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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6.07(월) 18:04

미국 1차대전 참전 반대한 전투적 아나키스트 골드만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던 1917년 4월, 그때까지 유럽의 전쟁에 끼어들지 않았던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은 “세계의 민주주의를 위해” 참전한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참전 분위기로 가던 1916년부터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여러 사람들이 전쟁에 반대하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런 반전 움직임 속에서 가장 단호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이 러시아 이민자인 에마 골드만(1869~1940)이다. 전투적인 아나키스트인 골드만은 국가가 전쟁을 할 권리가 없다고 믿었다. 더구나 그녀가 보기에 제1차 세계대전은 현대 전쟁 가운데 최악이었다. 겉으로는 세계의 안전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 전쟁은 자본가의 이익을 위한 제국주의적 모험에 불과하며, 그 희생자는 전세계의 노동자 계급과 피억압 인민이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골드만은 자신이 발간하던 잡지 〈어머니 대지〉와 반전 집회에서의 수많은 연설을 통해 정력적으로 반전을 호소했다. 1917년 5월 뉴욕에서 열린 징집 반대 집회에서 그는 미국이 민주주의를 위해 전쟁에 참여한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왜 국내에서부터 민주주의를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지 않느냐고 반문함으로써 이 전쟁의 본질을 폭로한다.

더 나아가 그는 “전유럽에서 민주주의가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이때 국가가 “민주주의를 위해 사람들에게 목숨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 전쟁은 “군사력을 위한 전쟁”이며, “돈을 위한 전쟁”이고,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이 애써서 얻은 약간의 자유마저 짓밟아 버리려는 목적을 위한 전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전쟁을 거부해야 하며, 정말로 싸우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전장에서 군사주의와 전쟁에 반대해서 싸워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이러한 반전 활동에 대해 미국 정부는 골드만과 그의 동지인 알렉산드르 베르크만을 체포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두 사람은 징병 반대를 도모했다는 죄목으로 2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1919년 9월, 형기를 마친 두 사람은 석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법무부 정보국장 에드거 후버에게 체포되었다.

그는 모든 외국인 급진주의자들을 추방할 계획을 실행하려고 했었고, 골드만과 같은 아나키스트는 당연히 그 대상이었다. 결국 1919년 12월 골드만과 베르크만 등을 포함한 200명이 넘는 외국 태생 급진주의자들은 미국에서 추방되어 소련으로 향했다. “인류의 필요에 부응하며, 사람들을 좀더 인간적으로 만드는 법만을 인정했던” 골드만이 추방을 그리 절망적으로 느꼈을 가능성은 없지만….

안효상/서울대 강사, 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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