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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1.29(목) 21:10

국회 파병안 보도


파병 반대 목소리 실종
파견부대 성격 파헤쳐야

운동 선수가 경기에 임할 때, 너무 훈련을 열심히 해서 결과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훈련과정에서 진이 다 빠져 정작 경기에서는 아무런 힘도 못 쓰고 주저앉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여론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국회통과 초읽기에 들어간 이라크 파병안이 바로 그렇다. 그리고 한겨레 역시 이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한겨레는 지난 해 12월24일에 ‘국무회의 추가파병안 확정’을 보도했고, 같은 날 사설 ‘의원 양식 가름할 이라크 파병 동의안’에서는 “특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짜인 반전평화의원모임의 움직임은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며 파병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 한겨레에서는 파병반대 여론을 조성하는 데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특히 한겨레가 주시하겠다던 반전평화의원모임 소속의 열린우리당의 김성호 의원, 민주당의 김영환 의원 등이 중심이 되어 개최한 ‘정부파병안의 문제점과 국회의 대응방법’ 토론회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투병 파병하면 정계은퇴하겠다던 열린우리당의 임종석 의원의 언론플레이를 적극 도왔으면서도, 전투병 파병이 눈앞에 다가온 이 시점에서 과연 그가 파병반대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기사는 전혀 없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미 너무나 오랫동안 지겹도록 논란만 반복된 파병논의에 식상했고, 약간의 관심이 있는 국민들은 정부의 언론플레이 덕에 아주 평화로운 의료병과 공병이 이라크 국민들과 화기애애하게 축구나 하러 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군이 파병되는 키르쿠크 지역은 한겨레가 1월1일에 보도한 ‘한국 파병지 키르쿠크 20여명 사상 유혈사태’ 기사 대로 이라크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겨레는 역시 키르쿠크 지역의 상황에 대해서 별다른 기획취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합뉴스의 보도를 짧게 요약하여 1월19일 <한국 조사단 머문 미군캠프/이라크 저항세력 공격 확인>이라는 단신보도만 추가했을 뿐이다.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파병안이 확정된 이후, 이라크로 보내지는 부대가 무엇을 하러 가는지 명확하게 개념을 규정하는 노력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모든 노력을 다해, 이번 파병이 비전투병 파병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언론플레이를 착실히 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 개혁 매체에서는 과연 이러한 정부의 홍보에 어떠한 맹점이 있는지, 이라크 내의 상황을 조명하며 철저히 검증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정부 파병안의 추가계획이 확정되었다. 정부는 이 안을 갖고 상임위 통과를 위해 온갖 언론플레이를 해댈 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인 여론은 총선 물갈이, 대선자금 등등의 정국의 현안에 묻혀 파병반대의 목소리 자체가 사라질 위기이다. 마치 파병반대를 위해 목숨이라도 걸 듯이 나섰던 시민단체들도 대부분 총선이라는 더 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 이 상태로 가면 뜻있는 의원 몇몇이 반대표 던지며, 형식적인 파병반대 선언문 몇 장 인쇄한 뒤, 국군장병들은 이라크로 달려가게 될 듯하다.

한겨레는 그 어떤 언론보다 파병반대의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 그렇다면 그러한 한겨레의 자세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설사 파병안 통과가 굳어진다 할지라도 한겨레는 반전과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목소리라도 담아내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야 3차파병, 4차파병 할 때, 체면이라도 세우며 반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변희재 <브레이크뉴스>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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