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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1.21(일) 21:06

더는 자르지 말라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운동 때 해직당했던 교사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의 초강경 대응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단체행동에 단순 참여자까지 해고하겠다며 시퍼런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당신들은 해고가 어떤 건지 알면서 그리 쉽게 입에 올리는가?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이 당해야 하는 생존의 고통을.

역사는 어찌 그리도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가? 15년 전 전교조가 만들어질 때 11개 정부기구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만들어서 범정부 차원에서 “단순 가담자까지 전원 해고”라고 협박하던 정부, 이념 논쟁을 조장하던 수구언론들, 업무 시간 뒤의 집회 참석조차 막으면서 경찰차로 질질 끌고 가던 모습,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무리한 요구라고 왜곡하던 일들 …. 군부 독재라고 하는 노태우 정부와 15년이 흐른 뒤의 참여 정부라고 하는 노무현 정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하고 싶지 않다.

노동삼권 보장은 헌법적 규범이다. 공무원 노동권은 군사 쿠데타로 1963년에 불법화되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88년 여소야대 국회에서 현 정부의 대통령부터 국무총리까지 참여해서 공무원 노동권 보장에 대한 법을 개정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수포로 돌아가 1년 뒤 전교조 조합원 대량 해고 사태가 초래되었다. 그 뒤로도 현 정권의 주역들은 공무원 노동삼권 보장에 대한 입법을 주장해 왔다. 권력의 속성이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그리도 다른 것인가?

법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나 상식이 우선이다. 교원노조에 관한 법률도 그렇지만, 그저 특별법 천지다. 노동조합법 일반에 규정하면 될 일을 교원 따로, 일반 공무원 따로, 또 다음에는 무슨 특별법을 만들어서 누더기 조각 이불을 만들려고 하는가? 독재의 통치 수단이던 분할 통치가 목표인가?

참여정부가 정말 개혁을 하려 한다면 먼저 정부의 일꾼인 공무원을 개혁의 동반자로 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 공무원 노조의 자정 운동과 내부 감시가 없다면 과연 근절되겠는가?

왜 국제노동기구를 비롯한 각종 국제단체에서 한국 정부가 국제적 보편 규범에 따르지 않는다고 항의 서한을 보내는가? 단결권도 6급 이하로 제한해 놓고, 직무에 따라 차 떼고 포 떼고 하란다. 교섭권도 근무조건에 국한시키고 있다. 단체행동권은 곧 파업권이 전부인 양 호도하면서 모든 단체행동을 불법으로 삼아 탄압하려 하고 있다.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체계라는 것은 노동법의 상식이다.

설혹 공무원이 파업한다고 치자. 국민적 공감과 광범위한 동의를 얻지 못하는 사안으로 파업을 한다면 노조를 파탄의 구덩이로 몰아넣는다는 사실은 당사자들이 더 잘 안다. 사회개혁을 위해, 국민을 위해 일할 때만이 노조가 사랑받고 영향력도 커진다는 사실은 노조를 하는 사람들이 더 잘 안다. 그리 쉽게 밥 먹듯이 파업할 줄로 아는가? 단체행동권 중에 파업은 공익 사업장에 준해서 얼마든지 법적 제한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개혁을 얘기한다면, 참여 정부는 정말 태도를 바꿔야 한다.

공무원은 노동자이면서 국민의 공복이다. 참여정부가 정말 개혁을 하려 한다면 먼저 정부의 일꾼인 공무원을 개혁의 동반자로 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 공직의 뿌리를 이루는 공무원을 배제하고 위에서만 개혁을 외치는 것은 결국 구호로 그칠 뿐이다. 상명하복과 복지부동으로 개혁과 민주화를 실현하기는 백년하청이다.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근절할 방안은 무엇인가? 공무원은 각종 인허가와 감독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 사회의 모든 분야와 관계맺고 있다. 공무원 노조의 자정 운동과 내부 감시가 없다면 과연 근절되겠는가. 공무원노조가 창의적인 정책 대안을 창출해낼 때만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행정이 실현되지 않겠는가.

정부는 이제 공포 정치를 그만두어야 한다. 물리력으로 길들이려 해서는 안 된다. 개혁의 실종과 경제 실패를, 공무원노조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호도하려 해서도 안 된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 작은 정부 운운할 때 하위직 공무원만 수십만명 구조조정하지 않았는가.

일반 민주주의 발전을 이야기하려면, 진정으로 개혁을 하겠다면, 태도를 바꿔야 한다. 일방적으로 왜곡·호도하면서 대화와 토론조차 거부한다면 참여 민주주의란 죽은 나무에서나 꽃필 일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인정하면서 토론을 통해 조정하고 합의하는 일, 그 일이 아무리 번거롭더라도 민주주의의 보편원리를 부인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해고 위협으로 억누를 때가 아니라 대화에 나설 때다.

신연식/서울 서초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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