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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2.23(일)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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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정부, 오는 정부


내일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그 무엇보다도 정치와 권력이 만사를 지배하는 이 나라에서 또 하나의 큰 사건이 펼쳐지는 날이다.

그동안 군사독재붕괴 이래 양김대통령의 취임은 그 나름대로 역사적 의미가 큰 전환점이었다. 1993년 들어선 김영삼 정부는 하나회를 해체하고 `반란수괴 전두환과 종범 노태우’를 법정에 세움으로써 민주주의 복원의 첫걸음을 기록했다. 1998년 반세기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실현한 김대중 정부는 국가적 부도사태의 재앙을 수습하고, 6·15공동선언을 이룩했다.

양김시대에 이어 등장하는 노무현 당선자도 여러가지 뜻에서 우리 헌정사에 없었던 파격적인 청와대의 주인이 될 것이다. 그는 50대의 대통령이요, 학벌의 디딤돌 없이 입신해서 대통령이라는 정치의 정상에 올라섰다. 무엇보다도 그는 이렇다할 기득권이 없는 정치인으로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그는 지역파벌구조가 정치의 기본틀인 이 나라에서 경상도 사람이면서 전라도의 지지를 받아, 지역파벌구조를 뛰어넘은 정치지도자가 됐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득권이 없고, 과거에 대한 빚도 없는 청와대의 주인이 된다.

그것은 노무현 정부의 자산이지만, 동시에 약점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5년 전 김대중 대통령은 자민련과의 공동정부로 집권했지만, 공동정부가 깨지면서 소수파정부가 됐다. 다수당인 한나라당과 과점신문에 포위된 정치적 포로와도 같은 상태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40년 가까운 민주화투쟁과정에서 형성된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이러한 카리스마가 없는 노무현 정부는 그만큼 불리한 여건속에서 출범하는 것이다.

물론 이른바 `집권야당’과 과점신문들의 철통같은 연합체를 물리친 노무현 정부에게는 선거에서 얻은 득표수 이상의 힘과 위엄이 있다. 아마 국회를 지배하는 한나라당도 김대중 정부를 괴롭혔던 것처럼 노무현 정부를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준 유권자에게도 도전하지는 못할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결국 노무현 정부의 힘의 뿌리는 국민의 가슴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앞으로 5년 동안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청산해야 할 과거를 단 한번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 부패한 폭력의 암흑기였던 5공시절 정치군인의 시녀노릇을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기득권의 상속자로 `거물 정치인’ 행세를 하고 있다. `국세청 모금’이라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도 이석희 당시 국세청 차장이 줄행랑친 미국에서 송환되지 않아 어둠 속에 묻힐 판이다.

그동안 특정 정당의 나팔수 노릇을 해온 과점신문들은 이 나라를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철천지 원수들’의 집합체로 만들었다. 사회적 통합은 이미 갈기갈기 찢겼고, 민주주의의 위기가 지척에 와 있다.

그래서 `언론개혁’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국가적 생존·발전을 위해 반드시 이룩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이 나라 최고의 권력자인 과점신문과 그 오너들의 목에 방울을 달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언론개혁은 불가피하게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치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이 어려운 언론개혁과 확실한 과거청산이 노무현 정부 시대에 기필코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국가경제를 거덜내서 아이엠에프를 불러들인 집단을 원내 다수당으로 만들어 준 게 이 나라의 유권자였다. 세계에 둘도 없는 엉터리 유권자였다. 그러나 그 유권자가 노무현 정부를 선택함으로써 파격적인 새 정부를 갖게 됐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를 내걸기로 했다 한다. 중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집권 초에 마음먹은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는 것이다.

정경희/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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