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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1.24(수) 19:23

산업연수생제 폐지 미룰 수 없다


올해 8월 말 현재, 전체 이주 노동자 42만여명 중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수는 18만여명에 이른다. 30만명에 이르던 미등록자의 수가 지난해 7월 고용허가제 도입에 따른 선별 합법화로 한때 12만여명으로 줄었다가 다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 초만 해도 합동 단속과 강제 추방을 통해 미등록자를 4만명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법무부 등 관련 부처는 뜻밖의 상황에 당황해, 단속을 더욱 강화하면서 보호절차 무시 및 무분별한 물리력 사용 등 각종 인권침해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왜 이토록 미등록자가 급증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제도적인 원인이 있다. 바로 산업연수생 제도다. 지난 8월 말 현재 산업연수생 현황을 살펴보면 이 점이 극명히 나타난다. 중기협 연수생 5만357명 중 이탈자 3만631명(60%), 수협 연수생 837명 중 이탈자 708명(85%), 건설협 연수생 4704명 중 이탈자 712명(15%), 농협 연수생 등 기타 997명 중 이탈자 761명(76%)이다.

1993년 도입된 산업연수제도는 저개발국에 대한 기술 이전을 목적으로 했지만 이주노동자를 연수생으로 받아들여 그 권리를 제약하는 편법으로만 운영돼 왔다. 연수는 없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만 강요될 뿐이다.

1993년 11월에 도입된 연수제도는 저개발국에 대한 기술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다. 하지만 그 취지와는 달리 이주 노동자를 연수생으로 받아들여 그 권리를 제약하는 편법의 일환으로만 운영돼 왔다. 실제 연수는 전혀 없으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만이 강요될 뿐이다. 이들은 퇴직금이나 연월차 수당 등도 받을 수 없다. 선원 연수생의 경우는 잔업수당도 받을 수 없고 휴일 규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돈 벌러 온 이주 노동자들이 더 나은 노동 여건을 찾아 근무지를 이탈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송출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리 또한 이탈의 원인이다. 송출기관 선정 및 인원 배정권을 독점하는 중기협 등을 상대로 한 송출기관들의 로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로비자금은 연수생에게 전가된다. 연수생들은 엄청난 입국경비 외에도 매달 사후 관리비 명목으로 송출기관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한편, 중기협은 연수 관리비와 계약이행 보증금 명목으로 중소기업과 연수생에게 한 해 100억여원의 돈을 거둬들여왔으며, 지난해부터 보증금이 폐지되자 연수관리비를 대폭 상향시켜 중소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연수생에 대한 인권침해도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열악한 숙소, 음식·종교 등 문화적 차이 무시, 작업 현장에서의 각종 차별, 이탈 방지를 위한 신분증 압류와 강제저금 및 통장 압류, 욕설과 폭행, 고충에 대한 사후관리 부재 혹은 횡포 등이 대표적 인권침해 사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왜 연수제도를 존속시키고 있는 걸까? 실은 정부도 지난해 3월, 연수제도 폐지와 고용허가제 추진을 공식 확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국회 보수세력과 기득권을 가진 일부 부처와 이익단체의 반대에 부닥쳐 결국 두 제도의 병행 실시로 가닥을 잡고 만 것이다. 하지만 병행 실시는 애초부터 어불성설이었다. 올해 8월 시작된 고용허가제는 그 시행 초기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현재, 연수제도는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라 있다. 얼마 전 중기협 등이 헌법소원 취하를 위해 갖은 추태를 벌였는가 하면, 중기청은 중기협의 돈을 받아 전관 출신 변호인단까지 고용하는 등 연수제도 옹호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방법으로도 연수제도의 위헌성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헌재 결정 이전에라도 연수제도 폐지를 강구해야 한다.

이철승/외국인 이주노동자 대책협의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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