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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토론과 논쟁 등록 2004.03.29(월) 19:47

“지배계급의 도구 국가는 인민에게 교육받아야 한다”

새로운 국가 탄생을 믿은 마르크스

마르크스(1818~1883)가 벌인 수많은 논쟁 중 국가의 성격을 둘러싸고 바쿠닌, 라살과 벌인 논쟁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정부주의자 바쿠닌의 눈에 모든 국가는 착취와 예속관계, 소수의 특권이 유지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하며 모든 사회적 악의 근원이었다. 이러한 시각에서 바쿠닌은 마르크스를 공격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인민은 국가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강화하고 격상시킨 형태로 그 시혜자이자 감시자이며 스승인 공산주의 정당의 지도자들 손에 넘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바쿠닌은 “이들은 정부의 모든 권력을 엄격한 손에 집중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인민이 무지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부가 인민을 엄격하고 면밀하게 지도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바쿠닌의 지적은 뒷날 현실 사회주의의 일당독재체제를 예언하는 듯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으나 마르크스의 이론 자체에 대해서는 왜곡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마르크스도 국가를 계급지배의 도구로 파악했으며 계급이 사라진 사회 속에서 국가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라 내다보았다. 그러나 바쿠닌이 기존의 법, 국가, 사유재산을 단칼에 분쇄함으로써 인민에게 일거에 해방을 안겨줄 혁명적 봉기를 꿈꾸었다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지양이 “긴 투쟁”의 지난한 역사적 과정 속에서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프롤레타리아계급의 독재는 현실 사회주의 체제에서 당독재로 변질되었으나 그 원래의 의도는 사회의 다수인 “프롤레타리아계급이 스스로를 지배계급으로 고양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쟁취한다”는 데 있었다.

바쿠닌이 마르크스에 대해 제기한 국가주의의 의혹이 근거가 없었음은 마르크스가 라살주의자들의 국가물신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마르크스는 당시 독일사회주의노동당이 라살의 영향 아래서 “자유로운 국가”를 지향하는 것에 대해 “자유는 국가를 사회에 대해 상위의 기관으로부터 사회에 대해 철두철미 하위의 기관으로 전환시키는데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인민이 “국가로부터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는 게 아니라 “거꾸로 국가가 인민으로부터 매우 혹독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에 대한 이러한 비판적 견해는 의회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입법의회는 그 자체의 권한이 없다. 인민은 의회에 단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 줄 것을 위임했을 뿐이다. 의회가 위임된 과제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그 위임은 소멸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민이 몸소 무대에 등장하여 스스로의 절대적 주권에 입각해 행위하게 된다.”

주정립/호남대 연구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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