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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7.08(금) 17:04

한국서 러시아로 찬바람이 불어온다


모국 동포들에게 호소한다. 버려지고 잊혀졌던 고려인들이 모국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작은 정성을 모아주시라. 기념관 건립을 방해하는 세력을 준엄하게 비판해 주시고, 한국정부가 건립 예산을 하루빨리 집행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과 단체에 촉구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

나는 연해주 우스리스크에 살고 있는 고려인이다. 고려인 러시아 이주 140돌 기념관이 한국 정부의 지원 거부로 건립중단 위기에 놓여 있어 답답한 심정으로 이 글을 기고한다.

세계 한인 이주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러시아 이주는 1864년부터 시작된다. 굶주림에 시달려 러시아의 넓은 땅을 바라보고 두만강을 건넜고, 독립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몰려 온 곳이 연해주 땅이다. 곳곳에 학교도 세우고, 한글로 신문·잡지도 만들었으며, 수많은 독립운동가도 배출하였다.

1937년 가을 두번째 이주는 강제로 이뤄졌다. 스탈린은 하루아침에 극동에 살고 있는 고려인을 한 명도 남김없이 화물차에 실어 중앙아시아 초원과 사막에 내던졌다. 학교도, 신문도 다 말소되었고, 인텔리들과 민족 사상가들은 학살되었다. 황무지에 버려진 고려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모래밭을 갈고 물을 끌어들여 폐허의 땅을 옥토로 만들어갔다. 그렇게 1956년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국어가 러시아어이기 때문에 2세, 3세들은 모국어도 잊어버리고 점차 민족의 정체성도 사라져갔다.

옛소련이 붕괴되면서 언어도 바뀌고 민족간 감정도 날카로워지는 상황에서 더는 중앙아시아에서 살기 힘들어졌다. 그동안 마련해 놓은 집도, 정든 땅도, 벌어 놓은 재산도 버리고 조상들이 살았던 고향땅 연해주로 또다시 보따리를 메고 돌아오는 것이 이들의 세번째 이주사다.

연해주는 항일투사들의 투쟁무대였고, 독립운동의 근거지였으며, 안중근 열사의 고향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첫 근거지도 연해주였다는 것을 한국은 잘 알 것이다. 지금도 홍범도 장군의 자손들이 연해주에 살고 있으며, 안중근 열사의 친척이 파르티잔스크에 남아 있다. 하지만 역사의 기록을 남길 만한 몇 평의 공간 하나도 러시아에는 없다.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제대로 된 민족학교 하나 없다.

지금 사할린과 연해주에는 전 러시아의 고려인 총수의 50% 가까이가 집중되었다. 한국 민간단체의 헌신적 노력으로 연해주 땅 우스리스크에 한인들의 역사와 미래를 밝힐 기념관을 건립하도록 러시아 정부의 동의를 힘들게 받아냈다. 고려인 이주 140돌을 기념하도록 러시아 정부령이 2004년 2월에 발표된 것을 계기로 기념관 설립에 대한 국가적 승인을 받아낸 것이다.

역사기념관은 고려인들, 아니 한민족 전체의 역사적 기념관이 될 것이다. 한국의 정치인들과 한국 총영사관의 후원과 지지,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 주청과 우스리스크 시청 고위 간부들, 고려인과 러시아인들의 갈채 속에서 2004년 9월에 기념관 기공식을 거행했고, 이것으로 눈물과 방랑의 역사를 정리할 기념관의 존재가 세상에 공포되었다.

그런데 이 건물은 너무 낡아서 용도를 변경하고 재건축하는 데 비용이 많이 필요했다. 안타깝게도 고려인들 자신의 손으로 만들 힘이 부쳤기 때문에 우리는 모국으로부터의 지원을 간절히 원했다. 다행스럽게도 모국의 기념관 추진위원회와 시민단체가 각종 모금을 통해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 국회에서는 기념관 건립에 필요한 예산의 일부를 국제교류기금이라는 곳을 통해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 기념관이 건립되면 정보화 교육, 한글 교육, 의료 서비스, 이주 역사관 등 여러 사회복지 시설들이 들어서게 되어 우리 자손들뿐만 아니라 러시아 여러 민족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모국에 대한 한없는 감사와 희망이 넘쳤다.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한국의 국제교류재단이라는 단체에서 예산을 지원하면 4월부터는 본격적인 건축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본격적인 기념관 건립이 된다고 믿고 있던 바로 지금, 뜻하지 않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비용을 지원하지 않으려는 찬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염원이 중단 위험에 빠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우리 고려인 사회는 아직까지 한국의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 고려인들은 재미동포나 기타 재외 한인들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알고 있다. 고려인들은 모국이라고 불리는 한국 땅에 가서 취업도 할 수 없고, 이와 관련된 모든 자격을 상실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동안 한국의 여야 정치인들, 공무원, 청년·학생, 종교인, 일반시민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기념관을 방문하였다. 헌금도 하고, 격려도 하면서 역사적인 기념관 건립을 모두 기쁜 마음으로 성원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아는 한 그 누구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왜, 누가, 어디서 기념관 건립 추진을 막고 있는가. 우리 고려인들은 지금 한국의 공식 방침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으며, 지원을 반대하는 세력이 누구인지를, 무엇 때문에 반대하는지를 밝혀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끝으로 모국 동포들에게 호소한다. 버려지고 잊혀졌던 고려인들이 모국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작은 정성을 모아주시라. 기념관 건립을 방해하는 세력을 준엄하게 비판해 주시고, 한국 정부가 건립 예산을 하루빨리 집행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과 단체에 촉구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

강 니콜라이/고려인, 우스리스크 민족문화자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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