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 씨네21 | 한겨레21 | 이코노미21 | 하니리포터 | 초록마을 | 쇼핑 | 교육 | 여행 |

 

여론칼럼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 국제 | 증권 | 문화생활 | IT과학 | 만화만평

전체기사 지난기사

home > 죽비소리

편집 2002.06.16(일) 19:51

| 검색 상세검색

‘붉은 악마’가 준 교훈/ 정경희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유행’에 민감하다. 별볼일없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나 여기저기 이름이 오르내리는 스타급 지식인들도 유행가의 가수처럼 유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화’라는 유행가를 좋아한다. ‘세계화’는 6년5개월 전인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이 연두회견(1월6일)에서 열여섯 차례 언급한 뒤부터 만인이 합창하는 유행가가 됐다.

그 이듬해 덜컥 국가경제가 거덜나 이른바 ‘아이엠에프 사태’가 되자, 우리는 국제 금융·산업의 큰손들에게 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야 했다.

이제 세계화는 한국이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발전하기 위해 유일한 길이라고 만인이 합창하고 있다. 치욕적인 외환위기를 벗어난 것도 과감하게 시장을 개방한 덕분이라고 합창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뜻밖의 이변이 일어났다. ‘붉은 악마’의 이변이다. “대~한 민 국”이라는 거대한 함성이 ‘세계화’에 길들여진 우리 귀를 놀라게 했다. 그것도 붉은 셔츠를 입은 청년 남녀들이 서울의 광화문과 시청앞을 비롯해서 전국 대도시의 광장과 거리에 100만명이나 운집해서 합창했다.

이 순간 ‘세계화’는 온데간데없고 “대~한민국”과 “필승 코리아”가 이 땅을 뒤흔들었다. 광장을 빠져나가 길을 꽉 메운 군중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대~한민국”을 합창하며 걷고 있었다.

그것은 실직자가 거리에 넘치고, 기업은 싸구려 국제 경매시장에서 주인을 기다리던 ‘아이엠에프 시대’에 상처받고,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던 치욕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자존심의 폭발과도 같았다.

정말 세계화만이 살길이라면, 그것은 과거로 뒷걸음치는 시대착오의 열기였다. 그러나 눈깜짝하는 사이에 전쟁터의 잿더미 위에 현대적인 산업을 일으키고, 혹독한 군사독재를 무너뜨린 민족적 에너지를 실감케 하는 함성이었다.

또 전라도·경상도가 없고, 모두 똑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대~한민국”을 노래한 것이었다.

정권교체 이후 4년 남짓 기득권과 개혁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맞서고, 증오에 찬 욕설로 갈기갈기 찢겼던 이 나라에 아직도 모두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소리 높여 노래한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이번 월드컵 축구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폴란드나 미국과의 경기가 아니라,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붉은 악마’의 함성에서 얻은 진한 감동 그것이다. 그러나 축구의 열기는 또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축구경기에서는 ‘자책골’의 실수가 승패를 가르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8년 전인 1994년 6월22일 미국 월드컵 축구경기 때였다. 콜롬비아 대표팀의 수비수 에스코바르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국과의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었다. 콜롬비아는 이 경기에서 2 대 1로 져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에스코바르는 열흘 뒤인 7월2일 콜롬비아의 한 지방도시에서 괴한들의 총격을 받아 12발의 총탄을 맞고 죽었다.

축구는 이처럼 격렬한 ‘집단의식’을 일깨우고, 흔히 폭력사태로 발전한다. 이번에도 러시아에서 난동이 일어나 한 사람이 숨졌다. 일본에 패배한 데 격분한 시민들이 난동을 일으킨 것이었다. 영국의 극성팬 ‘훌리건’은 유럽의 골칫거리다. 그들의 난동을 막기 위해 영국 축구계가 쓰는 비용은 한해 수백만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스포츠는 정치에 악용되는 쇼로 전락하기도 한다. 히틀러는 올림픽사상 처음으로 36년 베를린 올림픽 대회를 나치의 정치쇼로 만들었다. 또 80년대 전두환 정권은 ‘팔팔 올림픽’이라는 구호를 정권유지의 방패로 삼았다.

‘붉은 악마’가 준 감동은 우리에게 강인한 생존의 의지와 공동체가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그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때에만 누릴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정경희/ 언론인

|





하니와 함께

하니 잘하시오
한겨레투고
오늘의 이메일


토론(전체 토론방 목록)

게시판 이용안내
통일·남북교류
북 송금, DJ의 과오
전두환씨 재산
사생활 침해…몰카
동계올림픽…김운용 파문
미사일방어체제
참여정부 개혁과제
NEIS, 교육정책
언론권력·개혁
병역기피·면제
국회의원 나으리
보수를 보수하라!
검찰개혁 파문
주한미군 득과 실
부실공화국 대한민국
이공계 기피 현상
도박? 대박^^ 쪽박ㅠㅠ
집값 부동산 정책
빈익빈 부익부
재벌개혁
연예계 권력과 비리
다단계판매
흡연권? 혐연권!
종교집단 종교권력
외모·인종 차별
이혼·가정폭력
사주팔자명리 진검승부
아름다운 세상·사람
캠페인 : 지역감정 고발

정보통신 포럼

해외뉴스 포럼

축구, 나도한마디

내가 쓰는 여행기

독자추천 좋은책

코리안 네트워크

토론기상도

오늘의 논객

자유토론방

라이브폴







쇼핑 한겨레
  • [경매]선풍기 특별경매
  • [화장품]메이크업히트상품
  • [도서]나무-베르베르신작
  • [음반]새로나온 앨범
  • [해외쇼핑]speedy 균일가
  • [명품관]중고명품관 오픈
  • [스포츠]나이키아쿠아삭
  • [골프]DOOZO할인전40%
  • [패션의류]사랑방손님
  • [면세점]스페셜가전모음

  • 인터넷광고안내 | 제휴안내 | 개인정보보호정책 | 사이트맵 | 신문구독 | 채용

    The Hankyoreh copyright(c) 2006 contact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