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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꽝스런 공약/ 정경희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된다.

노태우 정권 말인 1992년 10월 ‘진리평화당’이라는 정당이 창당됐다. 창당자는 마흔 네살인 허경령씨. 그는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조선왕조를 부활해서 국민의 충성심을 고취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허씨는 또 “세금을 축내고 기업체에 기부금을 강요하는 국회의원제도를 없애겠다”고 했다. 그 대신 “무보수 명예직인 직능의원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경기도 전체를 서울특별시로 지정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수도를 만들고, 담배를 전면금지해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다”고 했다.

‘왕정복고’를 내걸긴 했지만, 진리평화당은 ‘깨끗한 직능의원제’나 세계 최대의 수도 서울, 그리고 담배금지 같은 시대감각이 있는 공약도 내세웠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97년 대통령선거 때에는 ‘내각책임제’를 매개로 해서 ‘양김 공동정부’가 탄생했다.

또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2002년에는 “청와대의 대통령집무실은 쓰지 않겠다”는 공약이 나왔다. 한나라당의 이회창씨가 전당대회의 후보수락연설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낮시간 집무는 청와대 밖에서” 하겠다고 했다 한다.

이 후보의 이 공약을 대서특필한 조선일보(11일치 1면)에 의하면 이 후보는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나 청와대와 가까운 곳에 ‘적당한 규모의 집무실’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공약을 듣는 유권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집무실을 안 쓰겠다는 까닭은 “청와대가 권위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4년 전 김대중 대통령은 종합청사에서 집무할 것을 추진했지만 경호상의 어려움이나 직원들의 불편 때문에 포기했다.

그래선지 이회창 후보는 “청와대 근처에 적당한 규모의 새 집무실 마련”을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 혈세를 써가면서까지 “국민과 가까운 대통령”을 연출하겠다는 발상이다. 왜 이처럼 희한한 발상이 나왔을까?

이회창씨는 후보수락연설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독주”를 비난하면서 “국무총리에게 실질적인 내각 통할권을 행사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국정의 전략기획과 부처간 갈등조정에만 전념”한다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 그럴싸한 약속인 것 같다. 그러나 집무실을 옮기고, 국무총리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으로 제왕적 대통령이 청산되는 것은 아니다.

반세기 정치사상 “제왕적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5공정권도 감히 ‘민주정의당’이라는 사실과는 정반대의 간판을 내걸었었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은 거대한 정당조직에 대한 막강한 카리스마적 지배를 통해 공천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 국회를 지배하고, 대법원장 지명권을 통해 사법부도 영향권 안에 두는 ‘3권통합’ 구조가 그 기반이다.

그러나 ‘양김 공동정부’ 와해 이후 이 나라의 정치주도권은 40년 집권집단의 유산상속자인 원내 다수당 한나라당이 장악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이 강요한 민주당과의 정치적 분리로 김 대통령은 전통적인 제왕적 대통령의 근거를 상실하게 됐다. 한 걸음 나아가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제 실험으로 당권과 정권의 분리라는 엄청난 개혁이 이 나라 정치사에 돌이키기 어려운 전환점을 기록했다.

민주당의 실험에 밀려서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도 마지못해 당권을 내놨지만, 국면경선은 시늉만 했을 뿐 한나라당은 여전히 개혁과 변화를 외면하는 수구집단임을 보여줬다.

청와대 집무실 포기, 국무총리 위상 강화는 내각제를 주장하는 자민련에 미소를 던지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제왕적 대통령을 청산하는 것도, 내각제도 아니다.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말장난일 뿐이다. ‘조선왕조 부활’ 보다도 더 우스꽝스런 공약이다.

정경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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