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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6.28(월) 17:39

‘사회’와 구별되는 ‘공동체’ 개념정립한 사회학자 퇴니에스


페르디난트 퇴니에스(1855~1936)는 ‘공동체’와 ‘사회’를 각기 구별되는 인간관계의 역사적 유형으로 파악해 상세한 분석을 시도한 사회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근대의 대두는 전통적 공동체가 해체되면서 개인들의 고유한 이해관계가 전사회적 운동의 중심에 놓이게 된 것을 뜻한다. 탈전통사회는 그 안에 내재된 이해관계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삶의 조건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감으로써 쉽사리 갈등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주의에 젖어 있었다. 이런 낙관주의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머지않아 근대사회의 내부로부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생겨난 것이다. 이해관계의 갈등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계급 간의 갈등으로 상승한다. 갈등이 야기한 사회적 위기에 직면해 사회적 갈등의 동역학이 중지되기를 갈망하는 부르주아 진영의 일각에서는 전통적 공동체를 사회의 모델로 일반화하려는 이론 전략을 구사한다. 고유의 이해관계를 지닌 개인들을 다시 국가와 같은 상위의 ‘사회적 유기체’ 속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다.

퇴니에스의 분석에는 이런 시도에 대한 근본적 비판이라는 논쟁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는 공동체가 이해와 신뢰를 통해 유지되며, 결속감과 사랑이 선험적으로 지배하는 곳이라고 파악한다. 그는 이런 사회적 결속수단이 장기간의 과정에서 의미를 상실하며, 이 과정이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제 ‘사회’에서 전통적 ‘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은 퇴니에스에게 그리 즐거운 것이 아니었다. 사회는 “개인들이 똑같은 고립과 은폐된 적대감을 고수하며 서로 대립해 있는 공생관계와 사회적 상태”를 의미했다. 그는 근대사회가 ‘병적으로’ 굴러가고 있으며 온갖 이론적이고 입법적인 선의도 그것을 단지 수정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진단한다.

퇴니에스의 이론적 비관주의는 그가 평생 보여준 정치적 참여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그는 비스마르크의 사회주의자 탄압법과 정치적 부활 시도에 맞서 싸웠고 보통선거권 및 평등선거권의 도입을 외쳤으며, 고령의 나이에도 적지 않은 개인적 피해를 감수하면서 파시즘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 또한 그는 “근대문화의 점진적 해체”가 두 가지 상이한 방식 속에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다. 첫째는 낡은 형태들을 폭력적으로 유지함으로써, 곧 화석화되는 방식으로서이며 둘째는 이 형태들이 변화된 내용에 적응함으로써, 즉 상대적 갱신으로서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퇴니에스가 ‘공동체’와 ‘사회’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규정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 개념 자체를 이미 역사적으로 가변적인 것이라고 파악하고자 한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로써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지는 전통적 ‘공동체’를 대신해 새로운 ‘공동체’를 구상할 수 있는 희망만큼은 적어도 살아남게 된다.

주정립/호남대 연구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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