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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5.24(월) 21:35

종교적 관용·사유재산권 등 근대 주권론 선구 장 보댕


장 보댕(1529~1596)은 프랑스의 종교전쟁기의 인물로서 칼뱅파 위그노에 속했다. 리옹의 로마법 교수였고, 경제사상사적으로는 중상주의와 화폐수량설의 선구자였다. 보댕이 〈국가에 관한 여섯 편의 책〉(1576)에서 펼친 주권론은 마키아벨리의 ‘국가이성’이라는 개념과 함께 근대 주권국가의 이론적 기초로 평가된다.

종교전쟁기의 혼란상태에 직면해 보댕은 국가만이 질서의 수호자이고, 국가는 주권이 존재할 경우에만 성립한다고 보았다. 주권이란 그 행사에서 신민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으로서 “국가에서 최고, 영속적, 단일적, 초법적인 권력”이다. “주권은 군주에게 속하며, 주권자는 주권의 구체적인 징표로서 입법, 선전강화, 공직 임명, 재판, 사면, 화폐, 도량형, 과세의 8권을 가진다.”

보댕의 주권론의 핵심은 “법으로부터 구속받지 않는 주권자”라는 원칙이다. 이 개념은 국가주권을 외부적으로는 황제권이나 교황권 등의 구속으로부터 해방하고, 내부적으로는 봉건제후와의 계약으로부터 주권자인 국왕을 자유롭게 만들기 위한 고안물이다. 중요한 점은 보댕이 주권자를 ‘법’으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할 때, ‘법’의 개념이다. 이때 ‘법’은 인간 상호간의 동의나 계약에 의해 성립된 규칙을 의미하지 신의 법이나 자연법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 종류의 법은 인간의 동의와 무관하게 관철되므로 당연히 주권자를 구속한다.

보댕은 재산권,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주권자조차 구속하는 자연법의 내용으로서 파악했다. 따라서 조세징수권처럼 자연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신민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비록 절대주의 체제를 옹호했고, 군주정을 가장 완벽한 국가 형태로 이해했으나, 중세적 복종계약의 체계로부터 자유로운 절대왕정을 통하여 종교적 관용과 사유 재산권의 보장을 꾀하고자 했던 것이다.

국민주권의 관점에서 본다면, 보댕의 군주주권론은 더는 현재성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그 논리구조는 국민주권 개념에 대해서도 여전히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주권의 최대 기능은 법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그러하다. 국민이나 국민의 대표는 주권자로서 법률을 개폐할 수 있다. 물론 헌법국가적 질서 안에서 헌법은 법률에 대해, 중세에 자연법이 계약에 대해 가지는 관계와 유사한 관계를 가진다. 그러나 국민은 주권자로서 헌법조차 개정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주권의 법창설적 기능은 보댕의 주권론으로부터 연원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의 시사점은 권력분립과 국민주권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권력분립론에 의거하여 주권이 분할되어 있더라도 분할된 권력은 주권자로서의 국민이라는 단일한 원천을 가진다는 점이다. 만약 국가권력 간의 충돌을 해결할 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입법권과 마찬가지로 국민주권에 근거하는 행정권의 행사에서 장기적인 장애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헌법 자체의 구성 오류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금민/사회비판아카데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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