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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2.02(일)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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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한국인’의 나라


이 나라에는 기득권도 많고 특권도 많다. 중앙선 침범, 신호위반, 불법주차 등도 특권이 되고 기득권이 된다.

자가용족들이 눈 딱 감고 저지르는 교통위반을 신고하는 이른바 `카파라치’가 등장 2년9개월만인 지난 연말 `전문 신고꾼’으로 몰려 퇴출됐다. 그동안 언론매체들은 `1건 신고에 보상금 2천원’을 챙기는 카파라치를 마치 부도덕한 소매치기 다루듯 쪼아댔다. 경찰청은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신고보상금 예산폐기 방침에 동의하면서 말했다. “보상금 제도가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안전시설 개선 등에 기여한 점도 있지만, 전문 신고꾼이 양산되고 국민 상호간에 불신감이 조성되는 등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교통위반의 기득권 행사를 방해하는 카파라치는 승용차족의 압력에 직면해서 퇴출당한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보다 한발 앞서 가려는 `반칙 선수들’이 아우성이다. 이들은 평준화된 공교육의 울타리 밖에서 `내 자식’만은 1류 시험선수로 만들기 위해 보습·입시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대학입시에 대비한다고 여섯살박이에게 철학과외를 시키고, 두 아이에게 23개의 과외를 시키는 30대 엄마도 있다고 한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만 하던 초등학교 5학년생이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일기장을 남기고 자살하는 비극도 있었다(지난해 11월). 전교조·대한변협 등 13개 사회단체들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내놓은 보고서는 “전국 초중고생 100명 중 55명이 과외를 받고 있고, 과외비 지출 규모가 55억원을 넘는다”고 했다(<한겨레> 1월27일치).

우리의 문제는 맹자 어머니, 아들 율곡 이이(1536~1584)를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학자로 키운 신사임당(1504~1551)이 줄잡아 1천만명이나 된다는 데에 있다. 이제 밥술이나 먹게 되고보니 이 나라는 모든 학부모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뛰는 막무가내 이기주의의 난장판이 됐다. 이 땅에 이들 억척 학부모들이 존재하는 한, 교육의 정상화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또 이 나라에는 노예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이 나라에 와서 노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더러는 산업재해로 불구가 된 채 인생을 포기해야 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렇다. 울 안에 갇힌 동물처럼 감금된 상태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는 러시아와 필리핀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차마 얼굴을 들고 바라볼 수 없는 치욕적인 사실이다.

모든 게임에는 규칙이 있지만, 이 나라에는 규칙이 없다. 우리는 만인이 만인을 적으로 삼고 싸우는 정글 속에서 살고 있다. 품위도 염치도 팽개치고 오직 `내앞’만 바라보고 뛰고 있다. 모두가 `추한 한국인’이요, 모두가 제가끔 크건 작건 부패한 사람들의 나라다.

지금 `개혁’이라는 말이 유행가처럼 요란하다. 한마디로 `개혁’이라고 하지만, 당면한 과제는 `정치개혁’이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이 실감할 수 있는 개혁의 첫걸음은 `추한 과거’에 연루된 사람들을 퇴출시키는 `사람의 과거청산’이다. 사람의 과거청산 없는 개혁논의는 무의미할 뿐 아니라, 결국 정치적 속임수가 될 것이다. 군사독재의 하수인으로 권세를 누렸던 사람들, 특히 3당합당을 통해 살아남아 지금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사람들을 청산해야 할 것이다.

과거 조선왕조의 임금은 “도덕군자가 돼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요하는 신하들에 의해 포위된 도덕적 상징이요, 권력의 상징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오늘의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은 이기심만으로 뭉쳐 규칙도 염치도 품위도 내팽개친 `추한 한국인들’이다. 이 추한 한국인들이 과연 정치를 다그쳐 과거청산과 개혁을 할 수 있을까 우리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모두 이런 반성과 위기의식이 없다면 개혁은 허무한 꿈으로 끝날 것이다.

정경희/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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