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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05(일) 17:19

아이들을 범죄자로 내몰지 말자


최근 전국적 양상으로 전개된 대학 수능시험 부정행위는 중대한 국가적 사건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적 언설도 다양하게 나오는 현실도 전혀 이상한 현상은 아닐 터이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교육당국의 태도나 사회적 언설들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면 심각하지 않겠는가? 또한 강건너 불 보듯 받아들이거나 분노하는 학교 안팎의 서로 다른 풍경들은 차라리 시험 부정 행위보다 더 심각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왜 그러한가?

지금도 학교 안팎에서는 부정 유혹이 활개치는 무한 경쟁의 전쟁터로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어른들의 왜곡된 교육신화와 비인간적인 학교교육의 덫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잠재적 범법자를 예방하는 길이다.

첫째, 국가단위 시험에서 부정행위는 학교나 입사시험에 비해 사회적 파장과 범법의 경중에서 분명하게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험을 주관하고 집행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 시험의 본질적 차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형태의 시험이든 평가 목적과 평가 대상에 따라 그 폭과 성격의 차이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치 사회적 흉악범 처리하듯 아이들을 범법자로 취급하는 수사 과정은 결코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경찰 수사의 첫 단계에서 교육적 견지를 조금이라도 고려했더라면 교육당국과 사전 협의와 협력을 모색해야 옳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당국의 무사안일과 무책임한 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 터에 경찰 당국만 탓할 수는 없다. 모자를 뒤집어쓴 채 엮인 굴비뭇처럼 끌려가고 구속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들을 이렇게까지 내몰았던 부끄러운 어른들의 자화상이었기 때문이다. 조사는 철저히 하되 교육적 배경을 고려하는 사려 깊은 수사과정을 보고 싶다.

둘째, 부정행위의 목적은 자신과 학부모가 기대하는 명문대에 합격하려는 데 있었다. 명문대 입학은 고교시절의 점수에 의해 자신의 인생이 전적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워 왔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학벌이라는 무소불위의 유령이 지배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고, 명문대 졸업장은 사회·경제적으로 특권적 지위를 부여받는 치외법권적 불문율이라는 비극적 현실을 어린 나이에 가슴 아프게 세뇌당하며 부지불식간에 자각했기 때문이다. 명문대 입학이 아니거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아이들은 가정에서는 ‘못난놈’ 취급받고, 학교에서는 점수와 결과만이 불변의 진리인양 강요받으며 열패감에 휩싸인 채 소외당하기 일쑤다. 더욱이 견고한 대학 서열화에 따른 학벌 숭상의 뿌리깊은 냉대와 인격적 차별마저 견뎌내도록 강요하는 한국사회의 지독한 천박성은 검은 유혹의 손길로부터 아이들의 자유 의지를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인격과 개성, 권리와 자율과 창의성을 밤낮으로 결박당한 채 어른들의 빗나간 교육열과 왜곡된 교육신화의 덫에 완벽하게 걸려든 철없는 희생양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셋째, 부정행위자들을 처벌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언설도 문제다. 이러한 사회적 언설에 교육부도 동조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는 것은 부정행위를 묵인·방조한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은폐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성적 비관과 대학입시로 자살한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망각하지 않았다면 사회적 흉악범 취급당하며 끌려가고 구속되는 저 아이들에게 돌이 아닌 지푸라기라도 던질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일제강점기 민족과 역사를 팔아먹은 친일세력도 처벌하지 못하고, 수백 수천억의 권력형 부정부패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면죄부 남발을 용인하는 한국사회라면 저 아이들을 처벌하라고 주장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저 아이들을 꾸짖기 전에 어른들부터 뼈저리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운 어른들의 업보를 씻는 일이 될 것이다.

지금도 학교 안팎에서는 지역 명문고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부정 유혹이 활개치는 무한경쟁의 전쟁터로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학벌과 명문대 졸업장을 좇아가는 어른들의 왜곡된 교육신화와 결과 중시의 비인간적인 학교교육의 덫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키고, 배타적인 인재 등용의 경직된 사회구조를 개방적이고 다양하게 만들어가야 잠재적 범법자 양산을 예방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박명섭/전남 곡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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