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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성공하려면/ 정경희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애국가의 2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래서 `6백년 고도' 서울의 남산은 원래 소나무가 울창한 산이었던 것으로 누구나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591년 전인 조선 초의 태종 11년(1411) 경기도 백성 3500명을 동원해서 30일 동안 남산에 소나무를 심었다는 사실이 <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다.

서울에 인공하천을 뚫는 대규모 역사가 벌어진 것은 그 이듬해였다. 태종 12년(1412) 음력 정월에서 2월까지 30일 동안 경상·전라·충청도 백성들이 징발돼서 인공하천을 뚫었다. `청계천'이 그것이다. 동원된 인원은 자그마치 5만2천8백명이었다.

이 역사에서 죽은 백성이 64명이었다고 기록돼 있다. 밤에는 역사를 중단시키는 등 관리를 엄격하게 했지만, 날마다 평균 두 사람의 사망자가 발생한 셈이다(강제훈씨·고려대 강사).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청계천은 6백년 전 도시계획이 남긴 이 나라 수도의 자랑스런 역사유적이었다. 그것을 박정희 군사독재는 하루 아침에 콘크리트로 생매장해서 거대한 하수구로 만들어 버렸다. 수표교는 뜯겨서 박제된 표본처럼 남산 밑에 서 있고, 구한말 금융업자들의 발길이 부산했던 광교는 무자비하게 아스팔트로 덮어버렸다.

전후 독일의 `나일강변의 기적'에 빗대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구호에 도취했던 군사정권은 무지막지한 `청계천의 학살'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 위에 세워진 고가차도는 박정희 군사독재가 수도 서울에 남긴 상징적 구조물이었다.

그것은 6백년 고도의 전통과 아름다운 자연이 깡그리 파괴되고, 수도 서울이 숨막히는 교통체증과 공해와 흉물스런 콘크리트의 거대한 집합체로 탈바꿈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구조물이다.

이제 비로소 시민들이 `청계천 복원'에 눈떴다는 사실은 뒤늦게나마 다행한 일이다. `청계천 살리기 연구회'와 `녹색연합'이 복원운동에 힘을 모으고, <한겨레>의 여론조사결과 서울시민의 75%가 복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한겨레> 9일치 1면).

그러나 청계천 복원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그것은 복개콘크리트를 털어내고, 고가차도를 헐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다.

우선 복개구조물을 뜯어내는 것만으로 그 옛날의 청계천이 원형대로 복원될 것인지 치밀한 사전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서울 전체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포장된 상황에서 청계천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물의 공급, 그것도 깨끗한 물의 공급이 충분한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고가차도 철거는 교통망구성에 근본적 변혁을 요구하는 것이다. 아마도 청계천 복원의 성급한 논의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 서울의 교통문제를 검토할 때 반드시 눈여겨 봐야 할 모델의 하나라고 생각해 왔다. 암스테르담처럼 도시지역에서는 주차장을 아예 금지하자는 것이다.

주차공간이 없으면 단순한 도심통과차량이 아닌 `나 홀로 승용차'의 도심진입은 불가능하다. 대중교통수단이나 영업용 택시를 타는 수밖에 없다. 수도 서울의 강북지역만이라도 `4대문안'에는 주차장을 허용하지 않는 게 쾌적한 서울을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4대문안 주차장 금지는 막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자동차 재벌이 반대하고, 자가용족들이 기득권포기를 거부할 것이다. 이러한 저항에 굴복한다면 청계천 복원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청계천 복원의 궁극적인 꿈은 `6백년 고도' 서울의 역사성 복원에 있다. 번듯한 기와집 한 채 없는 인사동을 다시 만들고, 가회동은 진짜 기와집촌답게 복원·보존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청계천 복원 논의는 이처럼 엄청난 수도 서울의 재탄생을 위한 시발점이다. 그것을 생매장할 때처럼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요, 불가피하게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안고 있다.

먼저 복원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한발 한발 조사하고 계획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경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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