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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5.03(월) 17:15

흑인지도자가 감수한 분리론 질타한 두보이스


남북전쟁 속의 노예 해방령과 만인에 대한 법의 평등한 보호를 명시한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를 통해 미국의 흑인들은 새로운 자유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부의 주들은 ‘흑인법’과 관습, 물리적 위협 등을 통해 흑인들에게 정치적, 사회적 차별을 강요했다. 게다가 해방된 대부분의 흑인들은 가혹한 조건의 소작과 부채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흑인 사회의 지도적 인물로 부상한 것이 부커 워싱턴(1856~1915)이었다.

햄튼 기술학교 출신인 그는 흑인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다른 무엇보다도 직업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앨라배마주에 터스키기 기술 학교를 세웠다. 산업 시대의 발전 속에서 워싱턴의 이런 주장은 일견 타당한 것이었고, 흑인뿐 아니라 북부의 자유주의자와 산업가들에게도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워싱턴은 현재의 조건에서 흑인들이 경제적, 교육적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백인들의 협조가 필요하고, 따라서 흑인 쪽에서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양보는 흑인들이 일정 기간 정치적 참여의 권리를 포기하고, 인종 차별(분리)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이런 그의 생각이 공식적으로 표명된 것이 이른바 애틀랜타 타협 연설이었다. 1895년 애틀랜타에서 열린 면화 박람회에서 그는 “순수하게 사회적인 모든 일에서 우리는 손가락처럼 서로 분리될 수 있다. 그러나 상호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모든 일에서 우리는 하나의 손이 될 수 있다”는 유명한 ‘손가락 연설’을 통해 인종 차별을 받아들이면서 흑백 간의 선의와 이해를 촉구했다.

이런 워싱턴의 현실주의적 태도를 굴종적인 것이라고 비판한 사람이 윌리엄 두보이스(1868~1963)였다. 하버드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고 애틀랜타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던 그는 <흑인의 영혼>(1903)에서 워싱턴의 주장이 오래된 흑인 사상의 한 갈래인 순종적인 태도의 연장선에 있으며, 그런 순종적인 태도가 산업 발전의 시기를 맞이하여 노동과 화폐를 중시하는 경제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워싱턴의 이런 주장은 흑인이 열등하다는 생각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주장한다.

대신 두보이스는 투표권, 시민적 평등, 재능 있는 흑인 젊은이의 고등 교육 등이 즉각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워싱턴이 말하는 흑인들의 경제적 향상도 사실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재능 있는 일부 청년들에게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만 흑인들이 높은 문화와 문명을 향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두보이스의 문제 제기는 전국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결성을 계기로 즉각적인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는 좀더 급진적인 흑인 운동으로 이어졌다. 안효상/서울대 강사, 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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