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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1.12(일)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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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라… /정경희


올해가 한-미 동맹 50돌이 된다. 6·25 이후 한-미 방위조약이 체결된 지 반세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 반세기 동안 두 나라의 동맹관계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애치슨 라인’이라는 말은 지금의 세대에게 임진왜란 얘기보다도 생소할지 모른다. 53년 전인 1950년 1월12일 미국 국무장관 애치슨은 아시아 전략에 관한 연설을 하면서 ‘태평양 방어선’이란 말을 했다. 그는 미국의 방어선은 ‘필리핀∼오키나와∼일본∼알류산열도∼알래스카’라고 했다. 미국의 태평양 방어선에서 한국이 제외됐던 것이다. 깜짝 놀란 이승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치슨 라인은 수정되지 않은 채 6·25가 터졌다. 이에 윤치영·임병직·임영신 등 이승만의 측근들은 “애치슨이 김일성의 침략야욕을 촉발했다”고 비난했다.

그로부터 27년 뒤인 77년 지미 카터가 ‘주한미군 철수’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돼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그는 박정희에게 “유신독재를 포기하라”고 강력하게 다그치면서 주한미군 철수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 관료들과 싱글로브 소장 등 주한미군과 국방부 고위 군지도부의 저항이 표면화됐다. 또 언론과 의회의 비판에 직면해 카터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포기해야 했다.

그로부터 또 20여년이 흐른 지금 미국의 일부 논객들이 다시 주한미군 철수론을 들고 나왔다. 그 발단은 미 군사법정의 여중생 사망사건 무죄평결에 항의하는 촛불시위였다. 한국민이 부시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주둔군지위협정(소파)의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동맹국 국민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었다. 적어도 미국은 왜 무죄인지 성실하게 설명해야 할 정치적·도의적 의무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무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공개사과는커녕 촛불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애초에 ‘반미’와는 관계가 없는 촛불시위에서 ‘반미구호’가 나오도록 만든 것은 결국 미국이요, 부시 대통령의 오만이었다.

게다가 ‘북한 핵’이 불거지면서 미국의 일부 보수논객들은 한국이 부시의 강경노선에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는 데 분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이나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은 “한국민이 원치 않는다면 주한미군을 철수하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논객 로버트 노박의 칼럼(6일치)은 김대중 대통령을 “한국 역사상 가장 반미적인 대통령”이라고 하고, 노무현 당선자를 “반미를 기조로 선거운동을 했던” 후보라고 했다. 또 “오늘날 한국인들은 미국인들이 한국전쟁에서 흘린 피에 고마워하지도 않고 기억하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제 미국은 “한국이 스스로 자체 방어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보수논객의 공통된 생각은 주한미군이 “일방적으로 은혜를 베풀기 위해” 존재해 왔다고 믿는 것이다. 전후 45년 동안 혹독한 냉전시대에 주한미군은 한국과 미국이 서로 필요했기 때문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뉴욕타임스>(5일치)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 중국의 군비확장, 북의 핵 개발 촉진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지금 중국은 13억 인구가 경제대국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역할이 안정적으로 가시화되고, 지역 안보기구가 구성될 때까지 미국은 아시아 대륙 유일의 군사거점인 주한미군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통일한국과 미국은 중국과 힘의 균형을 위해 서로 필요할지도 모른다.

독재정치는 ‘위기’를 먹고 산다. 부시의 강경책은 그가 미워하는 독재를 강화시켜주는 보약이 될 뿐이다. 미국의 소수 보수논객들의 천박한 주장은 한국의 기득권 집단과 과점신문들이 즐겼던 색깔시비의 복사판이다. 우리의 문제는 ‘부시보다 더 부시다운’ 한국 안의 강경론이다.

정경희/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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