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나무/오규원
어제 내린 눈이 어제에 있지 않고

오늘 위에 쌓여 있습니다

눈은 그래도 여전히 희고 부드럽고

개나리 울타리 근처에서 찍히는


새의 발자국에는 깊이가 생기고 있습니다

어제의 새들은 그러나 발자국만

오늘 위에 있고 몸은

어제 위의 눈에서 거닐고 있습니다

작은 돌들은 아직도 여기에

있었다거나 있다거나 하지 않고

나무들은 모두 눈을 뚫고 서서

잎 하나 없는 가지를 가지의 허공과

허공의 가지 사이에 집어넣고 있습니다

-시집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문학과지성사)에서

1941년 경남 삼량진에서 출생해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65는 <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초회 추천되었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분명한 사건>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등이 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기사등록 : 2005-07-10 오후 09:07:00기사수정 : 2005-07-13 오전 04:07:41
한겨레 (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