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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냐면'인가?/ 홍세화


토론의 장을 열며

한국사회는 민주주의의 꽃, 토론문화를 꽃피우지 못했다. 사회 구성원들의 견해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인 바탕에서 공익과 진실의 목표를 놓고 합리적 논거로 경쟁하는 대신, 상대방을 부정하고 물리적 힘과 허상의 권위로 억압해 왔기 때문이다. 힘의 논리가 계속 관철되면서 토론문화를 꽃피울 수 없었고, 사회적 모순들은 온존되었으며, 민주주의의 발전은 늦어졌다.

한국의 신문 현황은 이런 사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자본과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본디 소명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본과 권력이 된 거대신문들은 상업주의적 이익과 신문 권력을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 발행부수에 기댄 힘의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한국의 자칭 `보수'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그들은 주로 기득권 보수에 힘을 기울이고 사회 개선을 바라는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거나 왜곡·굴절시켜 왔다. 외부 필자의 경우조차 자의적으로 선택한 몇몇 명망가들이나 기득권층에게만 발언할 기회를 주었는데, 그것도 비판과 반론이 허용되지 않는 일방통행식이었다. 서로 다른 견해의 대립을 통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를 보는 눈을 밝게 해주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게 하는 토론 과정을 철저히 막았던 것이다.

글쓰기 기본 갖춘 논리글 환영, 억지주장·인신공격 사절
신분보다 내용 중시, 주장-반론-재반론 시차토론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토론문화를 활성화하는 길을 모색해온 <한겨레>는 오늘부터 토론면을 열어 독자들과 시민사회에 내놓는다. `왜냐면'이라고 이름지은 토론면은 한국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서로 부딪치고 어울리고 상생하는 토론 마당이 될 것이다. 요컨대, `왜냐면'은 한겨레가 시민사회에 토론 공간으로 제공한 지면이다. 한겨레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국민주 신문인 것처럼, `왜냐면'의 실질적인 주인은 한국의 시민사회이다.

한국의 종이신문 사상 처음 시도되는 `왜냐면'의 성패는, 따라서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에 달려 있다. 우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치에 실리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증가에 따라 확대될 예정인 `왜냐면'은 중등학생이든 대통령이든, 노동자든 대학교수든, 한국사회의 구성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왜냐면'은 지위, 신분이 아니라 오직 `글'로 제의, 주장, 비판하고 반론을 펴는 민주주의적 토론 공간이다. 청탁 원고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글이란 점에서 원고료가 주어지지 않으며, 글쓴이의 지위나 신분이 중요하지 않고 글 내용이 중요하므로 글쓴이의 사진을 싣지 않는다.

지식인을 비롯하여, 모든 시민의 참여를 바라는 `왜냐면'은 한국의 정치인들에게도 자신의 정치철학과 소신을 글로 표현하여 참여하라고 요청한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인터뷰에만 열심히 응할 뿐, 글을 외면하고 있어서 글을 쓰기는커녕 책조차 읽기나 하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이 문제되면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다” 따위로 넘어가는 무책임성을 함부로 드러내고, 의정 단상에서 몸싸움을 벌이거나 삿대질하며 언성을 높이는 게 정치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다. 그러나 자신의 정견을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은 정치인이 될 자격조차 없다. 정치인들은 이제 몸싸움, 억지주장 펴기, 밀어붙이기를 그만 두고 부디 글로 싸우기 바란다. 그것만으로도 한국 정치는 크게 발전할 수 있다.

학생이든 노동자든 대통령이든 한국사회 구성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글로 말하는' `왜냐면'에는 어떤 글이 실리는가? 그것은 `왜냐면'이라는 이름이 답해준다. 진보 성향이든 보수 성향이든 합리적 논거가 담겨 있어야 한다. 건전한 진보, 합리적 보수의 글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억지주장, 선언적 주장의 나열이나 인신공격이 담긴 글은 배제하며, 쉽고 개성 있는 문체로 조리 있게 쓴 글은 환영받을 것이다. 특히 교육과정 등 사회화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글쓰기 훈련이 부족한 현실임에 비추어 글쓰기의 기본에 충실한 글로 참여하라는 당부를 강조하고 싶다. `왜냐면'은 고등학생 등 청소년들에게 사회 현상의 이해와 글쓰기 훈련에 도움을 줌으로써 건전한 시민의식과 자기 표현 능력을 갖도록 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 종이신문들이 토론 기획이라고 내놓은 것이라곤 하나의 사안에 대해 찬성 주장과 반대 주장을 나란히 싣는 게 고작이었다. 상호 침투가 없는 상반된 주장 늘어놓기에 지나지 않아 독자는 이미 갖고 있던 자신의 견해를 확인할 뿐 바로잡거나 정교히할 수 없었다. `왜냐면'의 토론 방식은 이와 달리 시차를 두고 이어지는 것으로서, 가령 오늘 `왜냐면'에 실린 글에 대한 보완, 발전, 비판, 반론의 글이 며칠 뒤에 실리는 방식이다. 시차 토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방식을 따르면 독자는 앞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이 나중 글에서 어떻게 보완, 발전, 비판되는지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을 것이며, 그러는 중에 자신의 견해를 고치거나 더욱 정교히할 수 있다. 설득을 통해 동의를 얻어내는 토론의 진면목이 바로 이런 점에 있다.

인터넷 토론과 달리 지면 제약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왜냐면'은 합리적 논거를 충분히 담은 글을 지향하므로 정해진 원고 분량은 없고, 200자 원고지 8매 이상 20매까지 허용된다. 하루에 둘 또는 셋 정도의 글이 실리게 되는데, 각 글은 하나의 주제로 묶이는 게 아니라 각각 독립성을 지닌다. 앞에 말했듯이, 상호 침투가 없는 나열식 글이 아니라 시차 토론의 글이기 때문이다. 토론의 주제 또한 미리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사회의 발제에 의해 정해진다. `왜냐면'이 시민사회의 토론 공간이라는 점과 한국사회에서 가장 날카로운 모순을 보이는 사안일수록 시민사회가 우선적으로 발의할 것이란 점에서 가장 타당한 주제 선정 방식이다.

정보·통신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보는 사물과 현상을 파악하는 앎과 다르다. 일상생활 곳곳에서 범람하고 있는 화면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읽고 생각하기보다는 `보기'만을 요구하면서 수동적 소비자가 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요란한 화면들이 지배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종이신문들도 이에 굴복해 `사진 크게 뽑기', `제목 크고 선정적으로 달기' 등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왜냐면'은 `보는' 신문 지면이 아니라 `읽고 생각하는' 신문 지면이고자 한다. 한국사회 개선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동반자가 되고 싶어서다.

이 기회에 독자들과 시민사회에 한겨레와 `왜냐면'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거듭 부탁하고자 한다. 한겨레는 진보와 보수 성향의 독자들 양쪽에게서 비판받아야 했다. 일부 독자는 한겨레가 진보 일변도라고 비판하고, 또다른 일부는 한겨레가 우경화했다고 비판한다. 물적 토대가 기득권 층에 몰려있는 터에 한겨레로선 실로 어려운 상황이다. 한겨레도 하나의 조직인 이상 창간사에 밝힌 `국민의 소리, 민족의 양심'을 대변하기 위해선 우선 생존해야 한다. 한겨레를 비판하고 멀리한 사회 구성원들은 부디 한겨레 `왜냐면'에 한겨레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음을 이해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격려해주기 바란다.

홍세화/ 편집국 기획위원

■ `왜냐면' 참여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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