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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토론과 논쟁 등록 2004.04.26(월) 19:39

"재산은 사회악의 근원” 무정부주의 초석 프루동

“재산은 도둑질이다!”, “신은 악이다!”, “최선의 정부는 무정부이다!” 이런 유의, 스스로가 보기에도 “가공할 공식들”을 통해 프루동(1809~1865)은 동시대인들을 경악시켰다.

무정부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의 노동운동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는 프루동은 독학으로 ‘자수성가’한 이론가였다. 그는 가난한 부모 밑에서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으며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학업을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다. 일찌감치 사회적 불평등에 눈뜬 프루동은 스스로의 잘못이나 책임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의식하면서 사회정의의 문제를 파헤치게 된다.

프루동의 표적이 된 것은 무엇보다 재산이었다. 그는 부의 불공정한 분배가 많은 사회적 악의 근원이라고 믿었다. 현존하는 소유관계와 분업, 화폐체계는 자본가에게 점증하는 부를, 노동자에게 물질적·정신적 궁핍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프루동이 소유 자체를 송두리째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노동으로 생긴 재산이 아니면 그것은 비도덕적이며 궁극적으로 노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도둑질”이라는 것이다. 그가 지향하는 사회는 자신들의 노동수단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자유롭고 주권을 갖는 소생산자들의 사회이다. 여기서 생산자들은 각자의 노동과 공정한 교환을 통해 사회정의와 자유, “동등한 소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는 철저히 분권적이며 상향식으로 이루어지는 연방적 구조를 지님으로써 새로운 독재의 성립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이렇게 자율적인 사회의 귀결은 국가의 소멸 즉 ‘무정부’ 상태일 것이다. 이제까지 무정부란 말은 ‘법의 부재’로 이해되어 ‘무질서’와 동의어였다. 그러나 프루동에게는 국가와 부의 불평등한 분배가 혼란의 진정한 근원이었다. 자율적인 사회에서 지배의 소멸은 이러한 근원들을 제거하기 때문에 ‘무정부가 질서’라고 말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었다.

의회주의를 원칙적으로 거부하면서도 의회에 진출한 프루동은 때로는 도발적 항의를 통해, 때로는 진지한 제안을 통해 부르주아적 장치를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화폐와 자본으로부터 야기되는 사회적 폐해를 제거하는 데 관심이 컸던 그는 모든 부채와 이윤을 무효화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만약 그러지 않을 경우 프롤레타리아 계급 스스로가 자기 힘으로 이를 관철시킬 것이라 경고한다. 경악한 의원들은 “그건 사회적 전쟁이다!”고 외치면서 692대2로 동의안을 부결시킨다. 프루동은 결국 의회가 정치적 선전을 위한 무대로서도, 근본적 변화를 관철시킬 장으로서도 부적절함을 깨닫게 된다. 의회에 대해 이처럼 부정적 경험을 한 프루동에게 선거는 지배계급에게 주기적으로 지배와 억압에 대한 정당성을 선사해 주는 제도일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선거는 반혁명”이었다.

주정립/호남대 연구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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