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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4.22(목) 19:22

효순·미선이 보도 ‘법 개정’ 여론 형성 이끌었어야


언제부터인가 ‘삼겹살엔 소주’인 것처럼 ‘광화문은 촛불집회’가 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집회가 악법에 갇혀 제한된 형태로만 허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답답한 원인도 있다. 어찌 됐든, 대규모 촛불집회의 새 역사를 쓴 효순·미선이 추모집회는 수구세력들의 지나친 걱정들을 뒤로 한 채 대체로 평화롭게 이루어졌다. 그런데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 효순·미선양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집시법 위반이라며 김종일 여중생 범대위 집행위원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위법사유는 ‘야간에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등의 집회분위기’ 등이라고 한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개악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해묵은 군사정권 시절 판례들을 근거로 해 내린 판결이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겨레>는 17일 ‘여중생 범대위 위원장에 집행유예’(12면)를 통해 논란이 큰 사안임에도 비판 의견 없이, 재판부의 판결 내용만을 담아 지면 하단에 단신처리를 했다. 이날 <경향신문>은 ‘오늘 탄핵반대시위 경찰과 충돌 예상/“정치적 구호 촛불집회는 불법”’(9면) 기사에서 판결과 관련해 참여연대 장유식 변호사의 비판 의견을 실어 차별성을 보였다.

그러나 19일 <한겨레>는 사설 ‘여중생 추모집회 유죄는 시대착오’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라면서 이번 판결이 일부 시민단체만의 일이 아니라,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명의 장을 위협하는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 “평화로운 집회에까지 낡은 법의 잣대를 들이대 처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며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끝맺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유감표명 정도로는 부족하다. 그동안 개악 집시법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해왔던 <한겨레>였다. 이번 판결이 일부 시민단체의 일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면, 더욱 분노하고 통탄했어야 한다. 나아가 집시법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한 비판을 통해 적극적인 의제설정을 했어야 할 것이다.

한겨레는 총선과 그 이후, 줄곧 탄핵뿐 아니라 이라크 파병에 대한 의제설정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현지 르포 등을 통해 전폭적인 관심을 보였으며, 탄핵이나 파병 관련 집회에 대해서도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담아내며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와 연결된 집시법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며 집중적인 문제제기에 소홀했다.

경찰청은 19일 낮 시간 주거지역과 학교 주변에서는 휴대전화 벨소리에 해당하는 65데시벨, 기타 지역에서는 승강장을 진입하는 지하철 소음에 해당하는 80데시벨을 넘지 못하도록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소음 기준을 강화했다. 또 서울시는 20일 ‘시청앞 광장’ 조례를 확정해 문화예술 행사 이외의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으로 시의회에 상정했다. 사실상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지난 3월1일부터 시행된 개악집시법 불복종 선언을 한 민주노총, 민중연대, 참여연대 등 85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 등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탄핵과 파병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다름아닌 광장에서, 집회를 통해 그 울림이 증폭되었다. 광장의 외침을 전하는 것만큼이나 그 외침의 장을 지켜내는 것 또한 중대하다. 경찰청과 서울시의 밀어붙이기에 강력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나 토론회 중계를 넘어서서 법조계 및 학계 등 전문가 대담, 해외 입법사례 등의 기획 보도 등 적극적인 지면할애를 통해 국민 기본권 침해를 막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정영은/언론개혁시민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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