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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7.08(금) 17:08

서울시교육청은 비리 사학의 치마폭?


내부비리를 고발한 교사들은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돼 4개월 넘게 수업을 못하는데 교육청은 1심에서 이긴 판결을 가지고도 재단에 대하여 아무런 조처를 내리지 않고 있다.

나는 서울시 소재 한 사립 고등학교 교사다. 그런데 나는 이번 학기초부터 지금까지 단 한 시간도 수업을 못하고 있다. 교실에서 학생들과 눈빛을, 목소리를, 생각을 함께하며 신명나게 돋우어야 할 내 목청은 5개월째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 왜? 학교 비리를 들춰내 학생들과 교사들의 권익을 되찾고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앞장섰던 일이 재단 쪽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다. 2004년 6월, 학교 쪽에 의해 형사고발당했고,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기소되자 재판 결과도 기다리지 않은 채 학교 쪽은 나를 포함한 세 명의 교사를 직위해제했기 때문이다.

식상한 말이지만 학교는 그 어떤 곳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학교는 ‘사람’을 ‘교육’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한민국의 많은 사립학교의 현실은 이런 바람과는 동떨어져 있다. 사학의 건강성을 해치는 부패 박테리아가 왕성하게 번식할 수 있도록 빌미를 준 현행 사립학교법과 그 번식을 막을 소금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교육청과 교육부의 무능 및 의지 부족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도 4년에 한 번씩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정기감사가 1999년에 있었다. 이때 교육청은 상당수의 학교 회계 비리를 묵인하거나 건성으로 감사하였고, 처벌 또한 주의, 경고가 고작이었다. 이후 학교 방문을 통한 확인이나 추후 지도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오히려 면죄부만 받은 셈인 재단은 감사 이후 비민주적인 학사운영과 비리의 도를 더했다. 보다 못한 교사들과 학부모, 졸업생과 지역주민들은 재단의 각종 비리를 규탄하는 공동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당황한 교육청은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였다.

감사 결과 종합비리선물세트를 방불케 하는 다양한 회계 부정 사실이 드러났다. 시정 지시와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처분은 내렸지만, 본인들과 직·간접적 연관이 있는 부분에 대하여는 형사고발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았으며, 총체적 회계 비리와 관련한 임시이사 파견 등의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감독관청의 ‘특별’감사가 한계를 드러내자, 오히려 학교 쪽은 동창회비나 급식비 등 액수가 큰 몇 가지의 지적 사항에 대하여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1심에서 교육청이 승소했으나, 학교 쪽이 불복하여 현재 2심 재판 중) 감독관청의 시정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채 시간을 버는 한편, 행정 소송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학교의 민주적 운영, 학교별 독립 운영 등의 교육청 지적사항과 학교 쪽의 회계 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요구사항에 대해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정작 묘한 것은 교육청의 태도다. 작년 2월, 교육청의 행정 지시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는 회계 운영의 불투명성과 행정실 미분리에 대한 감독관청의 철저한 지도감독을 요구하는 민원을 교사들이 교육청에 제기했으나 시교육청은 어처구니없게도 민원 내용과 함께 민원을 올린 교사 명단을 고스란히 재단 이사장에게 넘겨 재단과 학교장들은 민원 교사들의 집으로 협박성 질의서를 보내는가 하면, 내부고발 교사들에 대한 고소, 고발, 징계 등의 보복성 탄압을 벌였다. 시교육청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기관이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게다가 서울시교육청은 2003년 특별감사에서 명백히 밝히지 못한 재단의 비리 행위에 대한 재감사 및 보전 처분을 요구하는 교사, 학부모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등의 면피성 답변만을 되풀이하면서 소송을 제외한 나머지 회계 비리는 마치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것처럼 답변하고 있다.

이에 더는 서울시교육청을 믿을 수 없게 된 교사, 학부모, 졸업생, 지역 대표들은 2005년 6월, 교육청에 대한 교육부의 특별감사를 요청하였지만 교육부에서는 행정소송 2심이 진행 중에 있다는 이유로 기각하였다. 내부 비리를 고발한 교사들은 1심 판결도 나기 전에 단지 기소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직위해제되어 4개월 넘게 수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인데 교육청과 교육부는 이미 1심에서 이긴 판결을 가지고도 재단과 교육청에 대하여 아무런 조처를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감사를 요구한 내용은 대부분 행정 소송과는 관련 없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핑계로 특별감사 요구를 회피하고 있음은 과연 어떠한 설명으로 해명이 가능할 것인가?

교사로서 나는 고통스럽다. 벌 받아야 할 사람이 되레 벌을 주고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이 큰소리 치는, 이 모순의 사회를 어린 제자들에게 일찌감치 현장체험 시키는 작금의 현실 때문이다.

해서, 묻는다. 교육청은 자신의 치맛귀 부여잡고 뒤로만 숨는 저 비리사학들을 뿌리칠 의지가 정녕 있는가. 없다면 차라리 당신의 치마끈을 과감히 풀어 비리사학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솔직히 커밍아웃하라.

조연희/ 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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