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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6.17(금) 17:23

문학작품이 간첩장비라니


이미 사법적 처벌까지 감수한 멀쩡한 한 작가의 시집을 ‘간첩장비’라고 버젓이 내걸 수 있단 말인가? 과거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중하고 반성해도 시원찮을 판에 여전히 낡은 이념적 잣대를 놓고 시대상황을 오독하는 경찰청 보안국의 태도는 낡아도 한참 낡았다.

과거의 과오를 교훈 삼아 자중하고 반성해도 시원찮을 판에 여전히 낡은 이념적 잣대를 놓고 시대상황을 오독하는 경찰청 보안국의 태도는 낡아도 한참 낡았다.

친북이라는 말이 유달스럽지 않은 말이 되어버린 시대다. 북한과 통하지 않고서야 평화를 이룰 길이 없다는 것은 시대적 상식이 된 지 오래다. 광화문에서 개성공단으로 출퇴근하는 통근버스가 휴전선을 꿰뚫으며 달리는 시대이며, 6·15 통일축전에 참가하는 수백명의 남쪽 민·관 대표들이 북쪽 수만명의 시민들로부터 환호를 받고 남북이 화해와 통일을 외치며 부둥켜 안는 시대다. 보수건 진보건 할 것 없이 전쟁 위협을 막아내기 위하여 남북이 조건 없이 민족적 역량을 모으자는 시대다. 전교조와 교총이 남북화해를 주제로 공동수업을 벌이고, 학교 정문에는 단일기가 그려진 펼침막이 펄럭인다. 이것이 남북 대치가 남북 화해로 귀환하는 구체적 현실이다.

그런데도 한 작가가, - 연계시키자면 - 여전히 ‘간첩’이라고 하는 표본으로 전시되어 있다. 오봉옥 시인의 <붉은 산 검은 피>(실천문학사)라는 시집이 남영동 대공분실 전시실에 ‘간첩장비’라는 표찰을 달고 난수표니 독침이니 하는 으스스한 물품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이 <시민의 신문>을 통해 밝혀졌다. 경찰청 관계자들은 직원 대상의 내부 전시용이라 하등 문제될 게 없다는 식으로 답했다 한다. 1990년에 발간된 <붉은 산 검은 피>는 국가보안법의 검열로 시인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필화를 겪게 한 작품으로, 일제강점하 30년대에서부터 46년까지 민중들의 삶과 투쟁을 서사시 형태로 쓴 두 권짜리 시집이다. 이 일로 출판사 대표와 편집장까지 고초를 겪어야 했을 만큼 국가보안법 피해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오봉옥 시인은 이 일을 두고 “간첩들이 내 시집을 갖고 다녔다는 것이냐? 그래서 내 시집이 간첩장비가 된 것이냐”고 경찰청 보안국 관계자들에게 되묻는다.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기가 막히니 터져 나오는 역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간첩으로 확실히 판명된 사람이 쓴 시집이라면 혹시나 모를까. 설령 그렇다 쳐도 ‘간첩 혐의자가 쓴 시집’이라는 말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이 시집은 단지 냉전의 위세가 여전하던 시절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받은 작품’일 뿐이었다. 이미 사법적 처벌까지 감수한 멀쩡한 한 작가의 시집을 ‘간첩 장비’라고 버젓이 내걸 수 있단 말인가? 과거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중하고 반성해도 시원찮을 판에 여전히 낡은 이념적 잣대를 놓고 시대상황을 오독하는 경찰청 보안국의 태도는 낡아도 한참 낡았다.

중요 좌익사범의 수사와 방첩업무를 맡고 있다는 보안국 보안3과는 냉전의 유산이다. 87년 고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받고 숨진 바로 그 곳, 민주인사를 간첩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던 곳, 극단적인 자기의지를 시험해야 했던 인간성 파괴의 현장, 여전히 국민의 혈세로 50여명의 경찰공무원이 반공방첩의 업무를 주업으로 밥벌어 먹고 사는 곳. 하지만 어떤 밥을 벌어먹고 살든 일은 제대로 해야 한다. 간첩과 작가를 구분하는 일부터, 시집과 간첩장비를 구분하는 일부터. 명색이 간첩 잡는 전문가라면 말이다. 경찰 독립이 갖는 긍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런 퇴행적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시민사회의 신뢰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사상을 감시하고 출판물을 검열하는 그 자체가, 자신들만의 편협한 잣대로 좌니 우니 판별하는 그 자체가 자유민주주의적인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가려낼 수도, 가려낼 필요도 없는 일이다. 공안 당사자들에게는 일상 업무였을지 몰라도 역사적 맥락으로는 가해와 탄압이었다. 그 악령을 다시 한번 전시실에 표본화하여 내거는 행위가 정녕 아무렇지도 않단 말인가? 이번 사안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언제까지 인간의 머릿속 생각을 꺼내어 고기 부위처럼 꼬리표를 붙여댈 것인가?

문동만/시인·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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