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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1.15(목) 19:56

광우병 관련보도 미 행태 무책임 잘 지적


‘공장식 축산업’문제 살폈으면…

지난해 연말 우리 사회에 엄청난 혼란을 몰고 온 광우병 파동은 병든 소가 캐나다산이라는 미국정보의 발표 뒤부터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하다. 신문의 지면을 가득 채웠던 소 이야기는 줄줄이 감옥으로 끌려가는 정치인들의 모습으로 바뀌었고, 어쩔 수없이 쇠고기를 써야 하는 설이 다가오면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다.

정말 광우병에 걸린 소가 캐나다산이므로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과 전혀 무관한 것일까 몇 해 전 영국에서 시작된 광우병이 유럽 전역을 공포와 집단 살생의 아비규환으로 몰고 갔을 때 언론은 광우병이 유럽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님을 앞다투어 보도했고, 미국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물론(<동아일보> 2000년 12월25일 ‘광우병 전세계 확산 우려’, 2001년 1월31일 ‘광우병 전염경로 몰라 공포 더해’) 한국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었다(동아 2001년 1월22일 ‘한국 소는 괜찮나’, 2001년 2월5일 ‘한국 소도 동물성사료 먹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유럽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고 있었던 탓인지 언론들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광우병 사태를 보도했고, 유럽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까지 상세하게 보도를 했다(동아 2001년 2월15일 ‘EU, 소 사육농 보조금 제한…유기 축산법 적극 권장’, <한겨레> 2001년 3월6일 ‘환경친화 유기축산 해법 부상’).

그런데 이번 미국 광우병에 대한 우리 언론들의 보도태도는 통상마찰과 유통질서 혼란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일부 언론은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미국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가 하면(<조선일보> 2003년 12월31일 ‘살코기로는 광우병 감염 안돼’), 광우병에 대한 국제 검역기준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는 미국의 태도를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보도하기까지 했다(조선 2003년 12월29일 ‘미 광우병 검역기준 너무 엄격 불만’).

유럽에서 광우병이 돌기 시작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광우병 예방을 위한 소 사육수칙과 검사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재앙의 규모와는 달리 광우병에 대한 관련 학계의 지식은 아직 터무니없이 보잘 것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예방책은 공정한 국제기구에서 제시한 기준을 준수하는 방법뿐이다. 미국 축산업계는 지금까지 이를 무시해 왔고 또 미국 정부는 미국 축산업계의 이런 행태를 묵인해왔다. 광우병이 발생한 뒤에도 미국 정부는 검사기준을 강화하려는 노력보다는 생우의 원산지를 트집잡아 책임을 캐나다로 떠넘기며 쇠고기 수입국을 윽박지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한 지에 대해서 다른 신문들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한겨레와(2003년 12월30일 ‘카우보이 부시, 소뿔에 받힐라’)와 인터넷신문 <프레시안>(2003년 12월29일 ‘미축산업계, 부시의 돈줄이자 표밭’)에서 그 해답의 일부를 찾아볼 수가 있다.

그러나 한겨레 역시 유럽의 광우병 사태를 보도할 당시의 치열한 문제의식을 이번에는 찾을 수가 없었다. 모든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 광우병을 기획기사(2004년 1월7일 ‘과학으로 여는 세상- 두 얼굴의 프라이온’)로 취급하면서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들만 장황하게 늘어놓고 해결책은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는 것” 정도로 간단하게 끝내버렸다. 광우병이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재앙이 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공장식 축산업에 있다. “생명을 공산품 취급하는 공장식 축산업”이 계속되는 한 광우병이든 조류독감이든 생명을 집단 살상하고 생매장하는 야만의 행각은 끝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고, 인간에게 닥쳐올 재앙의 규모는 점점 더 커져 갈 것이다. 공장식 축산업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던 한겨레의 소신(2001년 3월6일 ‘집중기획/위기의 유럽 축산업-가축생명 공산품화 먹거리재앙 직면’)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김진국/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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