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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3.11(목) 19:25

친일파 다룬 ‘피디수첩’ 경고 관련 보도


문제지적 돋보이나 후속보도 없어

방송위원회 홈페이지가 모처럼 지난 주말부터 연일 시끌벅적하다. ‘경고를 철회하고 사과하라’는 얌전한() 의견부터 ‘방송위원회에 친일파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 ‘아직도 일제시대에 사는 것 같다’는 한탄에 ‘심의위원 명단 당장 공개하라’는 주장 등 네티즌들의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그 홈페이지의 ‘인기폭발’ 사연은 이렇다. 방송위원회 산하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지난 4일 문화방송 〈피디(PD) 수첩〉 ‘친일파는 살아있다 2’(2월17일 방송)에 대해 ‘경고 및 프로그램 관계자 경고’를 결정했다. 경고 이유는 ‘특정 입후보 예정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구성’해 선거방송심의 특별규정 ‘제5조(공정성) 제2항’과 ‘제6조(형평성) 제1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항의가 계속되자 지난 9일 방송위원회는 홈페이지에 ‘PD수첩 제재,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공지를 올려 “이번 경고조치 대상은 ‘친일파는 살아있다’ 연작물 자체나 피디수첩의 친일청산 노력과 역사 바로 세우기가 아니라 지난 2월17일 방영된 연작물 2부의 일부 내용이 선거법과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과 관련하여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취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그럼에도 항의 글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일부 내용이란 ‘특정 후보인 한나라당 최연희, 김용균 의원의 선친이 일제시대 면장을 맡은 사실’을 제시한 것이다. 두 의원은 “이 부분을 친일진상규명법의 저지와 연결시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진용 해당 프로그램 책임프로듀서는 “선친 경력을 들어 친일파로 단정지어 방송한 사실이 없고, 일제하 면장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객관성 유지에 애써 왜곡보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거방송심의위는 “해당 내용이 결과적으로 불리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며 경고 조처를 내렸다.

이번 경고에 대해 여느 언론사와 달리 〈피디수첩〉 쪽의 입장은 쏙 빼놓은 보도가 있었으니, ‘조중동’이다. 5일 〈조선일보〉 기사 ‘선거방송심의위, MBC PD수첩 경고조치’(10면)와 같은날 〈동아일보〉 기사 “친일 거론하며 의원 잘뽑자 MBC PD수첩 공정성 위반”(2면)은 심의위의 입장을 자세히 다루면서 이번 결정이 얼마나 중징계인지를 강조했다. 또 경고받은 〈피디수첩〉 쪽의 입장은 전혀 싣지 않았다. 심지어 5일 〈중앙일보〉 사설 ‘불공정·편파로 경고받은 방송’은 시의적절한 결정이라며 별다른 근거 없이 “이제 방송이 더 이상 특정정당이나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괴논리를 들고 나왔다.

한편 같은 날 〈한겨레〉는 발표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결정내용 대신 방송위의 다른 산하기구인 보도교양 제1심의위원회의 범죄보도 지적을 보도해 다소 의아했다.(3월5일 8면 ‘방송위, 도넘은 범죄보도 제동’) 하지만 다음날 ‘선거방송심의위, 피디수첩 친일파 편에 경고 논란’(25면)을 통해 경고 결정과정과 선거방송 특별규정 내용 등 논란의 핵심을 상세히 다뤘다. 나아가 심의위원 내부의 의견충돌이나 피디연합회의 입장 등을 통해 규정에 얽매여 알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충실한 취재가 돋보였다.

선거시기라 하여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 사실을 방송함에도 불공정 운운한다면 어느 언론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용기있게 보도하겠는가. 또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언론은 올바른 선택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번 경고 조처 이후 언론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각기 성명을 통해 논란거리였던 선거방송심의규정과 함께 선거방송심의위의 재구성 등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문화방송 〈피디수첩〉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격려와 방송위 비판 의견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이런 거센 비판여론에도 탄핵정국 탓인지 6일 이후 〈한겨레〉엔 이렇다할 후속보도가 없어 아쉬웠던 한 주였다. 수구언론의 왜곡·편파보도에 대한 문제제기 등 〈한겨레〉가 그간 보여준 언론개혁 열정으로 이번 사안에도 세심한 지면배치 및 할애로 적극적 접근을 하길 기대해본다.

정영은 언론개혁시민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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