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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3.14(월) 17:27

‘공교육 개혁’ 전교조에 묻다


"현장중심 깃발 이수일 위원장”

공교육은 회복 불능인가? 전국적인 수능시험 부정 행위, 학부모와 교사까지 가담한 내신 조작 등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공교육은 국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이런 와중에 공교육 현장의 10만 조합원 교사를 거느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육 개혁의 새 깃발을 들고 나섰다. 지난해 말 선출된 이수일(51) 제11대 전교조 위원장은 ‘장외 투쟁에서 벗어나 교육 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조합원의 결속을 다시 끌어내 공교육 개혁의 주체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다. 전국의 초중고가 일제히 새학기를 시작한 지난 2일, 홍세화 기획위원이 서울 영등포동 전교조 사무실에서 이 위원장과 마주앉아,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교육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것인지 따져 물었다.

두 사람은 먼저, 이제 겨우 출범 석달째를 맞는 ‘이수일호’의 차별성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 위원장은 시종일관 ‘현장 중심’의 전교조 운동에 대한 기대와 확신을 보였다. 반면, 홍 기획위원은 전교조의 이런 변화에 우려와 걱정을 내비쳤다.

이수일 “수능 없애고 교사별 평가 공교육 살리는 길”

홍세화 “사학법조차 개정못한 상화 혁명적 변화 요원”

=최근에 드러난 사학 부정·비리가 우리 교육의 총체적 위기상황을 말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이 벌이진 게, 우선 우리 교육이 스스로 주체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과거 권위주의적 독재정권 시절에 교육이 정치적으로 예속되고 자발적 복종을 강요하는 도구였다면, 지금은 권위주의 정권이 끝났지만 신자유주의에 의해 공격받으면서 경제에 예속되고,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조차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에요.

=정부 주도의 교육 개혁이 10년째 추진되어 왔지만 학교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는 실패했다는 게 우리의 생각입니다. 물론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입시경쟁과 공교육의 위기는 오히려 심화되었어요. 이제는 정부 주도의 교육 개혁을 총체적으로 평가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정부가 교사를 대상화하고 교사를 다그치면 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정부가 갑자기 교육에 대한 교사의 책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뭔가 앞뒤가 뒤바뀐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교사에게 자율성과 권한을 먼저 주고, 그런 다음에 책임 문제를 거론하는 게 순서라는 얘깁니다. 이번 전교조 집행부가 ‘현장중심 교육 개혁’을 기치로 내건 것도 바로 교사가 능동적·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교사가 교육 개혁의 주체에 서겠다는 말씀이고, 이런 지점에서 정부와 충돌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가장 큰 쟁점이 되는 것이 평가와 평가권에 관한 문젭니다. 가르치는 사람과 평가하는 사람이 다른데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원론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이 평가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수능 같은 국가고사가 대학 입시제도의 중심에 있고, 역으로 이러한 입시제도가 중등학교의 수업방식과 평가방식을 사실상 모두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건 교사의 평가권을 부정하고, 교육권을 침해하는 체제입니다. 고등학교에서 3년 동안 가르친 교사가 학생을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해 가야 하는데, 국가고사로 전국의 학생을 서열화하고 이를 대학이 가장 중요한 학생 선발의 자료로 삼고 있지 않습니까? 대학이 선발권을 내세워서 본고사 부활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도 교사의 평가권을 부정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국가고사가 무슨 역할을 해왔습니까? 몇몇 상위권 대학들로 하여금 우수한 학생들을 독점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이러한 평가권을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교사의 교육권을 회복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교사들이 독창적인 방식으로 수업을 하고, 평가도 거기에 맞게 자율적으로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획일적인 입시교육이 사라지고,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학벌주의도 없앨 수 있어요. 요즘 논란이 되는 수능 입시 부정, 성적 조작 사건들도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말씀하신 교사의 평가권·교육과정 운영권·수업방식 개선…이런 것들이 한국 사회에서 가능한 얘기인지 모르겠습니다. 학생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대학의 선발권자에 의해 규정되는, 한국 대학 사회의 서열화된 구조 속에서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평가 방식에 따라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기를 바라는 건가요?

=지금 정부의 교육 개혁에서도 다양성·창의성을 요구하지 않습니까? 획일적 교육은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것이죠. 그런데 획일적 평가체제를 만들어내는 주범이 바로 국가고사라는 겁니다.

홍/ 교사들이 뭔가 주장하기 전에 스스로 자기변화 과정 보여줘야
이/ 시스템 근본을 바꾸지 않고 교사한테만 능동적 자세 원하는가

=그렇다면 국가고사를 없애라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수능을 없애고, 꼭 필요하다면 일정 정도의 수준만을 평가하는 자격고사로 그 역할을 축소시키자는 겁니다. 그 대신에 교사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평가 자료를 내면 그 자체가 다양성을 갖게 되는 겁니다. 이것을 교사별 평가라고 부릅니다만, 이것은 교사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몇가지 문제가 제기되는데요. 우선, 우리 국민들이 교사에게 그런 자격을 줄 수 있겠는가 하는 겁니다. 신뢰의 문젭니다. 지금까지 교사들이 자율적이지도, 창의적이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두번째는, 사립학교법 개정조차 못하는 우리 상황에서 이런 혁명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얼마만큼 가능성이 있겠는가입니다. 특히 상위권 대학들은 그 자체로 기득권 세력인데, 자기들의 평가권을 포기하겠어요? 지금 수능이라는 시스템 덕에 서열이 유지되는데, 그것을 없앤다고 하면 이른바 명문대학들이 반발할 텐데요. 현실적으로 사립학교법 개정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좀 요원한 얘기 아닐까요?

=교사를 신뢰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인데, 거꾸로 그런 문제가 일어난 원인이 바로 수능이라는 국가고사 체제에 있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교사에게 평가권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겁니다. 국가고사에 의해 획일적인 서열화 체제로 가다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적을 올리려고 하는 범죄행위와 병리현상이 나오는 것입니다. 또 교사가 부정행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평가권을 문제삼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과거에 막걸리에 매수되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제대로 뽑을 수 있겠느냐면서 체육관에서 대통령 선거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런 억지논리처럼 교사가 도덕적으로나 능력면에서 제대로 평가를 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면, 교사들에게 수업은 어떻게 맡깁니까? 수업을 맡겨놓고 평가권을 줄 수 없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입니다. 평가권을 주고 그것이 입시에 주요 자료가 된다고 하면, 엄청난 긴장이 걸리고 책임이 따르게 됩니다. 그러면 평가에 대한 객관성과 타당성,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사들은 더 노력을 할 것입니다. 과도기적인 시행착오나 혼란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교사의 평가권 회복이 대학의 선발권을 무시하거나 박탈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도 다양화·특성화를 추구하면서 스스로 인재를 길러내려고 해야지, 입학시험의 성적으로 서열화된 지위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발상은 정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시대에 뒤처진 전근대적인 생각입니다.

=대학의 서열화 구조가 공교육의 입시 종속 문제의 가장 중요한 맥점이라고 봐요. 그런데 교사의 평가권 회복이라든지 이런 것이 저한테 자꾸 이상론으로 들리는 이유는, 먼저 지금처럼 굳어진 대학 서열화가 혁파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현재 구조화된 기득권 세력의 강고함을 볼 때, 이런 생각이 ‘계란으로 바위치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맞습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대학 서열체제를 깨는 것과 입시제도와 평가체제를 바꾸는 것은 서로 인과관계로 맞물려 있죠. 그래서 이건 함께 해결되어야 맞습니다. 사회개혁 프로그램의 하나로 인식하고 국민적인 사회운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럼 전교조는 지금, 교육의 총제적 위기와 부실이 결국 대학 서열화에 있다고 보고, 대학 평준화를 요구하고 있는 건가요?

=대학 평준화라는 용어는 한국적 상황에서 아직은 국민들에게 생소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국립대학부터 공동 학위제라든지, 학점 교류제를 통해 평준화하자는 의견입니다. 대학의 경쟁력이라는 담론도 있기 때문에, 대학별로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대학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들은 전교조의 활동 범위를 뛰어넘긴 하지만, 지적하신 대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대학교육 개혁이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회개혁적인 문제로 접근해 전국민적, 전사회적인 노력이 모아져야 합니다.

=교사의 평가권 회복, 학교 수업방식의 창조적 변화에 동의하면서도, 그것 역시 이상론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장의 교사들이 공부를 안 한다고 보기 때문인데, 지금까지 매너리즘에 빠져서 연구하는 자세가 부족하고 긴장이 살아있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교사들이 뭔가를 주장하기 전에 스스로 자기 변화의 과정을 모색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들이 안이하다는 질책과 비판이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처방도 교사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니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서 성과급이나 인사와 연계하겠다는 발상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앞뒤가 바뀌었다고 봅니다. 교사가 수동적이고 무사안일적인 측면이 있다면, 그건 군사정권 때부터 그렇게 길러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근본을 바꾸지 않고 교사한테만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새로운 모습을 보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지금같은 입시체제 아래서 학생들이 학원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면, 텅 빈 학교에서 교사가 무얼 하겠습니까? 입시교육을 원하는 학생을 위해 무슨 창의적인 연구를 합니까? 먼저 교사에게 학교 운영권과 평가권을 주고나면, 그때부터 교사의 고민이 시작되지 않겠어요? 시스템의 전환 없이 교사를 무조건 경쟁시키고 평가한다고 해서 교사가 새로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홍 기획위원은 이 위원장이 내건 교육 개혁 방식의 실현 가능성을 집요하게 비판했다. 중고등학교에서의 공교육 붕괴는 입시 체제·대학 서열화 등 ‘현장 밖’의 문제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교조 자신조차도 내부 개혁을 강하게 요구받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의 임기는 겨우 2년이다.

=결국 또 되돌아가는 문제인데, 대학 개혁이 되지 않고서는….

=아뇨, 대학 개혁은 선후 문제로 다룰 게 아니라 동시에 해야 하는 것이란 얘기죠.

=기득권 세력이 향유해온 고리를 끊는다는 혁명적인 생각은 사실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입시에 종속된 학교 교육이 현장에서 과연 어떤 변화를 보일 수 있을지…저로서는 지극히 비관적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무슨 독재국가도 아닌데, 대학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평준화할 수는 없는 일이고요,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서 이룰 수 밖에 없고, 그것은 바로 입시체제를 바꾸는 것입니다.

=교사의 자율권만큼 중요한 것이 학생의 자율권인데, 이런 부분 역시 교사의 힘만으로 될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맞습니다. 교사의 힘만으로 힘듭니다. 교사의 교육적 자율성·자발성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학교 단위의 자치라는 문제입니다. 지금은 교장에게 모든 운영권이 주어져 있어요. 물론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지만 여전히 집행권은 학교장이 갖고 있습니다. 학교 개혁은 학부모, 학생, 교사 이렇게 교육의 3주체가 협력해서 이뤄내야 해요. 학교 운영 시스템을 민주적·자율적인 원리에 맞게 가져가야 합니다. 지금처럼 승진 중심의 운영 시스템이 아니라 교육활동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가 법제화하고, 교장승진 제도를 직급제에서 보직제로 바꿔야 합니다. 한번 교장이 되면 학교 행정가로 신분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임기를 마친 뒤 다시 교단에 서는, 대학의 총·학장처럼 ‘보직’ 개념으로 바꾸자는 것이죠. 이런 부분들이 학교의 민주적 운영에 가장 핵심적인 것들입니다. 이렇게 학교 자치가 이뤄지면 교육과정과 수업방식, 평가가 학교 단위로 기획되고 실천될 수 있습니다. 권한과 자율성을 줬으니 그만큼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교육 3주체에 의한 학교 개혁이라는 부분에서 두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학교라는 것이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운동장의 구실을 해왔잖아요. 이에 대해 교사들 자신이 진지한 고민이나 극복 노력을 활발히 했는가란 것이죠. 저로서는 부정적입니다. 초중학교만 봐도 일제시대 군국주의 일본이 자발적 복종을 요구하기 위해 군사학교를 본따서 만든 것인데, 교사들조차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아요. 그 다음은, 지방분권을 얘기할 때 나타나는 우려입니다. 학교자치만 주장하다가 지방유지, 토호에게 기득권의 폭을 더 넓혀주는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겁니다.

이수일 참교육 실천운동 지역차원 확산 다시 박수받는 대중문동으로

홍세화 10만 조합원 실천 얼마나 10여년 전교조, 퇴보단계 아닌가

=교육 개혁을 말할 때 결국 관건은 교사입니다. 운동의 주체가 누구냐 하면 바로 교사라는 것입니다. 정부의 10년 교육 개혁이 실패했다고 감히 단정하는 이유도 교사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시금 교사에게서 운동의 동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교사가 교육 활동보다는 교장·교감 승진에 연연해하는 구조, 이런 ‘앙시엥 레짐’을 깨뜨려야 해요.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어떤 처방보다 더 크게 교직사회를 흔들고 새바람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건 학교 개혁의 필요조건입니다.

그리고 난 뒤 중요한 것이 운동의 ‘대안적 비전’입니다. 어떤 학교, 어떤 교육을 만들어 갈 것인지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전교조는 나름대로 대안적인 공교육의 새로운 비전을 꾸준히 만들어 왔는데, 그게 바로 ’참교육 운동’입니다. 이번에 전교조는 ‘교육희망21 학교 혁신운동’을 총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정부의 교육 개혁을 비판하고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책임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교육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죠. 전교조 10만 회원이 전체 교직 사회의 30% 정도 밖에 못 미치지만, 우리는 조직화한 교사 집단이기 때문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봐요. 운동이란 게 어쩌면 상당 부분 꿈이고 이상일 수 있죠. 하지만 이게 10만 단위 대중조직이 꾸는 꿈이라면, 사회운동으로서 힘을 갖고 현실화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과연 그 10만 조합원이 운동의 주체로서 얼마나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하고 운동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란 지점에서, 저는 오히려 전교조가 10여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퇴보 단계에 있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감히 드립니다. 흔히 ‘개량화’라고 말하죠. 오늘날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그저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참교육 실천에 참여하는 교사는 10만 조합원 중 극히 일부가 아닌지 하는 비판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그런 비판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지난 선거 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던 것이죠. 선거 슬로건도 ‘다시 박수받는 전교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학교에서 시작하자’는 겁니다. 전교조의 위상과 사회적 기대치도 예전보다 높아져 있습니다.

학교 개혁이라는 것은 교사들의 자기 개혁이 포함된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강화할 것입니다. 먼저 주제별·교과별 교사모임을 집행체계 안으로 들어오도록 운영체제를 바꿔 나갈 계획입니다. 참교육실천운동을 단위 학교에서 시작해서 지역 차원으로 확산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교사 자신의 의식과 실천성을 회복하고 또 활동가를 키워 나갈 것입니다. 올해 우리가 계획한 것이 ‘우리농산물 학교급식운동’인데, 연대사업의 차원을 뛰어넘어 전교조 주요 사업으로 힘있게 추진할 생각이에요. 학부모와 함께 지역 사회에서 학교 급식을 친환경 농산물로 바꿔가는 공동 실천활동을 통해서 조합원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운동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역과 학교 현장에서, 대중적이고 생활적인 실천에 운동의 무게중심을 둬야 합니다. 지금부터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현장 대중운동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교사·학생·학부모회 법제화 ‘학교자치 3주제’ 권한과 책임줘야
홍/ 국자주의적 이데올로기 전파 구실 교사들 고민이나 극복노력 있었나

=문제의식은 정확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운동의 일상성을 교사들이 현장에서 확보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의문입니다. 지금 한국적 상황에서 활동가가 운동의 일상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가란 지점에서도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교육 개혁·운동과 생활의 ‘화해’를 말하는 이 위원장의 의지에 찬 목소리는 거침이 없었다. 그의 논리가 ‘혁명적’이라고 보는 홍 기획위원이 좀더 실현 가능한 해법과 대안을 찾고자 던진 비판도 그침이 없었다. 2시간 남짓 쉴새 없이 이어진 마주보기가 끝날 때까지, 밤새 내린 눈으로 싸늘해진 사무실에 난방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전교조가 전체 교원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대표 조직으로서 제몫을 해야 하는데, 조직 확대가 정체 상태이에요. 사회 전체의 보수화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전교조 내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합법 시대에 걸맞은 전교조의 운동 방식이 필요해요. 전교조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전체가 이런 보편적 문제를 지금 안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과거 군사정권 때와는 상황이 다르고 대중의 요구도 달라졌습니다.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거대담론이 아니라 대중운동으로서 일상적 운동력을 만들어내고, 여기에 기초해서 상승적으로 구조적 변화를 이뤄내야겠다는 겁니다. 운동의 발전 경로가 지역에서 중앙으로, 생활에서 제도로 나아가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동원식 사업보다는 대중의 생활과 실천 속에서 자기를 변화시키고 생활을 바꿔나가고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 이런 것이 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제는 예전처럼 활동가의 헌신적인 자기 희생으로 단기간에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런 국면은 아니라고 봅니다. 개량주의적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현 국면이 요구하는 운동의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량적인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려면 ‘외유내강’의 논리가 필요하죠. ‘외유’는 ‘내강’일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 현실과 운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 단단하고 투철할 때 긍정적일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포섭되는 과정일 뿐입니다. 지금 노동운동을 보더라도, 국가주의·권위주의에 저항하면서 일부는 시장주의 공세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잃고 헤매거나 시장주의에 포섭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외압에 대한 ‘저항’으로 운동을 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운동을 ‘생산’해내야 합니다. 생활 속에서 투철하게 시장주의에 맞설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전교조 10만 조합원들이 사회에 대한 내적 성찰과 비판적 안목으로 단련이 되어있느냐 하는 겁니다.

=지금 하신 말씀은 저희도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시장주의·신자유주의에 포섭돼 운동성을 잃어갈 수 있다는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에 대한 새로운 모럴,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말하자면 진정한 운동에는 ‘사상’이 필요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 노동운동도 대안적 지향으로서 ‘생태주의적 공동체’에 대한 모럴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이 시대 진보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유럽의 적-녹 연대처럼 한국 사회에서도 노동운동이 천착해야 할 대안적 지향일 수 있다고 본다는 거죠. 전교조의 친환경 농산물 급식운동도 그런 운동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과 학교가 연대해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 이러한 새로운 ‘로컬리즘’은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는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보거든요. 전교조가 중심이 되어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생태주의적인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신자유주의적·초국적 자본의 공세에 맞서는 방파제이자 진지 구실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공동체에서 대공동체로, 지역에서 국가로 운동을 확산시키는 새로운 운동전략의 모색과 구상이 필요합니다.

=요컨대, 현재 전교조의 방향성과 관련해 조합원들이 자기 정체성을 일상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느냐란 의문은 계속 남습니다. 지역사회의 운동 조직으로서 전교조는 앞으로 신자유주의와 충돌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생태공동체를 지역 헤게모니로 작동시킬 것인가를 찾는 문제도 앞으로 계속 남게 될 과제라고 보여집니다.

정리/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사진/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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