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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토론과 논쟁 등록 2004.06.21(월) 17:48

정치철학의 고대로 복귀 근대 비판한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을 집필한 몽테스키외(1689~1755)는 근대 주권이론과 사회계약론을 비판하고, 권력분립에 입각한 혼합 군주정체를 옹호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홉스의 사회계약론을 비판하며 정치적 공동체란 “인위적 창조물”이 아니기에 “사회가 자연상태의 개인 간의 계약에 의해 성립된다는 발상이야말로 무의미하다”는 견해를 취한다. 그에게 인간이란 본성상으로 “사회적 존재”일 수밖에 없고, 정치적 사회란 인간 본성에 합치되는 자연적 현상일 뿐이었다.

몽테스키외는 인간은 자연법에 구속된다고 본다. 그런데 ‘자연법’이란 인간의 본성에 근거하는 법이기에, 인간은 정치적 공동체에 참여하고 사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에 복무해야 한다는 규정이 당연히 포함된다. 그 이외의 경우에 자연법이란 인간 이성과 동일한 것으로서, 인간은 이성을 사용하여 자연법을 인식하여 실정화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퀴나스의 정치철학을 이해하는 독자라면, 이와 같은 논변의 연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쉽게 식별할 것이다. 몽테스키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규정으로 돌아가서 홉스 이래로의 근대 정치철학의 기초인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몽테스키외의 정치철학은 정치적 고전-고대의 복권으로 볼 수 있다. 이 복권은 동시에 근대적 보편주의에 대한 반박을 함축한다. 이성의 사용에 의한 자연법의 실정화와 관련해, 그는 민족의 문화와 풍토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실정법적 차이를 인정한다. 현대 정치철학의 용어로 말하자면, 특수주의적 입장을 취한다. 그래서 몽테스키외의 정치철학에는 찰스 테일러 등과 같은 현대의 공동체주의자들의 근본 관점들의 거의 모두가 이미 전제돼 있다. 고전-고대로부터 영감을 끌어내는 근대 비판은 18세기에서도 전개되고 있었던 셈이다.

몽테스키외를 정치사상사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으면 안 될 인물로 만든 요소는 아마도 권력분립론일 것이다. 권력분립론은 “법에 구속되지 않은 주권자”(보댕), 또는 늑대를 양으로 탈바꿈시키는 사회계약에 참여하지 않은 국외자 늑대로 표상되는 홉스의 주권 개념을 탈주권화한다. 우선 몽테스키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에 따라 공동체 전체에 기여하는 ‘좋은 정체’와 주권자의 사익에 기여하는 ‘나쁜 정체’를 구분한다. 그는 전제정을 후자로서 보고, 군주정이 좋은 정체가 될 조건을 따진다. 그리고 그것은 ‘절도’ 또는 ‘균형’의 덕목이었다. “균형의 정신은 입법자의 정신이 되어야 한다. 정치적 선은-도덕적 선도 마찬가지이지만-언제나 양극단 사이에 있다.” 몽테스키외가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전통에 첨가한 가장 중요한 원리가 바로 이 정치적 ‘균형’과 ‘조화’이며, 그것은 권력분립이라는 형태로 제시된다. 공화제적 ‘덕’과 군주제적 ‘명예’와 전제정에 대한 ‘공포’라는 세 가지 원칙은 군주의 행정권력과 입법, 사법이 분립되는 상태를 좋은 정체로 판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금민/사회비판아카데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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