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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08.06(수) 23:23

과학과 비과학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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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논쟁에 대해

    나는 〈유에프오 신드롬〉이란 제목의 다소 비과학적인 책을 쓴 저자인 동시에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는 과학자다. 중간자 견지에서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책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이런 논란이 생긴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대형 서점의 도서 분류체계가 미흡한 탓이 크다. 외국에는 유에프오(UFO), 유령, 종교적 기적, 예언, 초능력 등을 과학에서 분리하여 따로 한 묶음으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구분 없이 모두 교양과학에 포함시킨다. 이러다 보면, 종종 이런 비과학적인 흥미 위주의 책들이 교양과학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여 과학 평론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솔직히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과학도서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측면이 상당히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주류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재승 박사의 서평은 상당 부분 정당했다.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결정사진이 믿을 만한 데이터인지 의심스럽다”는 정 박사의 문제제기는 당연한 것이다. 이 부분은 저자나 출판사 쪽에서 뭔가 믿을 만한 증거를 내놔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도 출판사 쪽이 반박문에서 정 박사에게 근거 자료를 내놓으라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그럼에도 정 박사의 서평이나 반론에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과학적으로 서술되지 않은 책을 과학을 들이대어 재단하려고 할 때 주의할 점은, 그것이 현재 과학 패러다임에서 바라볼 때 비과학적이라는 점만을 아주 겸허한 자세로 지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옳거나 그르다는 가치 판단을 암시하는 표현을 함부로 하는 것은 월권이다. 주류 과학자는 주류 과학의 입장만을 설명하면 되는 것이지 그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정 박사의 서평에 사용된 부제인 ‘과학계의 황홀한 사기극’과 같은 표현은 자칫 주류 과학으로 세상만사를 모두 설명해 낼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

    정재승 박사는 그의 재반론에서 ‘칭찬한 밥과 욕을 한 밥의 변화’에 대한 자신의 실험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초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인간과 곰팡이류 사이의 텔레파시()를 검증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 박사는 이 실험이 아무런 유의할 만한 결과를 나타내지 못했다고 하면서 그런 발상 자체를 희화화하는데, 자신이 재현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런 현상이 존재할 수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 진위 여부를 떠나 미국의 초심리학회는 엄연히 전미과학진보협회(AAAS)에 가입이 되어 있으며, 상당한 역사도 갖고 있다. 아직도 전위과학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사이비 과학으로 매도하기도 어렵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은 현 과학체계의 이런 빈틈을 교묘히 파고든 책들의 하나다. 따라서 정 박사는 쓸데없이 논의를 너무 깊숙이 끌고 들어가 상대편이 바라는 함정에 빠졌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데이터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수준에서 서평을 하는 것으로 이 책의 비과학적 서술 구조를 충분히 지적할 수 있었는데, 다소 아쉽다.

    맹성렬/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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