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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01(수) 18:04

교통사고 부추기는 보험제도


“보험사가 다 알아서 처리해줄 테니 저희는 공원 안으로 들어갈게요.” 얼마 전 가족끼리 공원에 놀러갔다가 차에 치였을 때 가해자에게서 들은 말이다. 그들 말대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험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

자동차 보험은 흔히 종합보험과 책임보험으로 나뉜다. 종합보험은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제4조에 근거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가 이 보험에 가입된 경우에는 운전자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고 보험사가 대신한다. 물론 신호등 무시, 중앙선 침범, 과속, 앞지르기, 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음주운전 등 10대 과실과 뺑소니, 사망사고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해서는 종합보험에 가입된 차량의 운전자라도 형사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책임보험은 모든 차량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다. 차량이 책임보험에 가입되면 운전자는 가해가 발생하면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고, 민사적 책임은 운전자와 보험사가 공동으로 부담한다.

우리 사회는 보행권 개념이 부족하고, 자동차 운전자에 대해서는 너무도 관대하다. 교통사고로 인한 인적, 사회적 손실를 줄이려면 운전자에게 좀 더 무거운 책임감을 부여하고, 보행자의 피해에 대해서도 제대로 구제하는 방식으로 보험제도 전환이 시급하다.

이러한 제도를 살펴보면, 종합보험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이 잘되는 장점이 있지만 운전자는 12대 과실의 경우를 제외하면 교통사고에 대한 부담감을 거의 느끼지 않아도 된다. 종합보험의 이러한 역기능으로 운전자는 운전 때 주의의무를 태만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형사적 책임을 면탈했으므로 피해자와 합의할 필요성도 없어 피해자와의 역관계에서 ‘열등한’ 지위에 있지도 않다.

결과적으로 교통사고 발생률은 증가하게 된다. 피해자에게 보험사가 배상금을 지급하니 문제될 게 뭐가 있냐고, 가해 운전자가 형사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뭐가 있냐고 반론한다면, 그에 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의 신체와 마음은 상해를 입으면 치료를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원래 상태로 완벽하게 회복되기 어렵다. 따라서 애초에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둘째, 사회적 비용 낭비를 들 수 있다. 교통사고로 인해 지출되는 보험비용·병실·노동력 상실은 생산적 활동을 저해한다. 셋째, 피해자에 대해 경제적으로 배상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물질 만능주의는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한다.

책임보험은 운전자가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기에 운전할 때 신중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피해자에 대한 구제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곧 가해 운전자가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피해자에 대해 치료해 줄 의사가 없을 때는 피해자는 배상받을 길이 사실상 없거나 대단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보험제도의 대안은 교통사고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분리하는 것이다. 모든 차량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사고 발생 때 보험사가 모든 민사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형사상 책임은 운전자가 부담하게 한다. 형사적 책임감을 부여하면 운전 때 적극적으로 주의의무를 가질 것이며, 피해자에 대해서도 도의적 책임감을 더 강하게 느낄 것이다.

보행자는 어디를 가더라도 불안하기 그지없다. 아이들이 골목길을 나설 때조차 마음을 졸여야 할 형편이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보행권 개념이 부족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자동차 운전자에 대해서는 너무도 관대하다.

따라서 교통사고로 인한 인적, 사회적 손실을 줄이려면 운전자에게 좀더 무거운 책임을 지우고, 보행자의 피해에 대해서도 제대로 구제하는 보험제도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주이란/서울시 관악구 신림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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