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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2.01(수) 18:02

사립학교법의 개정을 기대하며


사학 설립자들은 평생 동안 모은 재산을 학교 설립에 쾌척함으로써 돈으로 불멸의 명예를 산 사람들이다. 그들이 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여 서울역 광장에서 대대적인 집회를 열고, 개정을 강행하면 학교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하였다고 한다. 우리의 교육과 사학의 발전을 생각할 때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사학법인들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부분이 개방형 이사제다. 이들은 이를 법인의 고유권한인 이사선임권을 박탈하고, 사학의 운영 주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개방형 이사제도의 도입은 우리나라 사학의 장래는 물론 사학법인 자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교육부는 문제의 사학에 대하여 관선이사 파견, 형사고발 등 사학 설립자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강력한 조처를 취해왔다. 그럼에도 사학법인들의 전횡, 비리, 부실경영, 부당한 학사 개입이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사학법인에는 자신의 절대 권력을 스스로 통어할 수 있는 자기 검열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개방형 이사제도를 도입하는 건 사학의 장래는 물론 사학법인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만약 동창, 교수, 직원들이 개방 이사 수의 2배수로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이사회가 선임하도록 한다면, 위험을 방지하면서도 기존 이사회의 강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칼빈 아카데미에 기원을 두고 있는 미국 사립대학의 이사회는 무소불위의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타락하고 만다는 원죄설에 기초하고 있다. 이사회를 대학 밖에 있는 비전문가로 구성하는 것, 하버드대학이 감독이사회를 별도로 두고 법인 이사회가 내리는 중요한 결정에 대하여 설명하고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 그리고 예일대학이 수백년 동안 주지사와 부지사를 당연직 이사로 하고 있는 점 등은 자기 검열 장치의 대표적 예들이다. 그리고 일본의 명문 사립대학인 와세다와 게이오가 이사장을 교수, 직원, 동창들의 투표로 선출하는 것도 미국과 그 방법은 다르지만 이사회의 능력과 대학운영정책을 검증하는 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학 이사회는 미국 사학의 이사회와 마찬가지로 자기 영속적이다. 사학법인의 자기 영속성은 이사회를 무소불위로 흐르게 하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지만, 이사회의 권력을 강화하여 사학 발전의 강력한 구심점이 될 수 있게 하는 이점을 갖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개방형 이사제도를 도입할 때, 만약 동창, 교수, 직원들이 개방이사 수의 2배수로 추천하고 그들 중에서 이사회가 선임하도록 하는 방법을 채택한다면, 위험을 방지하면서도 기존 이사회의 강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학 관계자들은 학사업무에 대한 간섭 배제 조항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학의 학사업무는 교육전문가의 일로 총장과 교수진에 전적으로 위임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사회의 학사 간섭을 금기시하여, 학사업무에 관한 한 대학과 행정부서에 폭넓게 권한을 위임해 왔다. 비전문가로 구성된 이사회로서는 간섭의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섣부른 간섭과 개입은 교수의 자존심과 책임감을 훼손하여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사학 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확충하는 것이 이사회의 본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개혁안은 이외에도 임원 취임승인 취소요건 확대 등 우리나라 사학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안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개혁안은 사학의 공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사학의 자율성 신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현재 건전한 사학에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 도입 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차제에 국가가 사학의 자율성을 신장할 수 있는 조처를 함께 취한다면, 개정 사립학교법의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박부권/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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