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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1.28(일) 17:43

기업도시, 특혜를 통한 ‘자본의 아성’ 건설


세계에서 ‘재벌’이란 단어가 사전에 정의되어 있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는 사실은 작금의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을 웅변해 준다. 재벌이란 단어의 뉘앙스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남아 있지만, 한국경제의 재벌, 그것도 십여개 내외에 불과한 소수 재벌의 상관관계는 가공할 만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깊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경제주체라는 기업에 언죽번죽 편승한 전경련이 일국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음영에 노동과 자본의 대등을 불허하는 비대칭적 경제논리가 팽배한 것은 또다른 차양막을 보태는 것이다.

군부 개발독재 시대의 ‘단맛’에 젖어, 아직도 ‘특혜’와 ‘투기차익’의 ‘흘러간 가요’를 열창하고 있는 전경련이 내놓은 ‘기업도시 조성방안’이 기업의 투자위축에 의한 불황이라 설명되는 현 경제상황과 맞물려 법안통과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또 한차례의 ‘특혜’를 통해 ‘자본의 아성’을 구축하기 위한 결정체인 ‘기업도시’를 반대한다.

기업도시의 대안으로 지자체와 국가가 주도하는 ‘클러스터’ 개념을 제시한다. 공공단체와 기업이 역할을 분담하여 투기를 잠재우고, 공공성이 강조된 학교·병원을 건립하고, 중소기업을 유치하여 산업구조 개선과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이 개념이 기업도시를 대체할 수 있다.

첫째, 토지 수용권을 인정할 때 불거질 법률상 하자 문제다. 토지 수용권은 개발사업의 공익성에 의해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사업주체에 따라 수용권한이 발생돼서는 안 된다. 또, 공익성이 있는 사업임을 증명할 장치가 없고 기업도시 유형의 하나인 관광레저형 도시 건설 때 카지노, 경마장의 무분별한 건설을 제어할 수단도 없다. 이렇듯, 공익성의 담보가 불명확하기에 기업에 대한 공용 수용권의 인정은 명백한 위법이다.

둘째, 기업도시가 부동산 투기장으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하다. 기업도시 추진은 토지공개념이란 대원칙 아래 시행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역행할 것이며, 기업도시 지정 때 경계선 외부의 땅값 폭등이 명약관화하므로 투기꾼 천하에 놓일 공산이 대단히 크다. 또한 도시개발 계획의 속성상, 사업기간의 장기화 등으로 개발이익 산정이 어려워 개발이익의 환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황무지에 건설하는 기업에 무슨 개발이익이냐”는 전경련의 주장은 지금껏 재벌의 투자가 집중된 곳이 어딘지를 스스로 망각한 단견에 불과하다.

셋째, 학교·병원 등의 설치 및 운영으로 야기되는 형평의 문제가 있다. 학교와 병원은 비록 개인이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 운영·관리할 수 있으나, 공익성이 담보되어야 함은 너무나 지당하다. 지금의 경제자유특구에 준하는 권한을 도시 개발사업 주체에 부여한다는 것은 교육·의료에 대한 국가의 ‘방임’이며, 기업도시 내의 주민들의 행복 추구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기업도시법은 개발 주체인 재벌한테 또한번의 특혜를 부여하는 ‘망국적 투기도시 특혜법’이라 이름 붙일 수 있다. 미국의 디트로이트 건설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재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해당 지자체와 국가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클러스터’ 개념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공공단체와 기업이 역할을 분담하여 각종 투기를 잠재우고, 공공성이 강조된 학교·병원을 건립하고, 나아가 투자 여력이 변변치 못한 중소기업을 유치하여 기형적인 산업구조 개선과 국가경제 전반에 내실을 기할 수 있는 ‘클러스터’가 ‘기업도시’를 대체할 수 있다.

송진영/동아대 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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