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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한겨레비평 등록 2004.02.05(목) 18:45

송두율 교수 공판 보도 수사땐 열정적이더니 재판에는 인색한 지면

송두율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해 12월2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6차례의 공판이 진행되었고, 오는 10일 열릴 예정인 결심공판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 말 모든 언론이 연일 중요기사로 다루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 지 지켜볼 일이다.

1심 재판 결과를 앞두고 지난 4개월여 동안의 수많은 일들이 기억에 되살아난다. 지난해 9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독일에 있는 송두율 교수를 초청하였고, 국가정보원은 송 교수가 귀국할 경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 교수는 귀국의사를 표명하였고, 급기야 국정원은 체포영장을 청구하고야 말았다. 9월22일, 송 교수와 부인 정정희씨 그리고 그의 두 아들은 그토록 그리던 조국 땅을 밟았다. 이후에 벌어질 상황에 대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37년을 기다려왔던 많은 일들을 계획하고 꿈에 부풀었으리라. 그러나 모든 게 물거품이 되었다. 온 가족이 나란히 고향 제주를 가려던 계획, 보고싶은 사람들을 만나겠다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감옥 창살을 사이에 두고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천식이 심해져 호흡 곤란 증상이 나타나고, 갑자기 혈압이 위험수치에 이르고, 감옥의 냉기로 항상 장갑을 끼고 살아야하는 남편을, 아버지를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처지가 되어버렸다. 거기에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리라.

송 교수 가족의 고난은 귀국 다음날부터 이뤄진 국정원 조사에서부터 시작됐다. 시차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수사에서 오는 육체적인 피로는 감수한다고 하더라도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언론을 통해 퍼져나가는 상황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다수 언론이 국정원 조사과정에 나온 표현의 진의를 확인하기보다는 그걸 보도하는 데 급급했고, ‘해방이후 최대 거물간첩’ ‘처벌’ ‘추방’ ‘전향’ 등 극단적인 용어를 남발해가면서 궁지로 몰아갔으니 말이다. 게다가 국정감사장에서 보고된 국정원 수사결과를 그대로 보도해 마치 ‘북한 정치국후보위원’이 사실인 양 되어버렸으니 견뎌낼 제간이 없었으리라. 이는 혐의에 불과한 사실이 공표됨으로 인해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사회적으로 ‘낙인’ 찍히고 마는 것이다. 물론 언론은 취재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내보낸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정보는 과감히 지면을 할애하면서 열정적으로 보도하던 언론이 정작 사건의 진실을 가리기 위해 진행되는 공판과정에 대한 보도에는 왜 인색한지 알 수가 없다. 이는 지면을 얼마나 할애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국가권력인 수사기관을 상대로 무죄를 주장하는 한 개인의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했는가 하는 것이다. 양쪽의 주장을 공정하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국민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주는 것이 진정한 언론의 자세가 아닐까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한겨레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한겨레는 매회 공판 후에 관련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 기사로 그동안 할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한 개인의 주장을 반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2달여 기간 동안 진행된 공판과정이 송 교수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기간이었다. 송 교수는 3차 공판 때 검찰이 수사과정 내내 ‘예’ ‘아니오’만을 요구하며 자신의 진술을 왜곡했는데, 법정에서도 여전히 그런 모습이라며 검찰심문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만큼 진의가 왜곡되어 왔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공판과정에서 자신의 학문과 사상 그리고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려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했음이다.

언론은 이 사건의 공판과정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공방에 대해 알려줄 의무가 있다. 수사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던 내용에 대해 그 진실과 왜곡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채은아/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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