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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2.07.07(일)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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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고추와 정의사회/ 정경희


흔히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귀중한 천연자원은 ‘추운 겨울’이다.

세상을 얼어붙게 하는 겨울의 강추위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봄·여름에 땀흘려 부지런히 일하고, 거둔 것을 소중하게 저장하고 근검·절약해서 다음 1년, 또 그 다음에 대비하는 합리적 경영을 생활규범으로 삼아왔다.

그래서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말하기를 “문명은 적절한 도전과 대응 속에 발전한다”고 했다. 1년 내내 뜨거운 열대지방이나, 반대로 혹독한 추위만 있는 시베리아에 문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아마 1960년대초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저자나 책의 이름은 잊었지만 꽤 두툼한 미국의 지리학 책을 읽은 기억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반도에 자리잡고 있는 민족들은 독립심이 강하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그 예로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를 꼽은 다음, “그리고 코리아”라고 했다.

일제 강점에서 주권을 찾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민족적 자긍심은 상처받아 몸부림치고 있을 때였다. 필자는 허기진 자긍심이 채워지는 감동을 느꼈다.

우리는 고려 초인 10세기 말부터 대규모 외침을 네 차례 겪었다.

거란은 고려 성종 12년(993) 80만 대군으로 시작해서 현종 9년(1018)까지 세 차례에 걸쳐 침공해 왔다. 그러나 두 나라는 사실상 대등한 관계로 끝났다.

고려는 또 고종 5년(1218)부터 원종 1년(1260)까지 42년 동안 동서양을 석권한 몽고와 싸웠다. 그 결말은 원나라와 혼인동맹을 맺는 형식으로 끝났다.

조선시대 임진왜란(1592) 때 왜군은 15만, 정유재란(1597) 때 왜군은 14만으로 침공해 왔다. 필자가 만난 일본의 한 임진왜란 전문가는 이때 왜군은 70%의 사상자를 내고 “패퇴한 전쟁”이라고 했다.

네번째 대규모 외침은 ‘병자호란’이었다. 인조 15년(1637) 음력 정월 30일 임금이 남한산성에서 나와 10만 대군으로 침공해온 청 태종 앞에 항복하는 치욕을 당한 국난이었다.

혹독한 추위를 이기고 살아야 하는 땅에서, ‘오랑캐’ 이민족의 대규모 외침과 싸우면서 삶을 지켜야 했던 역사적 체험 속에서 우리는 민족을 형성해 왔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다. 이처럼 척박한 조건 속에서 오늘에 이른 동북아의 작은 나라가 세계에서 보기 드문 ‘매운 고추’가 됐다.

국제축구연맹 랭킹 40위의 이름없는 한국대표팀. 몸집도 작은 선수들이 악착같이 뛰면서 4강까지 올라가는 모습은 전형적인 ‘매운 고추’였다.

또 수백만의 젊은 남녀들이 붉은 셔츠를 입고 일사불란하게 “대~한민국”을 합창한 거리응원은 동기만 주어지면 똘똘 뭉치는 당찬 한국인의 매서운 얼굴을 세계에 보여줬다.

30여년 전만 해도 유럽에서는 ‘한국’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호텔이나 가게나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으레 “중국인이냐”고 묻게 마련이었다.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면 틀림없이 “일본인이냐”고 하게 마련이다. 그것도 아니라고 하면 “그럼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라고 묻는 게 순서였다.

그러나 월드컵축구를 거쳐 한국과 한국인은 하루아침에 세계의 스타가 됐다.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작은 고추 한국축구, 그리고 똘똘 뭉쳐 한덩어리가 된 ‘붉은 악마’의 함성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또 우리 스스로 놀랐다.

그러나 최고의 스타는 두말할 것도 없이 2002 한-일 월드컵축구의 우승자인 브라질 대표팀이요, 브라질이다. 그것을 제쳐두고 한국축구 4강 진출과 거리응원에 대한 찬사에만 집착한다면 지나친 자화자찬이 될 것이다.

또한 그 열기를 식히고 ‘현실’에 눈을 돌리는 자세 전환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축구도 좋지만, 좀더 인간답고 좀더 정의로운 국가사회를 만드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매운 고추’의 에너지를 결집해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꿈을 준비하자.

정경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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