식에 비해 경쟁을 도외시하지는 않지만, 효율을 살리면서 사회연대의 정신을 강조하는 가치기반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네덜란드식의 노사정위를 통한 사회적 합의와, 노동시장 유연화와 취업경험 기회확대 등이 복합된 스웨덴식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도 강조한다. 진보와 보수가 조화를 이뤄온 서유럽 전통에 맥이 닿아 있는 셈이다.

김의겸 기자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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